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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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제목 : 명상록

◎ 지은이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옮긴이 : 박문재

◎ 펴낸곳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1일, 1판 10쇄, 270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때때로 책이 내게 오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인연이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언젠가 한 번은 읽어야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 열성적인 시도를 하지 않은 책이라 더 그렇다. '초서' 모임이 아니었다면 절대 안 읽었을 책.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을 왜 사람들은 그리도 열심히 읽는 걸까? 쓴 이가 유명한 황제라서? 이걸 읽으면 혹시라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거라는 환상으로? 어쩌면,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이걸 읽을 결심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를 유혹한 결정적 조각은 영화 <글라디에이터>였다. 그가 총애했던 장군 막시무스와 폭군이 된 아들 코모두스의 이름까지도.

- 로마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의 생애

말기에 외적들의 침공을 제압하기 위해서 제국의 북부

전선이었던 도나우 지역으로 원정을 간 10여년에 걸친

기간 동안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철학일기다.

-일차적인 목적은 마르쿠스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생각

들을 살펴보고,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인지를 자기 자신에게 충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제> 중에서. 9쪽, 13쪽

- 가장 오래 산 사람이나 가장 짧게 산 사람이나 잃는 것은 똑같다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가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은 빼앗길 수 없고, 모든 사람은 다 똑같이 현재라는 순간만을 소유하고 있어서, 그가 누구든 오직 현재라는 순간만을 잃을 뿐이기 때문이다. (제2권 14장, 51쪽)

- 늘 쾌활함을 잃지 말고, 외부의 도움 없이 네 자신의 힘으로 해 나가며, 다른 사람이 주는 편안함을 물리치고 스스로 서라. 네가 스스로 바르게 서야 하고, 남의 도움을 받아 서거나, 남이 너를 바르게 세우게 해서는 안 된다. (제3권 5장, 59쪽)

- 지구 전체가 한 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이 땅에 머물며 차지하고 살다가 가는 이 좁디 좁은 공간은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제4권 3장, 69쪽)

- 판단을 하지 말라. 그러면 네가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이 사라질 것이다. 그런 생각이 사라지면, 피해도 사라질 것이다. (제4권 7장, 71쪽)

- 누가 너에게 강요하는 대로, 또는 누가 네게 원하는 대로 어떤 것을 보지 말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라. (제4권 11장, 72쪽)

- 그림의 이쪽 면을 보았느냐. 이제는 저쪽 면을 보라. 고민하지 말고 단순해져라. (제4권 26장, 77쪽)

- 시간은 모든 생성되는 것들의 강, 아니 급류다. 어떤 것이 눈에 보이자마자 이내 떠내려가 버리고, 또다른 것이 떠내려 오면, 그것도 이내 떠내려가 버린다. (제4권 43장, 83쪽)

- 날이 밝았는데도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을 때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 (제5권 1장, 88쪽)

- 나라는 존재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들과 "질료"로 사용된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들 중 그 어떤 것도 무(無)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듯이, 무로 사라지지도 않는다. (제5권 13장, 97쪽)

- 진정한 행운은 네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진정한 행운은 혼의 선한 성향, 선한 충동들, 선한 행동들에 있기 때문이다. (제5권 36장, 107쪽)

- 네가 네게 맡겨진 의무를 행할 때에는 춥든지 덥든지, 졸리든지 푹 잤든지, 욕을 먹든지 칭송을 받든지, 죽어가든지, 또는 그 밖의 다른 어떤 상황이 닥쳐도 개의치 말고 행하라. 죽는 것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에, 죽음을 눈앞에 두었더라도 네게 맡겨진 일을 잘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제6권 2장, 108쪽)

- 인생에서 육신은 아직 굴복하지 않는데 정신이 먼저 굴복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제6권 29장, 117쪽)

-잠시 후면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잠시 후면 모든 것이 너를 잊게 될 것이다.

(제7권 21장, 135쪽)

책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생각날 때마다 써둔 것이므로 일기 같은 형식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복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은데 기본적으로는 윤리적인 삶을 살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있는 동안 좋은 통치자가 되고 대중을 위한 선을 실천하려고 애썼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신에게 거는 주문같은 것으로 느껴졌는데 약해지려고 할 때마다 자신을 채찍질하는 수단으로 쓴 글이 아닌가 싶다.

노년에 이르러서도 끝까지 이렇게 자신을 몰아세우다시피하며 백성들을 돌봤기에 5현제 중 하나로 칭송받는 것일 테지만 나는 왠지 그가 좀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는 신념에 따라 행동한 것이니 그는 괜찮았겠지만 모든 욕망들을 물리치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 싶어서.

영화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 책을 한 달 가까이 천천히 읽어가면서 느낀 것은 딱 두 가지. 첫 번째, 이 사람은 철저하게 자기 삶을 조율하고자 노력했구나. 두 번째, 한 번 읽어볼 가치는 있어도 빌 클린턴처럼 1년에 두 번씩 읽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통치자로서 뭔가를 얻고자 한다면 이것 말고 차라리 『도덕경』이나 『논어』를 읽는 편이 얻는 게 훨씬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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