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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처럼 ㅣ 문원 세계 청소년 화제작 5
쎄르쥬 뻬레즈 지음, 김주경 옮김 / 도서출판 문원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아! 내가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삶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삶조차 결국엔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다.
아무리 멋진 이야기를 꾸며 봐도 소용 없다.
과거를 돌아보아도 소용 없고, 후회를 해봐도 소용 없고
내일을 상상해봐도 아무 소용 없다.
아무짝에도, 아무 데도, 아무 소용이 없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내게 좋을 건 하나도 없다.
나는 지금 시간을 벌고 잇는 것이다.
난 알고 있다.
꿈을 꿀 시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야금야금 갉아먹도록
남아 있는 시간을 지금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중이다.
<당나귀 귀> 3편.
레이몽은 사경을 헤매는 중이다.
그러면서 그토록 원했던 삶을 꿈꾼다.
친절한 아버지와 다정하고 아름다운 엄마, 가고 싶은 학교,
모든 게 순조로운 그러한 시간.
그러나, 그런 상상조차도 아버지가 화를 내는 것으로
그래서 현실의 아버지와 동일시 되면서 끝이 난다.
상상을 아무리 해도 현실을 벗어나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결국 자신을 이해해줬던 또 다른 사람 빵집 아저씨를
만나면서 사랑했던 안느에게 작별을 고한다.
어린 아이들의 인지 발달을 위한 장난감 중에
별 모양, 세모 모양, 동그라미 모양, 네모 모양의 구멍을 뚫고
그 안에 맞는 도형을 끼워넣는 장난감이 있다.
아이들이 할 때는 그저 기특하게 바라볼 뿐이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기계의 부속처럼 제자리에 딱딱 들어맞지 않으면
내쳐지는 수많은 사람을 떠올리게 만든다.
소위 '사회부적응자'였던 레이몽처럼.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규정 아래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회가 바라는 일반적인 사람이, 보통의 사람이 되지 않으면
가차없이 선을 긋고 잘라내고 특정 구역에 가두려고 든다.
도대체 누가 그런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걸까?
다수가 찬성하는 거, 참 위험한 발상이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외로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