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제목 : 토지 1권

◎ 지은이 : 박경리

◎ 펴낸곳 : 나남

◎ 2008년 1월 3일 17쇄, 419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우리의 계획은 이러하다. '2주마다 한 권씩 읽고 다 읽은 다음 평사리로, 구례로 여행을 간다.' 그것이 올바른 여행이 되기 위해서 제대로 읽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의 시기도 알맞아야 했다. 단풍철이 되어 사람이 북적이는 것도 피해야 하고, 너무 추워서 옹송그리고 다니느라 제대로 돌아볼 수 없는 날들도 피해야 했다. 그래서 내년부터가 아닌 12월말이 시작점이 되어 10월 7일로 끝을 맺는 계획표가 만들어졌다.


 


이 책을 사들인 2008년에 나는 이미 21권을 다 읽었지만 다른 책들이 중간에 마구 끼어들었기에 거의 1년 가까이 걸렸던 걸 기억한다. 이젠 출판사가 바뀌어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오는 모양인데 표지부터가 나남 책이 훨씬 마음에 든다. 양장본은 무거운 게 흠이긴 해도 보관하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잘 샀다고 스스로 머리 쓰다듬기)

설레는 마음으로 들여다본 1권은 낯익은 얼굴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와 반갑기 이를 데 없다. 윤씨 부인, 최치수, 봉순네, 길상이, 구천, 서희, 용이, 월선이, 함안댁 등 모두 기억 속 그대로다. 이때만 해도 내 기억력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역시 하루라도 젊은 게 도움이 된다.

배경은 경남 하동의 평사리. 대를 이은 대지주 최 참판댁을 중심으로 소작인들의 역사가 펼쳐진다. 동학운동이 한 차례 지나갔고 명성왕후가 시해된 어수선한 시기. 서울과 먼 이곳에서는 은밀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머슴을 살던 구천이 별당아씨를 데리고 도망을 가고, 다섯 살 서희는 고집스럽게 엄마를 찾아 봉선네를 힘들게 한다. 귀녀는 최치수의 아이를 가져 신분 복귀를 꾀하는데 그 뒤에는 노름에 빠진 몰락한 양반 김평산이 있다. 동학 장군 김개주와 윤씨 부인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1권은 마무리된다.

-사방을 팽팽하게 메운 진한 어둠과 울부짖으며 달려드는 섬진강 쪽에서의 바람이 맞부딪쳐 무시무시한 격투를 벌이는 것만 같은 밤에, 가랑잎에 발목이 묻히는 잡목숲을 헤치고 구천이와 별당아씨가 어디론지 종적을 감춘 뒤 사흘만에 최 참판댁에서는 바우 할아범의 상주 없는 장례가 있었다. (80쪽)

-최 참판네도 이제 망조 들었지, 망조 들어. 내가 그놈의 집 구석 종놈한테 뺨따구를 맞아서가 아니라 사대독자에다 이제는 비리갱이 겉은 딸아아 하나니께 절손 아니가. 아무리 삼신당을 뫼셔봐야 무신 소용 있을라고.(107쪽)

-벌써 항구에는 왜놈들 장사치들이 설친다 카는데 허수애비 같은 임금 있으나마나, 총포 든 놈이 제일 아니가. 흥, 동학당이 벌떼같이 일어서도 별 수 없었는데 몇 놈이 쑥덕거리서 우짤 기라? (132쪽)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거야 두 말 하면 입 아프고, 무엇보다 경상도 사투리가 찰지다.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되지만 인천 토박이인 내가 그 맛을 낸다는 건 어림도 없다. 갑자기 외국 작품 속에서 우리나라 사투리로 표현된 부분들이 떠오른다. 굉장히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그 작가도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이런 맛일 텐데 그렇게 나타낼 수가 없으니! 그래서 원문을 읽어야 하는 거다.

-세상에 별소리를 다 듣것소. 사램이 인덕이 없일라 카이 앉아도 말이고 서도 말이고, 우째서 나만 보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잡아묵을라 카는지 모르겄구마. 사램이 버부리가 아닌 바에야 말 안 하고 우찌 살 기요. 시답지도 않는 말 가지고 꼬타리를 잡을라 카믄 한이 있겄소? (89쪽, 귀녀가 봉순네에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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