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대성당』
-지은이: 레이먼드 카버
-옮긴이: 김연수
-펴낸곳: 문학동네
-내 마음대로 별점: ★★★★
-수록작품: <깃털들>, <셰프의 집>, <보존>, <칸막이 객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비타민>, <신경써서>,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 <열>, <굴레>, <대성당>
-마음에 드는 작품: <대성당>,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12편의 단편이 실린 책 중에서 두 편이나 마음에 들었으면 성공이다. 사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지만 우리와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 완전 몰입이 어렵다. 두 번째로 읽는 것임에도 어렴풋하게 기시감이라도 발휘된 건 역시 마음에 들었던 두 작품이다.
추리소설 대가 중 하나인 레이먼드 챈들러를 좋아한 탓에 레이먼드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의 이 책을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려고 마음 먹었다면 책을 읽는 동기 치곤 웃긴다고 하겠지만 그것이 숨김 없는 사실이다. (나도 참 이상한 데 잘 꽂히는 경향이 있다.) 물론 김연수의 번역이라는 엄청난 미끼도 한 몫을 했는데 결론은 김연수의 작품들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이다. 그의 『일곱 해의 마지막』을 보라!
책에서 냄새가 날 리는 없지만 4D 영화를 본다치고 생각해보면 이 책에서는 술과 가난, 실패와 괴리감, 상실 등이 떠돈다. 그래서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이라고 거창하게 내걸었겠지만 또한 그 이유로 알 수 없는 거부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은 이런 상실의 느낌은 그만 받고 싶다. 그래서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갈등이 최고조를 향해 달리는 드라마는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설사, 상실의 느낌을 갖고 있다고 해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처럼 작은 따스함이라도 전달받고 싶다.
아이의 생일에 케이크를 받기로 주문해놓았지만 하필 그날 아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맨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빵집 주인은 전화를 걸어놓고는 케이크라고만 얘기한다. 아이가 죽은 뒤에야 마침내 케이크를 떠올린 부부는 이른 새벽 빵집에 찾아가 원망을 늘어놓고 미안해진 빵집 주인은 갓 구운 빵을 꺼내 부부에게 대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