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제목 : 피프티 피플
◎ 지은이 : 정세랑
◎ 펴낸곳 : 창비
◎ 2023년 6월 8일, 개정판 13쇄, 488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2016년 1월부터 창비 블로그에 연재된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정확하게는 51명의 등장인물이 주인공인 책. 각자도생하는 듯 보이지만 서로 얽혀있는 인연들을 볼 수 있다. 하나하나의 삶이 펼쳐진 뒤 마지막에 이르러 많은 이들이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조우하고, 화재를 피해 살아남는다.
정확히 네모반듯하게 잘라서 50명을 넣어 둔 그런 아파트가 떠오른다.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면 한 사람이 등장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친 뒤 스르륵 문을 잠그고 들어가면 또 다른 인물이 옆집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런데 혼자인 듯 싶은 모두에게는 가느다란 줄이 연결되어 작가의 손짓에 따라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고, 발을 들어 척척 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이게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다.
주인공이 많은 책이라고 하면 나는 제일 먼저 제임스 헤리엇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수의사인 헤리엇을 찾은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인데 만나자마자 반한 경우로 의사가 이렇게 글을 잘 써도 되나?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각 장마다 바뀌는 화자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신선한 즐거움을 맛본 책이다. 그런 까닭에 화자가 많은 책이 내게 감동을 주려면 뭔가가 더 필요했다.
여기 등장하는 화자들은 직업군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들의 삶 역시 각자 다른 색으로 나타난다. 그런 점은 높이 살 만하지만 다들 자기 말만 하고 들어가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사건들에 교묘히 그물을 얽어 동선이 겹치게 하느라 고생은 좀 했겠지만 그것도 그리 새로울 건 없다.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것은 역시 창비블로그에 연재한 글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독성은 좋다. 너무 쉽게 읽혀서 싱거울 정도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