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리테쉬 바트라 감독, 짐 브로드벤트 외 출연 / 에프엔에스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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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제목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

◎ 지은이 : 줄리언 반스

◎ 옮긴이 : 최세희

◎ 펴낸곳 : 다산책방

◎ 2017년 9월 11일, 초판 42쇄, 267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사과해야 할 인물에 줄리언 반스도 추가됐다. 이 책이 처음 나왔던 2012년에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분명 그때 이 책을 구입했으나 읽다가 던져버렸고 『시대의 소음』 역시 같은 운명을 맞았더랬다. 그는 나와 맞지 않는 작가라고 거리를 두기를 몇 해. 그러다 또 무슨 변덕인지 며칠 전 책장 속에 팽개쳐진 『시대의 소음』을 읽은 뒤에야 비로소 이것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욕구가 생겨 중고서점에서 (혹시 또 실망해서 집어던질 것을 대비해. 그럼 전에 있던 책은 어디로?)데려왔다. 내 예감은 틀렸다. 별 다섯 개 획득이다. 진작 못 알아봐서 미안하외다, 줄리언 씨!

화자인 앤서니(토니)와 고교시절 몰려다니던 친구 콜린, 앨릭스, 그리고 에이드리안 핀. 그리고 앤서니의 연인이었던 베로니카가 주요 인물이다. 베로니카는 그와 헤어진 후 에이드리안과 커플이 되었지만 얼마 후 에이드리안은 '삶이 바란 적이 없음에도 받게 된 선물이며, 사유하는 자는 삶의 본질과 그 삶에 딸린 조건 모두를 시험할 철학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만약 바란 적이 없는 그 선물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결정대로 행동을 취할 윤리적, 인간적 의무가 있다는'(88쪽) 이유로 자살한다. 앤서니는 마거릿과 결혼하고 딸을 낳고 이혼을 하고 퇴직 후 병원 도서 관리를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 포드, 즉 베로니카 엄마의 유산을 상속받으라는 편지를 받는다. 사라가 남긴 편지에는 에이드리안의 일기장도 그의 것이라는 명시가 되어 있다. 앤서니가 끝까지 일기장을 찾으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 일기장은 증거였다. 확실한-아마도-증거물. 진부하게 반복되는 기억을 구제해주고 물꼬를 터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136쪽) 그러나 베로니카의 거부로 일기장을 받지 못하자 몇 번의 이메일을 보낸 후에 그녀에게서 일기장 일부의 복사물을 받지만 일기보다는 문서에 가까운 글을 보며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그리고 그녀가 건네준 건 앤서니가 그 둘을 비난하며 보낸 편지. 아이가 생겨 각자의 인간관계에 독처럼 작용하는 고통이 평생 이어지길 바란다는 그 편지.

그리고 또 다시 그녀를 보게 되었을 때 그녀는 차를 타고 가며 일행 중 누군가를 보라고 했으나 앤서니는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한다. 베로니카가 화를 내고 가버린 후 그 일행들이 드나들던 펍에서 에이드리안을 닮은 청년을 발견한다. 다시 펍에서 에이드리안의 아들 (에이드리안이라 불리는)과 마주쳤을 때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된다. 그가 사라의 아들이라는 것. 그리하여 '그러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하고, 연결고리가 끊길 거라고 할 때, 그와 같은 단절의 책임 소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150쪽) 라고 적힌 이 문서도 해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34쪽) 이라고 파트리크 라그랑주의 말을 빌어 얘기했던 에이드리안 핀. 그가 고등학교 역사시간에 했던 이 말은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문장이다.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11쪽) 우리는 늘 같은 사건을 겪고도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기억을 왜곡시키길 서슴지 않는다. 이소라의 노래처럼 '기억은 다르게 적힌다'.

베로니카가 '아직도 감을 못 잡는구나, 그렇지 넌 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살지그래.'(246쪽)라는 비아냥을 흘릴 때 나는 같이 주눅이 들어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내가 놓친 게 뭐야? 혼자 당황하며 앞으로 뒤로 가기를 여러 번 했다. 나도 앤서니처럼 모자란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던 나쁜 베로니카. 복선이라고는 베로니카의 엄마와 앤서니 둘이서만 함께 했던 아침 식사, 그리고 앤서니가 둘에게 보냈던 편지뿐인데 어떻게 알아챌 수가 있냐고! 그러나 이런 장치들 덕분에 이야기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유주얼서스펙트급 반전을 선사하는 것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를 안 볼 수가 없었다. 러닝타임 108분의 비교적 짧은 영화, 짐 브로드벤트와 샬롯 램플링이 주연이라니 그것부터 신뢰도 상승이다. 샬롯 램플링은 <45년후>에서 정말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기에 이 영화에서 그녀를 보는 게 어찌나 반갑던지. 게다가 그녀가 읽고 있던 츠바이크의 소설도!

영화는 책과는 약간 다른 부분들이 있지만 그것이 영화를 해치거나 원작을 훼손시키지는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 좋은 연출과 좋은 배우들이 만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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