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는 쏠쏠했다. 냉소적이고 신랄하기까지한 베넷 씨와 무식하고 예의도 없으며 수다 떠는 게 낙인 베넷 부인, 얌전하고 아름다우며 모든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는 첫째 딸 제인,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둘째 딸 엘리자베스, 책 읽고 공부하기만 즐기는 따분한 셋째 딸 메리, 천방지축이고 게으르며 자기 멋대로인 넷째 딸 리디아, 리디아의 영향으로 같이 천방지축인 막내 키티, 잘 생기고 친절하지만 약간 우유부단한 빙리 씨, 오만함이 몸 밖으로 뿜어져나오는 듯하지만 츤데레인 다아시 씨, 등등.
엘리자베스(리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내용은 둘째 딸이라는 점과 발랄하고 개성 넘친다는 점, 딸들만 있는 집. 이런 요소들 때문에 이 책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아씨들』 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거기엔 감동이라도 있지.)
'오만이란 실제로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재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31쪽), 메리의 말 중에서.
사람들은 첫 만남에서의 인상으로 상대방을 평가하기 마련이다. 그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행동이 어땠는지를 잣대로 삼는 것이다. 다아시가 보인 첫 인상이 사람들에겐 ‘오만’으로 비쳤고 이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그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갖게 되었다. 그 편견은 서로가 쉽게 깨려고도, 깰 수 있는 요소를 주지도 않아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이러한 오만과 편견으로 두 주인공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기회를 몇 번이고 놓쳤으니 작가는 ‘오만과 편견’이 불러오는 부정적 영향을 이들을 통해 보여주며, 독자들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경고해주는 의미로 이런 제목을 붙인 것 아닐까.
이 책에서 호감이 가는 인물은 아무래도 다아시. 오만하게 비치지만 상대에게 가진 애정으로 아무 말 없이 많은 도움을 주는 츤데레다. 딱 떠오른 건 사실 ‘앨런 릭먼’(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스네이프 역)이지만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라 패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 다음이지만 역시 너무 나이가 많고 (46세), 그렇다면 역시 손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