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사들인 2008년에 나는 이미 21권을 다 읽었지만 다른 책들이 중간에 마구 끼어들었기에 거의 1년 가까이 걸렸던 걸 기억한다. 이젠 출판사가 바뀌어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오는 모양인데 표지부터가 나남 책이 훨씬 마음에 든다. 양장본은 무거운 게 흠이긴 해도 보관하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잘 샀다고 스스로 머리 쓰다듬기)
설레는 마음으로 들여다본 1권은 낯익은 얼굴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와 반갑기 이를 데 없다. 윤씨 부인, 최치수, 봉순네, 길상이, 구천, 서희, 용이, 월선이, 함안댁 등 모두 기억 속 그대로다. 이때만 해도 내 기억력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역시 하루라도 젊은 게 도움이 된다.
배경은 경남 하동의 평사리. 대를 이은 대지주 최 참판댁을 중심으로 소작인들의 역사가 펼쳐진다. 동학운동이 한 차례 지나갔고 명성왕후가 시해된 어수선한 시기. 서울과 먼 이곳에서는 은밀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머슴을 살던 구천이 별당아씨를 데리고 도망을 가고, 다섯 살 서희는 고집스럽게 엄마를 찾아 봉선네를 힘들게 한다. 귀녀는 최치수의 아이를 가져 신분 복귀를 꾀하는데 그 뒤에는 노름에 빠진 몰락한 양반 김평산이 있다. 동학 장군 김개주와 윤씨 부인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1권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