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직업 - 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이은혜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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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제목 : 읽는 직업

◎ 지은이 : 이은혜

◎ 펴낸곳 : 마음산책

◎ 2021년 6월 5일 1판 5쇄, 231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읽는 직업'이라고 제목을 소리내어 읽었을 때 얼핏 든 생각은 '좋겠다.'였다. 직업이 읽는 거니까 이 사람은 참 좋겠다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일이야말로 지극히 이상적이지 않은가. 그러니 책도 아주 쉽고 편하게 설렁설렁 읽히겠구나 싶었다. 허나, 읽어갈수록 책은 내 예상을 빗나갔고 나는 삐딱하게 앉아 있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책을 쓰게 된 이유 세 가지를 이렇게 밝힌다. '저자들을 많이 좋아했고 앞으로도 그들과 한편이 될 것이므로 저자들에게 이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편집자란 어떤 존재인가를 알리고자 했다, 독자들은 최종 결과물인 책을 읽는 것으로 족하겠지만, 책 만들기의 역사와 현실도 알게 되면 흥미로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다. 흥미롭다기보다 골치 아프다 쪽이 맞는 표현이다. 당신들의 일까지 알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면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편집자의 일이라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편집자의 일을 해내기 위해 그녀가 읽어야만 했던 많은 책들과 논문과 자료들이라니. (그녀가 열거한 것들 중 내가 아는 건 거의 없다는 게 충격이다.) 팩트체커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저자와 친분을 맺은 이야기, 관계가 소원해진 이야기, 저자들이 보내오는 원고 등을 이야기 하는 저자 관찰기,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의 편집자들의 수고로움을 볼 수 있는 편집자의 밤과 낮, 잘 안 팔리는 책들과 복간을 못 하는 이유 등을 보여주며 좋은 책이 외면당하는 안타까움이 절절한 독자와 책을 옹호하며,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편집은 배치와 재배치, 수정과 재수정의 과정이며, 편집자는 원본을 창조하는 저자와는 독창성 면에서 수백 킬로미터쯤 떨어진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편집자가 공들여야 하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수백 수천의 시간이며, 결국 지난 세월을 돌아봤을 때 남는 것도 뒤에 버려진, 길에 뿌려진, 못 보여준 것 속에 간직된 시간들이다. (90쪽)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만들던 편집자는 자기만의 책지도를 갖게 되며, 그것은 지금 이 책에서처럼 글 여기저기에 인용된다. 더 많이 읽는 편집자일수록 더 훌륭한 독자가 되거나 작가가 될 수도 있는 이유다.

(94쪽)

-독자는 때로 책을 책꽂이에 처박아둠으로써, 즉 침묵함으로써 자신을 지킨다. 나와 작가는 침묵함으로써 서로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고 자기 식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176쪽)

저자가 인용한 수많은 책의 제목만으로도 주눅이 들었다. 그저 이야기에만 치중했던 내 독서편력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마저도 나는 책꽂이에 처박아두는 일을, 나를 지키는 일을 너무나 자주 해왔다. 내 식대로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영화<죽어야 사는 여자> 에서 골디 혼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채 걸어다녔던 것처럼 그렇게 살아왔던 거다. '그 시절이 지나면 못 읽는 책들' 이 되기 전에 책꽂이에 처박힌 책들부터 구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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