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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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제목 : 도련님

◎ 지은이 : 나쓰메 소세키

◎ 옮긴이 : 오유리

◎ 펴낸곳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10일 제2판 1쇄, 264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 수록작품 : <도련님>, <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 <런던탑>

이 책 역시 독서모임 후보작 중 하나였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마음』밖에 접해보지 않았으니 후보에서 떨어졌지만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읽어보기로 했다. 200쪽이 조금 넘는 분량이긴 하지만 어젯밤 10시가 넘은 시각부터 시작해서 12시가 되기 전에 다 읽을 만큼 가독성도 높다.

<도련님>

'부모님께 물려받은 천성이 워낙 막무가내인지라 손해만 보고 살았다.'(9쪽) 라고 했지만 이 도련님은 참으로 대책이 없다. 손해를 보고 살았다가 아니라 손해를 자청했다라고 해야 한다. 남들이 부추기면 안 될 걸 알면서도 하는 건 물론이고, 화가 나면 물불 못 가리고 덤벼들고, 씀씀이도 헤프고 노력이라는 걸 할 줄도 모른다.

'솔직히 이 순간 한마디 털어놓자면 내가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울컥하긴 하지만 그걸 해결할 지혜가 모자란다. 이런 때에는 어떡해야 좋을지 묘안이 떠오르질 않는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결코 물러설 수는 없다. 이대로 가만 있으면 내 체면이 말이 아니다. 도쿄 토박이는 패기가 없다는 말을 듣는 건 죽기보다 싫다. '(60쪽)

겨우 물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시골학교 수학선생으로 가게 되었으나 슬퍼하는 건 집에서 일을 봐주던 기요라는 할머니뿐이다. 기요는 내놓은 자식인 '나'를 훌륭한 인물이 될 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으며 좋은 집을 사서 꼭 자신도 함께 살게 해달라고 한다. 손바닥만한 시골 학교인지라 '나'가 하는 일은 모든 마을 사람들이 다 알게 되어 늘 학생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고 같은 선생들과도 친해지지 못하니 때려치울 생각만 가득하다. 그러다 교감인 빨간셔츠의 교활한 짓을 보고는 의기투합한 '거센바람'과 함께 실컷 때려준 뒤 도쿄로 돌아온다.그후 철도회사의 기수로 취직해 기요와 함께 산다.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은 나쁜 길로 들어서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나쁜 것에 물들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믿고들 있는 것 같다. 가끔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 부잣집 도련님'라면서 비꼬곤 한다. '(77쪽)

선생으로 일할 때 월급 40엔도 너무 적다고 생각하던 주인공은 기수가 되어 월급 25엔에 다달이 방값을 6엔으로 지불하면서 군말 없이 살게 되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시기와 배신에서 벗어나 늘 원하던 것처럼 솔직하고 순수하게 살 기회를 얻은 것도 큰 몫을 하겠지만 평생 자신을 사랑하고 걱정하고 믿어준 기요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가 다니던 절에 묻어달라면서 도련님 오시길 기다린다니 도련님은 그녀가 계속 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성실하게 잘 살아갈 것 같다.

<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

친구 츠다의 하숙집에 놀러 온 주인공은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할멈이 미신에 심취해서 골치 아프다는 얘기를 늘어놓는다. 개짖는 소리가 다르니 변고가 생길 거라고 했다면서 아내될 사람이 감기에 걸리니 자신의 말이 맞는다며 같은 소리를 해대니 미칠 노릇이라고 한다. 츠다에게 인플루엔자에 걸렸다가 죽은 사람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던 주인공은 비 내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뭔가 음산한 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다. 결국 이튿날 허겁지겁 약혼녀에게 달려간 그는 아무 일도 없는 걸 보고는 멋쩍어서 돌아온다. (*고토: 13줄짜리 일본 현악기)

분위기가 상당히 독특해서 세 작품 중 가장 즐겁게 읽었다. 긴장을 한껏 올렸다가 해소시키는 맛이 그만이다.

<런던탑>

런던탑에 구경을 간 주인공이 런던탑에서 있었던 역사를 보는 듯한 환각을 일으킨다는 짧은 이야기로,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같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끼워넣어 사실과는 동떨어진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작가의 영국 유학시절 경험이 녹아있을 <런던탑>은 눈 앞에서 벌어지는 듯한 영국 역사를 끼워넣으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삐그덕거린다. 영국 역사에 정통하지 않으면 쉽게 동화될 수 없달까. 그렇다고 일일이 주석을 달아놓기도 애매했을 터. 그저 작가만 만족하는 그날의 일기쯤으로.

즐겁게 읽었지만 발간 당시라면 모를까 지금 시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역시 나쓰메 소세키의 최고작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솔직히 이것도 읽은 지가 하도 오래되어 그때의 감흥으로는 상당히 충격적인 작품이었지만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다. '언제 다시 읽어도 좋은 작품' 이라는 수식어를 단다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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