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풀

-임영조

 

이 세상 어디를 가든

땡볕 피할 그늘 하나 없는 곳

가도 가도 목타는 곳이 사막이다

발 뻗고 쉴 곳 없는 사막에서

이따금 내가 만난 풀들은 왜

표정조차 뻣세고 가시 많은 것일까

무시로 경을 치는 모래바람 속

몸 둘 바를 몰라 쩔쩔매는 선인장

믿을 것은 그래도 자신밖에 없다고

온몸에 가시바늘 세우고 산다

뿌리까지 흔들리는 멀미 속에서

중심 잡고 악착같이 살아애지

남에게 함부로 씹히지 말아야지

무게를 덜고 오기로만 버티는

낙타풀은 몸이 온통 가시다

바람에 벼린 서슬 푸른 적의다

사막에서 내가 만난 풀들은 대개

뾰족하고 의심이 많다, 나도 가끔

가시 돋친 말을 뱉는 낙타풀이다

내가 뱉은 가시에 내가 찔리는.

 

**

내가 만나는 사막도 그리 다를 게 없다

날 위한 오아시스 하나 없고

그나마 만나는 풀들은 내게 독만 들이댄다

그게 서러워서 난 나대로

가시를 만들었는데

슬픈 가시는 도리어

나를 찌르고 만다

기어이, 죽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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