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심하게 말하면 이게 전부다. 일을 대충 하고 술을 왕창 마시고 여자와 뒹굴고 그곳이 지겨워지면 다른 곳으로 떠나서 또 똑같은 일의 반복. 어떤 이야기라는 게 없다. 반복되는 날들을 기록해놓은 일기와 같다. 글을 쓰기 원하지만 그걸 열심히 하는 법도 없고, 하루종일 술에 취해 어렵게 구한 일조차 제대로 안 하고 농땡이치기 일쑤라, 며칠 못 가 잘리는 건 당연한 일이 되고, 입게 담기 민망한 섹스 이야기도 거침없다.
누군가의 추천(그의 전작이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이 궁금하다고) 으로 읽게 되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몰려오는 생각은 '당황스러움' '어이 없음' '이게 뭐지?' '이걸 문학작품으로 인정해줘야 해?' 등등. 결코 좋은 반응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만 잔뜩 떠올랐다.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그게 전부다. 희망. 사람을 낙담시키는 것은 바로 희망의 결핍이다. 나는 뉴올리언스 시절을 기억했다. 그 무렵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를 얻기 위해 일주일 내내 하루에 오 센트짜리 막대사탕 두 개만 빨며 지낸 적이 있엇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굶주림은 예술을 돕지 않았다. 그저 방해할 뿐이었다. 인간의 영혼은 위장(胃腸)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찌 됐든 인간은 동전 한 푼짜리 막대사탕보다는 고급 비프스테이크를 먹고 0.5리터들이 위스키를 마신 다음에야 훨씬 더 글을 잘 쓸 수 있다.' (91쪽)
이런 이야기조차 그 남자의 허세로밖에 안 보인다. 이 남자가 라디오를 켜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마저도 허세도 보인다. 물론 취향이지만 이 남자의 삶과 정말 안 어울리는 일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말하면 편견이라는 쓴소리를 듣겠지만 어쩔 수 없다.
팩토텀 Factotum 잡역부, 막일꾼을 이르는 말이란다. 헨리의 상태를 나타낸 말이다. 잡역부가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일을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주인공 헨리에게는 하루종일 술을 마시고 몸을 누일 곳이 있고, 마음에 드는 여자와 섹스를 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게 문제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투영된 작품이라고 하니 작가도 영 마땅치않아 보인다. '아니,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살아야 해?'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런 삶도 인정해주자니 속이 쓰리다.
그의 묘비에 'Don't Try'라고 적혀있다는데 그 말을 작가에게 되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