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코후지의 편지쓰기가 끝나고 나면 이렇게 그달의 행사에 관한 짧은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좋다. 병기해놓은 '한국의 열두 달 세시풍속 이야기'는 편집팀에서 한 거겠지만 비슷하거나 전혀 다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이참에 한국판 코후지 이야기를 쓰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솟구치기도 했음.)
세시풍속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면 정말 지루한 책이 되었을 테지만 코후지가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올 수 있게 만드는 주변인들의 따뜻함과 서로 도와주는 마음, 주고받는 위로, 다시 찾은 꿈 등이 얽혀있어 이야기는 힘을 얻는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것만으로는 그런 풍속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다 알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궁금하면 가지를 뻗어 다른 책으로 이어지면 될 터이니 확장독서를 할 수 있는 또다른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발판 역할은 충실히 하고 있으나 약간 어수선한 부분들이 있어 별점을 높게 주지는 않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점차 우리 생활에서 밀려나고 있는 세시풍속들을 떠올려본다. 우리나라 세시풍속 대부분이 농사와 관련이 있어 모르는 게 많다고 해도, 곧 다가올 부처님오신날의 탑돌이나 수리취떡을 해먹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단오 같은 날은 도시에 사는 우리도 아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아쉬운가. 낡아서 부서지기 전에 바람도 쐬고 기름도 먹이고 뿌리도 단단히 박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