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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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제목 : 이토록 평범한 미래

◎ 지은이 : 김연수

◎ 펴낸곳 : 문학동네

◎ 수록작품 : <이토록 평범한 미래>, <난주의 바다 앞에서>, <진주의 결말>,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엄마 없는 아이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사랑의 단상 2014>,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등 8편

◎ 2022년 11월 11일, 1판 4쇄, 273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1. 시간을 이해하는 힘이 김연수에게는 있는 것 같다.

2. '리하쿠'라는 사케를 마셔야겠다.

3. 메리 올리버의 시를 찾아서 읽어보자.

딱 이렇게 세 문장만 남기자. 그리고, 내가 빨간 꼬리표를 달아준 얘네들도.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정말 행복하구나'하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으리라.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왜 불안해지는가? '행복'이라는 말이 실제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신한 언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19쪽>

-그게 아니라 결심만 해도 좋아요. 아무런 이유 없이 오늘부터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기로 결심한다거나. 아주 사소할지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하기만 하면 눈앞의 풍경이 바뀔 거예요.

<이토록 평범한 미래 , 27쪽>

-용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할 때 가능해집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30쪽>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이토록 평범한 미래, 34쪽>

-정미가 죽은 뒤로 마음의 가장자리는 매 순간 조금씩 시간에 쓸려 과거로 떨어지고 있었다.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103쪽 >

-그무렵 정미는 언젠가 세상이 모든 것은 이야기로 바뀔 것이고, 그때가 되면 서로 이해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게 되리라고 믿는 이야기 중독자였다.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115쪽>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비관주의가 도움이 돼. 비관적이지 않으면 굳이 그걸 이야기로 남길 필요가 없을 테니까. 이야기로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인생도 바꿀 수 있지 않겠어? 누가 도와주는 게 아니야. 이걸 다 우리가 할 수 있어. 우리에게는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이 있어.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121쪽>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른 모든 생명들에게 그랬듯 그들의 인생에도 시간의 폭풍이 불어닥쳤고, 그렇게 그들은 겹겹이 쌓인 깊은 시간의 지층 속으로 파묻히고 있었다.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127쪽>

-마음은 언제나 늦되기 때문에 유죄다. <사랑의 단상 2014, 196쪽>

-평생 삼천 명의 이름을 접한다고 해도 그중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단 한 명뿐이라고, 그 단 한 사람이 없어서 사람의 삶은 외로운 것이라고. <사랑의 단상 2014, 207쪽>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이 우주를 인식하기에는 육신의 삶이 너무나 짧기 때문에 인간은 말과 글을 통해 서로 협조함으로써 자신을 완성해나갈 시간을 단축해야만 한다.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222쪽>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231쪽>

-인간의 인식을 안으로 되돌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게 하는 거울은 뭐냐? 그걸 알려면 자신이 인식한 세계가 바로 자신의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려야만 해. 각자가 보는 세계가 바로 자신의 존재를 비춰주는 거울이니까. 존재의 크기는 그가 인식하는 세계의 크기와 같아.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235쪽>

'어두운 시간'이 '빛으로 가득 찬 이 몸'을 만든다.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언젠가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273쪽) 작가의 말 중에서.

디스크로 고통을 호소하는 뼈들의 아우성을 몰라라 하면서 늦은 밤까지 한 편 한 편을 기쁘게, 그리고 마지막 한 편의 긴 시 같은 '작가의 말'까지 흡족한 마음으로 읽었다. 그 보답으로 밤새 두통에 시달려야 했지만 '가을이 되면 가을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나에게 와, 은은한 먹향으로 번진 게 아까워서 진통제를 삼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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