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
-이윤학
어디,
자신보다 더 불쌍한 인간이 또 있을까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동자
거울 속으로 문이 열리고, 그는
급히 거울 속에서 나와
눈물을 감춘다
다시, 알 수 없는 눈동자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생각들을 다
누구에게 바칠 수 있을까
****
거울을 자주 보진 않는다
거울 속에 보이는 이가 '나'란 걸 인정하기 싫어서.
어릴 때부터 그러더니
이런 습관은 나이가 들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거울 속에 있는 이가 '나'란 걸 인정하고 나면
나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버릴 것 같다
거기 갇혀서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온전하게 거울을 마주하지 못하고
슬쩍 훔쳐보듯 지나친다
그렇다고
이 세상이 존재하고 싶을 만큼
굉장한 맛을 지닌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