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맞아. 딱 그런 걸 원했거든! 그런데 아니라고?
작가는 (서점주인은) 이 일기에서 오웰의 「서점의 추억들」에 나오는 구절을 소개하는데 대부분은 그 시대에 한한 내용들인지라 살짝 거북한 부분도 있지만 조지 오웰이 서점(햄스테드에 있는 '북 러버스 코너')에서 일할 때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쥔장(숀)은 '우리 서점을 사랑하고, 보유서적의 품질을 개선하고 장사가 잘 되게 하기 위한 일이라면 뭐든 하려고 노력한다. 단지 그런 일이 어떤 건지 우리 두 사람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111쪽)' 라고 칭한 니키라는 점원과 함께 일하는데 나 같으면 당장 그만두라고 할 만한 상황에서도 둘이 잘 지내는 걸 보면 둘이 똑같기 때문인 것 같다. 왜냐면 니키도 만만치 않은 게 서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가관이다.
'사랑하는 여러분! 또 니키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숀이 얼마나 배려 있고 인정 많은 사람인지 모르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제가 아주 꽁꽁 언 빙판길을 지나 차도 없이 서점에 겨우겨우 도착했을 때, 바닥에서 올라오는 찬기를 막고 싶으면 골판지 상자를 펴서 작업대 밑에 깔아도 좋다고 허락했답니다. 그것도 아주아주 두꺼운 상자를요. 정말 친절하지 않나요? 그리고 난방기의 빨간 전원 불빛(열은 조금도 안 나지만) 덕분에 보기만 해도 참 아늑해요. 숀이 이렇게 다정하답니다! (385~386쪽)'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재미있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알바생들과 고양이 캡틴, 중고서점을 들락거리는 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건조한 표현 속에 도사린 유머들로 인해 빛을 발한다. 분명 실명을 사용했을 텐데 어쩌려고 이 사람은 이렇게도 솔직하게 기분 나쁨과 그들의 무식과 그들의 예의 없음을 낱낱이 쓴 걸까? 나만 전전긍긍하지, 이 분은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눈치다. 그들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들만 봐도 그렇다. 이게 2014년의 일기라고 하고 여태 서점을 잘 운영하고 있다니까 별 문제는 없는 모양이다.
여기에 언급된 많은 책들 중 내가 아는 건 안타깝게도 20%가 될까 말까다. 그중에서 특히 『럼두들 등반기』가 나타났을 땐 어찌나 기쁘던지. 너도 읽었구나! 이거 모르는 사람 많은데. 반가워! (나보다 어린 것 같아서 반말 좀 했수)
서점 주인은 가만 앉아서 일할 거라는 상상을 여지없이 부수고, 책 상자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중노동에, 인터넷서점과의 소리 없는 전쟁, 책을 사러 멀리 까지 가서 일일이 들춰보고 값을 매겨야 하는 머리 아픔에, 어이 없는 손님들 응대까지 해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고민 중이다. 서점 하지 말까?
아무튼 아침 먹고 앉아서 쉼없이 네 시간 가량 읽어댔다. 남의 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지. 일기 안 쓰는 걸 반성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날이 그날 같아서 안 쓴다는 애들의 핑계를 그대로 들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