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아코디언 문학과지성 시인선 262
김명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황사 또 봄

          -김명인

 

저도 한 무늬라고

봄 바다가 펼쳐놓은 화판 위로

황사 바람 며칠째 객토를 싣고 들이닥치는데

이 욕설 어디다 부릴까, 육지 쪽으로

거품 물고 몰려가는 파랑 좇아

나 또한 버릴 生이 있다는 듯

멀건 낮달로나 간다. 봄은, 추억의 하역에만

몇 개 섬들이 생겨나리라.

저 수위 휘젓다 못해 구차한 흙덩이

황해 온통 이녕으로 끓이는데, 착시 탓인지

갈매기 몇 마리 경적 높이에서 사라진다. 또 봄!

출렁거리는 멀미 진흙에 섞으면

어떤 무늬 수평 저쪽까지

너울대며 번져갈까.

 

********

봐주는 것처럼, 내 건강을 챙겨주는 척 하며 슬쩍 마스크 뒤집어 씌우려는 봄.

별 수 없잖아. 불어오는 바람을 어떻게 막겠어.

싫어. 화장 지워지잖아. 그냥 내 폐 속에 먼지 좀 넣어주고 말지.

그래. 지금 나무를 열심히 심는다고 해서 그것들이 하루에 10년치 씩 자라는 것도 아니고

국경에 유리막을 세울 수도 없는 일일 테니

그저 내가 오는 한 징후로 느긋하게 받아들이던가.

아주 징그러울 정도의 여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