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2
최은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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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제목 : 어제는 봄

◎ 지은이 : 최은미

◎ 펴낸곳 : (주)현대문학

◎ 2019년 3월 25일 초판1쇄, 175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최은미

1978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현대문학』으로 등단.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

장편소설 『아홉번재 파도』가 있음. <대산문학상> 수상.

양주에 대해 쓰기 시작한 지 10년째가 되는 봄이었다.

아이를 낳은지 10년째가 되는 봄이기도 했다.

그런 때에 나는, 오래전에 발생한 어떤 죄의 만료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경찰관을 만났다. 나는 물을 등진 절벽 위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소설을 쓰고 있었고,

서른아홉이었다.

49쪽

수진은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원고를 쓴다. 그리고 그 자문을 위해 이선우라는 경찰관을 만나고 그 만남은 다시 숨겨두고 싶은 여자의 과거로 가 닿는다. 엄마의 외도와 아버지의 자살, 엄마의 외도를 알려준 이웃집 아줌마의 행방불명. 욕망이 없는 남편, 사랑하지만 애정표현 대신 화를 내기 일쑤인 딸 소은과의 메마른 생활은 죽음의 탈을 둘러쓴 그녀가 자초한 일이다.

아버지의 자살은 아버지와 꼭 닮은 자신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그녀는 안다. '나는 어쩌면 아빠가 자살했던 마흔여덟까지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살아 있지 못할 수도 있다.'(92쪽) 이렇게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던 그녀는 이선우와 묘한 감정이 흐르는 사이로 발전하지만 서로의 엄마가 외도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술자리 이후 멀어졌다가, 소은이의 봄소풍 때 숲에 나타난 멧돼지를 이선우가 잡으면서 다시 기회가 열린다. '나를 극복하고 너에게 가는 길은 이렇게도 멀어서, 나는 여전히 매일매일 1층으로, 엘리베이터 밖으로, 유리문 너머로, 니가 나를 기다리던 곳으로, 힘을 다해 달려 나간다.' (153쪽) 그녀는 이선우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한 가지 미스테리를 품고 있으나 끝까지 해결하지 않는다. 보는 사람 몫이다. 알아서들 정리해보시지.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 '나는 해결할 일이 있어 그곳에 간 게 아니다. 나는 는 있어도 민원은 없었다. 나는 경찰서에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10쪽)

- '나는 그날 양주에 대해 얘기했다. 양주 북부의 한 읍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양주에서 살던 여자가 양주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서.'(12쪽)

- '나는 알 수가 없어서 엄마를 계속 쳐다본다. 엄마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아니, 알 것 같아서, 아니, 처음부터 알았으니까, 아니, 여전히 알 수가 없어서, 엄마의 얼굴을 뚫어버릴 것처럼 쳐다보다가 한마디 한다. "좋아?" "……." "살아 있으니까 좋으냐고." (130~131쪽)

양주에서 일어난 그 일이 수진에게 엄마의 외도를 알려주었던 그 아줌마의 실종을 의미하는 건지, 아버지의 자살과 엄마의 외도를 다룬 것인지, 죄라 칭한 것이 엄마를 미워한 것에 대한 것인지, 실종사건과 관계된 것인지, 양주에서 일을 저지른 여자가 엄마인지 수진인지, 숲에서 검은 늑대를 보는 이유가 어린 날에 목격한 엄마의 외도 장면인지, 아빠의 자살인지 명확하지 않다. 모든 것은 한 덩이로 뭉쳐다닌다. 그럼에도 수진이 그 아줌마의 실종과 관계가 있다는 설정이 있어야 이야기가 좀더 완벽해 보인다.

선우와 이별을 통해 10년간 쓰던 소설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여자, 자신때문에 나타난 검은 늑대라 여겼던 멧돼지를 선우가 잡아줌으로 해서 트라우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여자, 수진. 그녀는 이제 자신이 그렇게 혐오했던 엄마의 외도를 똑같이 따라 할 것이다. 그러고나면 선우처럼 자신의 엄마를 이해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신이 하는 건 사랑이라고 믿으며.

결혼은 사랑이 존재할 때는 따스한 봄이었다가 사랑이 식어버리면 바싹 메마른 가을로 건너뛰고 끝끝내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겨울이 이어진다. 서로에게 사랑을 허락할 이들에게 어제는 봄이었고 앞으로 다가올 계절은 여름이리라. 강렬하고 뜨거운 계절처럼 그들의 사랑도 그렇게 불타오를 것을 제목에서 예고하고 있는 것 같다. 부디 그들의 만남은 그저 사랑으로 귀결되기를, 그리하여 딸 소은은 수진같은 트라우마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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