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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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제목 : 오만과 편견

◎ 지은이 : 제인 오스틴

◎ 옮긴이 : 윤지관, 전승희

◎ 펴낸곳 : 민음사

◎ 2012년 10월 16일, 1판 65쇄, 559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극단적으로 말을 한다면, 마지막 장을 넘긴 다음 반응은 딱 한 가지다. '아쉽다.' 그런데 이 아쉽다는 두 가지로 읽는 게 가능하다. 하나는 작품이 끝나서 아쉽다, 하나는 작품이 너무 아니어서 아쉽다. 이 작품은 후자쪽이다. 심지어 '아이고, 지겨워.'까지 붙었다. (독서토론 선정 책만 아니었으면 끝까지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얼핏 보아 신데렐라의 꿈을 그리고 있는 듯한 이 작품은 여성 인물들의 성격, 그들이 결혼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우여곡절, 그러고도 예외적으로밖에 주어지지 않는 사랑과 조건이 일치하는 결혼 등을 통해 근대의 여성이 처한 부당한 처지, 그 사회가 겪고 있던 전통적인 가치와 새로운 가치의 충돌 등을 자세하고 진실되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바로 이처럼 전통적인 가치관으로부터 근대적인 가치관을 향한 이행을 가능케 해줄 토대가 퉁분치 않은 상황이 정도나 양상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오만과 편견』이 발표된 이후 20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겠다.' -제인 오스틴의 삶과 문학, 그리고 『오만과 편견』 중에서. 550~551쪽 -

이렇게 역자들이 과대포장을 해주고 있음에도 이 책은 내게서 감동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물론 그 이유는 영화가 너무 유명해서 문장을 읽을 때마다 해당 배우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난감함이 한 몫을 하긴 했지만, 어떤 것들은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어도 (심지어는 그것이 엄청난 반전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볼 때마다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을 볼 때 이 작품은 그렇게까지 매력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는 쏠쏠했다. 냉소적이고 신랄하기까지한 베넷 씨와 무식하고 예의도 없으며 수다 떠는 게 낙인 베넷 부인, 얌전하고 아름다우며 모든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는 첫째 딸 제인,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둘째 딸 엘리자베스, 책 읽고 공부하기만 즐기는 따분한 셋째 딸 메리, 천방지축이고 게으르며 자기 멋대로인 넷째 딸 리디아, 리디아의 영향으로 같이 천방지축인 막내 키티, 잘 생기고 친절하지만 약간 우유부단한 빙리 씨, 오만함이 몸 밖으로 뿜어져나오는 듯하지만 츤데레인 다아시 씨, 등등.

엘리자베스(리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내용은 둘째 딸이라는 점과 발랄하고 개성 넘친다는 점, 딸들만 있는 집. 이런 요소들 때문에 이 책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아씨들』 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거기엔 감동이라도 있지.)

'오만이란 실제로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재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31쪽), 메리의 말 중에서.

사람들은 첫 만남에서의 인상으로 상대방을 평가하기 마련이다. 그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행동이 어땠는지를 잣대로 삼는 것이다. 다아시가 보인 첫 인상이 사람들에겐 ‘오만’으로 비쳤고 이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그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갖게 되었다. 그 편견은 서로가 쉽게 깨려고도, 깰 수 있는 요소를 주지도 않아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이러한 오만과 편견으로 두 주인공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기회를 몇 번이고 놓쳤으니 작가는 ‘오만과 편견’이 불러오는 부정적 영향을 이들을 통해 보여주며, 독자들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경고해주는 의미로 이런 제목을 붙인 것 아닐까.

이 책에서 호감이 가는 인물은 아무래도 다아시. 오만하게 비치지만 상대에게 가진 애정으로 아무 말 없이 많은 도움을 주는 츤데레다. 딱 떠오른 건 사실 ‘앨런 릭먼’(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스네이프 역)이지만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라 패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 다음이지만 역시 너무 나이가 많고 (46세), 그렇다면 역시 손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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