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행버스

-임길택

 

아버지가 손을 들어도

내가 손을 들어도

가던 길 스르르 멈추어 선다

 

언덕길 힘들게 오르다가도

손드는 우리들 보고는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우리 마을 지붕들처럼

흙먼지 뒤집어쓰고 다니지만

이 다음에 나도

그런 완행 버스 같은 사람이

되고만 싶다

 

길 가기 힘든 이들 모두 태우고

언덕길 함께

오르고만 싶다

 

****

<탄광마을 아이들>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그 아이들의 눈에 비친

현실이 너무 가슴 아파서 읽을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이 시집으로 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도시 아이들은 그 아이들의 눈으로 그려낸

그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해주려고 하지 않았다

귀찮은, 보기 싫은 세계,

나와 상관없는 세계라고 멀리 치워놓으려는..

 

그런 아이들을 비난하긴 했지만

사실 내 삶도 크게 다를 건 없다

시간이 많았던 지난 분기에

봉사활동이라도 하면 어떻겠냐는 친구의 제안에 따라

그런 카페에 가입은 해놓고도

한 번도 봉사하러 같이 떠나지 못한

내 게으름과 무관심이 그 증거다.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

지나는 사람들 모두 내 시선 안에 놓는 일은 못해도

날 보고 손드는 이 있다면

완행버스처럼 길가다 멈추고 서서

기꺼이 들어주리라.

 

모두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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