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 마디, 포옹 한 번이 그리운 아이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집에서 키우던 동물들이다. 린다라는 개와, 아르튀르라는 말, 망아지 페리소, 우연히 돌봐준 비둘기, 오리들..그들이 있어 그녀는 죽음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노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몰래 보던 책들 (아홉 살 나이에 읽은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재미있었다고 하는 그녀의 말이 충격적이었지만)은 숨 쉴 구멍을 마련해주었다.
무엇보다, 그녀를 구원해준 건 역시 몰랭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다. 됭케르크에서 제일 좋은 악기점을 운영했던 몰랭 씨가 중형그랜드 피아노를 사려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집에 왔을 때부터 모드의 앞날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한 눈에 사정을 짐작한 그로 인해 모드는 비로소 음악에 취할 수 있었고 시내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마침내 악몽같은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으니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과거는 수면 위로 올라와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