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제목 : 토지 12 (3부 4권)
◎ 지은이 : 박경리
◎ 펴낸곳 : 나남
◎ 2008년 1월 3일 17쇄, 429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12권은 읽으면서 참으로 힘들었다. 내용은 11권이나 12권이나 흐름이 같은데도, 그걸 읽는 동안 내 곁을 지난 시간들이 서로 얼키고 설켜서, 보통의 경우 하루나 이틀이면 다 읽어버릴 것을 꽤 오래 잡고 있어야 했다.
-'누가 나를 묶었나, 내가 나를 묶었지! 풀어라! 풀어버리는 거야!' (중략) '이것은 사는 게 아니다! 죽은 것도 아니다! 이것은 중독이야. 이 집안에는 사방이 독버섯이다!' (309쪽)
나랑 비슷하네. 중얼거리던 부분이다. 남편 조용하와 후배인 홍성숙의 불륜 스캔들이 터진 뒤 명희의 마음이다. 모르던 일도 아닌데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자조하는 그녀에게 이상현은 편지로, 자신이 종종 글을 써서 발표를 할 터이니 그 원고료를 자신의 딸인 양현에게 보내주기를 희망한다. 외로운 그녀는 양현을 양녀로 맞이하고 싶어하지만 서희와 윤국, 그집 가솔들에게 극진한 사랑을 받는 양현을 보는 순간 단념한다.
서희를 사모하던 박 의사도 결혼을 한다고 밝히고, 원치 않았지만 정윤과 결혼하게 된 소림도, 그동안 정윤의 학자금을 대주던 숙희도 모두 인연이 어긋나버린 외로운 이들이다. 용이는 마침내 세상을 등졌으며 그로 인해 홍이는 만주로 갈 계획을 세운다. 얼른 공노인 곁으로 가서 좀 편하게 살았음 싶다. 용이나 그의 아들 홍이나 왜 이리 짠한지 모르겠다.
-사람 살아가는 기이 참으로 기기묘묘하다. 검정과 흰빛으로 구벨 지을 수 없는 거이 인간사라. 길상이도 하인신세에서 만석꾼의 바깥주인이 됐는가 싶더마는 타국 땅에서 설한풍 맞이며 편한 사람 눈으로 볼 적에는 지랄 겉은 짓을 하고, 니는 반역자 성을 둔 덕분에 애국를 하게 됐이니 기기묘묘한 세상이지 머겠나. 옛날의 선비들은 악산(惡山)을 안 볼라꼬 부채로 얼굴을 가리믄서 지나갔다 하더라마는 그런 생각 때문에 나라가 망한 기라. 안 본다고 해서 악산이 거기 없는 거는 아닌께. 악산도 이용하기 나름이제. 또 군자 대로행이라 하기도 하더라만 법이 바르고 늑대가 없는 세상이라야제? 늑대한테 안 잽히묵힐라 카믄 두더지맨크로 땅 속으로 갈 수도 있는 기고 스스로 늑대노릇도 해야, 끝끝내 해야, 석이 맘도 내 알지러. 그놈의 성정은 군자대로행이거든. 허허헛…허허헛…조상과 자손과, 상놈과 양반과 부자와 빈자 그리고 또 인종들이 얽히고 설키서, (3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