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행버스
-임길택
아버지가 손을 들어도
내가 손을 들어도
가던 길 스르르 멈추어 선다
언덕길 힘들게 오르다가도
손드는 우리들 보고는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우리 마을 지붕들처럼
흙먼지 뒤집어쓰고 다니지만
이 다음에 나도
그런 완행 버스 같은 사람이
되고만 싶다
길 가기 힘든 이들 모두 태우고
언덕길 함께
오르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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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마을 아이들>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그 아이들의 눈에 비친
현실이 너무 가슴 아파서 읽을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이 시집으로 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도시 아이들은 그 아이들의 눈으로 그려낸
그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해주려고 하지 않았다
귀찮은, 보기 싫은 세계,
나와 상관없는 세계라고 멀리 치워놓으려는..
그런 아이들을 비난하긴 했지만
사실 내 삶도 크게 다를 건 없다
시간이 많았던 지난 분기에
봉사활동이라도 하면 어떻겠냐는 친구의 제안에 따라
그런 카페에 가입은 해놓고도
한 번도 봉사하러 같이 떠나지 못한
내 게으름과 무관심이 그 증거다.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
지나는 사람들 모두 내 시선 안에 놓는 일은 못해도
날 보고 손드는 이 있다면
완행버스처럼 길가다 멈추고 서서
기꺼이 들어주리라.
모두 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