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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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대성당』

-지은이: 레이먼드 카버

-옮긴이: 김연수

-펴낸곳: 문학동네

-내 마음대로 별점: ★★★★

-수록작품: <깃털들>, <셰프의 집>, <보존>, <칸막이 객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비타민>, <신경써서>,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 <열>, <굴레>, <대성당>


-마음에 드는 작품: <대성당>,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12편의 단편이 실린 책 중에서 두 편이나 마음에 들었으면 성공이다. 사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지만 우리와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 완전 몰입이 어렵다. 두 번째로 읽는 것임에도 어렴풋하게 기시감이라도 발휘된 건 역시 마음에 들었던 두 작품이다.

추리소설 대가 중 하나인 레이먼드 챈들러를 좋아한 탓에 레이먼드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의 이 책을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려고 마음 먹었다면 책을 읽는 동기 치곤 웃긴다고 하겠지만 그것이 숨김 없는 사실이다. (나도 참 이상한 데 잘 꽂히는 경향이 있다.) 물론 김연수의 번역이라는 엄청난 미끼도 한 몫을 했는데 결론은 김연수의 작품들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이다. 그의 『일곱 해의 마지막』을 보라!

책에서 냄새가 날 리는 없지만 4D 영화를 본다치고 생각해보면 이 책에서는 술과 가난, 실패와 괴리감, 상실 등이 떠돈다. 그래서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이라고 거창하게 내걸었겠지만 또한 그 이유로 알 수 없는 거부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은 이런 상실의 느낌은 그만 받고 싶다. 그래서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갈등이 최고조를 향해 달리는 드라마는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설사, 상실의 느낌을 갖고 있다고 해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처럼 작은 따스함이라도 전달받고 싶다.

아이의 생일에 케이크를 받기로 주문해놓았지만 하필 그날 아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맨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빵집 주인은 전화를 걸어놓고는 케이크라고만 얘기한다. 아이가 죽은 뒤에야 마침내 케이크를 떠올린 부부는 이른 새벽 빵집에 찾아가 원망을 늘어놓고 미안해진 빵집 주인은 갓 구운 빵을 꺼내 부부에게 대접한다.

"아마 제대로 드신 것도 없겠죠."

빵집 주인이 말했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127쪽

따뜻한 빵 한 조각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그들을 다시 일어서게 할 힘이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진정으로 내민 손길은 이토록 힘이 된다. 상실과 구원을 짧지만 강렬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대성당>은 조금 독특하다. 아내의 맹인친구가 하룻밤 묵으러 오는데 아내는 잠이 들고 주인공인 나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대성당을 설명하려다 한계에 부딪힌다. 맹인은 종이 위에 그려보라고 하고는 그가 쥔 펜을 함께 잡아 느낌으로 대성당을 바라보고 주인공 역시 눈을 감고 사물을 보는 법을 배운다.

"난 좋아. 자네가 뭘 보든지 상관 없어. 나는 항상 뭔가를 배우니까.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까. 오늘밤에도 내가 뭘 좀 배운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지. 내겐 귀가 있으니까."

<대성당> 303~304쪽

'내겐 귀가 있으니까'라는 이 구절이 퍽하고 가슴을 때렸다. 귀뿐이랴 눈도 있고 코도 있고 입도 있으니 그만큼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을 텐데 늘 게으름에 지고 마는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하나. 그래도 하나 다행인건 늘 나 자신을 한심해하고 실망을 해도 새롭게 시작할 마음은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편집은 오래 씹어야 맛이 느껴지는 거친 빵과 같다. 급하게 먹으면 도무지 뭘 먹었는지 알기도 전에 목구멍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다시 손을 뻗어줘야만 한다. 『대성당』을 두 번 읽은 것도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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