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 박민규, 한겨례신문사

 

나는 OB를 너무나 사랑했다.

진중하게 입을 다물고 투구를 하던 멋진 모습의 박철순을,

1루에서 다리 찢기를 근사하게 해내던 신경식을,

아내와의 불화설에 시달리던 김**을,

그리고 크라운 맥주보다 OB맥주를 사랑했다.

난, 당연히 OB팬일 수밖에 없었다

인천에서 살고 있었으니, 연고지인 삼미를 응원해야 마땅했으나

내 마음은 오로지 OB를 향해 가지를 뻗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삼미슈퍼스타즈는 안중에도 없었고

뒤늦게 나온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따위는

생기거나 말았거나 무슨 상관이었냐는 투로 일관했다.

그러다가..참으로 그러다가,

나는 그의 명성을 듣고서야 그에게 슬그머니 관심이 생겼다.

박민규라는 작가가 있다더라..그의 입담이 장난이 아니라던데.하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소설계에 따분함이 생겨

다른 곳을 뒤지기에 바빴던 나로서는

마치 버터바른 빵에 잔뜩 탐닉해 있다가 뒤늦게야

김치가 몸에 좋다더라에 홀딱 넘어가 슬금슬금

김치쪼가리를 주으려고 덤비는 거지꼴과 다를 바 없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나는 박민규를 만났다.

첫 장을 넘기면서 배꼽빠지게 웃어재끼기 시작한 것이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계속 되었다.

진정으로 회 맛은 모르나 쫄깃한 씹힘으로 시작해서

어디 숨어 있을 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나타날

고추냉이의 알싸한 맛을 기대하게 되는 초밥 같은,

그리고 결코 잊은 적 없이 알맞게 들어간 고추냉이를 만나게 되는

그런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가볍지만 결코 바람이 분다고 휙 날리지 않은 무게가 가운데 자리한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산다는 것이 어때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군데군데 묘사된 인천의 모습들을 보는 동안

내가 돌아다녔던 골목들이 생각나서 반가웠으며

한 번도 관심 갖지 않았던 삼미 슈퍼스타즈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OB팬이다.

프로에 환장한, 이겨야 산다는 것에 길들인 현대인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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