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용암물이 머리 위로 내려올 때

으스러져라 서로를 껴안은 한 남녀;

그 속에 죽음도 공것으로 녹아버리고

필사적인 사랑은 폼페이의 돌에

목의 힘줄까지 불끈 돋은

벗은 生을 정지시켜놓았구나

-황지우 시, <재앙스런 사랑> 중에서-

 

자기 직무에 충실했던 아틸리우스가 수도에서 유황 냄새를 맡은 순간부터

난 폼페이 화산 폭발의 시간이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뒷 부분에 뭐가 나올 지 알고 보는 이런 '히스토리 팩션'의 경우엔 새로운 뭔가를 기대하기 보다는

점점 그 사건에 다가가는 긴박감을 즐기면서 보게 되는데 책 속 등장인물이 생생하게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결말을 보고 싶은 조급함 때문에 자꾸만 뒤편을 펴보려는 손가락을 저지시키느라 애써야 했다.

암플리아투스의 잔인한 노예 처형 장면이나 욕지기가 올라올 것 같은 만찬은 인상을 찌푸릴 만큼 역겹게 만들었지만

돈만 있으면 못 할 게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며,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벌이는 게

가진 자들이 하는 짓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케 했다.

 

황지우 시인이 쓴 '재앙스런 사랑' 이 용암이 흘러내린 찰라를 순간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면

이 책은 그런 재앙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디서부터 어떤 모습으로 점점 다가오는지를 숨가쁘게 보여준다.

지금 당장은 지구온난화로 물난리를 치르는 볼리비아의 사진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또 금방 잊어버리고 자연 보호나 환경 문제에 무관심해질 지 모른다.

폼페이가 여러 차례 징후를 내보였을 때 먼 데 일이라고 모른 척 하던 그 사람들처럼.

그리하여, 언젠가 또 폼페이 화산 폭발 같은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나면 후회를 하겠지.

작가는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경고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나비의 날개짓이 언젠가 태풍을 몰고 올 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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