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零下 十三度

零下 二十度 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起立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零下에서

零上으로 零上 五度 零上 十三度 地上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

더벅머리에 순하게 웃고 있는 황지우 시인은

이제 흰 머리가 더 많아 희끗희끗해져버렸고

이 시집 또한 1989. 2. 21의 날짜를 달고

아주 낡은 집처럼 변해버렸다.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이 말이 자꾸만 내 입속을 빙글빙글 맴돈다.

나는 무엇으로 조혜원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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