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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날리는 가운데 떨어진 파란 일기장 하나.
제목도 그렇지만 표지도 너무 스산해서
혹여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을 다칠까 걱정스러웠다.
또 눈물바람을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서 나중에 읽어야지
그렇게 미루기만 한 게 벌써 며칠 째.
잠이 덜 깬 아침을 핑계삼아 그걸 슬쩍 집어들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오지도 않은 채
눈물범벅이 되어 다 읽어버렸다.
중학교 다닐 때의 나는 어떠했던가.
까르륵 웃기 잘하고 혼자 고민에도 잘 빠졌던 나는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다 할 단짝 친구는 기억에 없다.
그저 학년이 바뀔수록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 몇이 생각날 뿐.
지금까지 만나는 단짝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유미와 재준이처럼 그 시절을 함께 공유한 것에
대해 감사를 하고 행복해했으려나?
만약, 내 단짝 친구가 재준이처럼 일찍 세상을 떠나버렸다면
난 지금껏 그 기억에 아파할까?
그래도, 그 시절을 함께 한 단짝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내 '현재'를 더욱
값지게 해주었을 것 같다.
재준이가 남긴 일기장을 읽어가면서 추억에 잠기는 동안
나도 유미가 되어 함께 아파하고 웃고 울 수 있었다.
번역 작품을 읽는 것 이외에 볼 게 없었던 내 어린 시절에 비해
요즘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인 친구들이 볼 책이 많아지는 게
참으로 기쁘다.
그 나이때 누군들 한 번쯤 '죽음'이라는 매혹적인 단어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을까?
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것도 멋져 보이고,
백혈병에 걸려 창백한 얼굴로 픽픽 쓰러지는 것도 멋져 보이고,
그래서 한 번쯤은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다가 쓰러지고 싶은
욕망에 몸을 떨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그런 게 다 부질없는 짓인줄 아는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의 일.
공부에 지치고 어른들의 간섭에 지치는 아이들에게
죽음은 또다른 간단한 도피처로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재준이는 말한다.
시선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한 것이라고.
나는 마치 죽었다 살아 온 기분이었다.
그러자 문득 시체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이 세상을 살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달라보일까?
그러니까 앞으로 나는 죽은 척하고 살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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