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제목 : 원청 文城
◎ 지은이 : 위화
◎ 옮긴이 : 문현선
◎ 펴낸곳 : 푸른숲
◎ 2022년 12월 2일, 첫판 1쇄, 587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우리나라 독자들이 '베르나르 베르베르'만큼 좋아하는 외국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위화'가 아닐까 싶다. 그를 그렇게 유명하게 만든 건 누가 뭐래도 『허삼관 매혈기』일 것이다. 이미 영화까지 만들어졌으니 책을 안 본 이라도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으리라 본다. (그래도 원작은 한 번 읽어보는 걸 권하지만.)
그의 신간이 나왔다. ≪원청≫. 文城의 중국식 발음인가 보다. 중국 역사를 잘 모르니 당연한 일이지만 중국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 초기까지가 배경이라는데 이야기만 읽어서는 가늠이 되질 않는다. 그저 작가가 그리 밝혀놓았으니 그렇게 알고 있는 것뿐이다. 가난하고 배고프고 이리저리 시달리는 백성들이 등장하니 힘든 시기려니 생각할밖에. 여기서 중국식 복색과 풍습을 빼고 우리나라 사람들을 집어 넣어도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으니, 작가가 그런 난세 속 대한제국에도 ≪원청≫ 같은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한 말에 분명 있을 거라고 대답하고 싶어진다.
시진에 사는 린샹푸. 대부호인 그를 모르는 이는 없지만 강한 북쪽 억양을 쓰는 그의 내력을 아는 이는 없다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저 17년 전 나타나 지독한 눈보라를 뚫고 돌도 안 된 딸에게 젖동냥을 하러 다녔던 '온몸에 눈을 뒤집어쓴 머리카락과 수염이 잔뜩 자란 남자, 수양버들 같은 겸손함과 들판 같은 과묵함을 가진 남자'(13쪽)로 기억되는 그 사람.
그는 황허 북쪽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성실하고 부지런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도 어머니를 모시고 열심히 살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도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아청과 샤오메이라는 남매가 나타났고 말이 빠른 그들은 멀리 원청에서 왔다고 했다. 열이 난다는 동생을 남겨두고 아청이 떠났고 샤오메이는 자연스레 린샹푸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하지만 샤오메이는 어느날 린샹푸가 모아둔 금을 훔쳐 달아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배부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린샹푸는 그녀를 다시 받아들이고 예쁜 딸을 낳았지만 샤오메이는 또 다시 사라지고 만다. 린샹푸는 딸을 들쳐업고 그녀를 찾아 나섰다. 원청으로.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원청은 없다. 그는 시진 사람들 말투가 샤오메이와 닮은 것을 알아채고 결국 그곳에 자리를 잡는다.
이야기의 한 축은 이렇게 린샹푸가 샤오메이를 찾으면서 딸을 키우는 것이고 또 다른 축은 당시 ( '청나라가 무너진 뒤 전란이 그치지 않고 토비土匪가 곳곳에서 기승을 부렸다. 완무당을 노리는 토비도 예전보다 늘어났는데 주로 납치를 일삼았다. 부유한 집안의 아가씨를 잡아다 고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거였다.'(149쪽)) 이들을 괴롭혔던 토비와 마을 사람들 간의 참혹한 투쟁사다.
린샹푸가 샤오메이를 끝내 찾지 못한 것으로 끝이 났지만 뒷 이야기에서 샤오메이와 아창이 부부였으며, 이들이 살던 곳이 다름 아닌 시진이었고, 린샹푸가 그곳에 딸을 데리고 나타났을 때 그녀도 알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아이를 위해 지어놓은 옷과 모자를 계집종에게 들려 그에게 전했다는 것, 눈이 엄청 쏟아져 마을 사람들이 같이 천제를 올리던 그때 공터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얼어죽었다는 것을 전한다. 죽을 때까지 아이와 린샹푸를 그리워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