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할아버지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4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9월
평점 :
반짝거리는 검은 곱슬머리와 하회탈처럼 웃는 눈으로 기억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방학 때 가곤 하던 할아버지 댁하고도 인연이 멀어진지 벌써 20년.
이젠 가끔 친척들 결혼식이 되어야 겨우 한 번 들러볼까 말까 하는 기억 속 장소가 되고 말았기에
내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박물관에 전시된 밀랍인형처럼 박제된 추억이 함께 떠오르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얼마 전, 제주도에 살고 계시는 셋째 삼촌 가족이 인천에 올라올 기회가 있어
다들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누다가 나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이종사촌인 셋째 삼촌 아들 녀석이 씨익하고 웃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다시 살아오신 듯 했다.
내 이런 지적에 엄마도 찬찬히 살펴보시더니 "그렇구나. 할아버지 살아계셨으면 더 좋아하셨겠다" 하신다.
우리를 그렇게도 애지중지하셨다는 할아버지를 사촌 동생 얼굴에서 찾아본 뒤
그림이 너무 따뜻한 <우리 할아버지>를 읽고 나도 '우리 할아버지'를 추억해보고 있으려니 조카 녀석들이 떠오른다.
엄마네 집에서 살다시피 하는 우리 조카 녀석들에게 아버지는 영락없이 책 속 '우리 할아버지'시다.
자상하고 따뜻한 사랑을 한없이 베풀어주는 할아버지를 가진 조카녀석들이 나중에 자라 나만큼 나이를 먹었을 때,
푸석푸석 먼지 나는 추억 속을 헤집을 것 없이 영원히 가슴에 남는 할아버지로 우리 아버지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린 친구들은 엄마가 읽어주시면 좋겠고, 1학년에게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