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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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는 끈질기게 내 옆에 붙어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이후 마음에 든 까닭이다.

<동굴>은 그의 책 답다


가끔은 주인공들이 겪는 힘듦이 내 속으로 파고 들어

그런 책은 그만 좀 읽었으면 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중간에 잠깐 쉰 이유이기도 하다.

내 성정이라는 게 그리 모질지는 못해서

드라마를 볼 때도 뻔히 비극이 예견되거나

모진 상황을 맞기 전이라면 그 다음 것을 안 보려고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로서 무책임한 짓을 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 터라

내 마음대로 읽는 시기를 결정해도 되는 책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주인공인 시프리아노 알고르는 예순네 살이 되는 도공이다

그는 딸인 마르타와 센터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마르살과 함께

살아간다.


흙으로 만든 그릇들을 점점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되면서

인형을 만들게 되고 그것마저 반응이 신통치 않자

공방을 폐쇄하고 상주경비원이 된 마르살을 따라

센터로 들어가게 된다.


모든 물질과 정신까지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센터

감시카메라와 금지구역.

자꾸만 두고 온 집이 그리워지는 식구들.

그러던 어느 날, 센터 아래 지하에서 동굴이 발견된다.

엄중한 경계 속에 비밀에 부쳐지던 동굴을 직접 가 본

알고르와 마르살은 동굴의 모습을 본 후 센터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거기서 뭘 보셨는데요, 죽은 사람들은 누구고요.

그 사람들은 우리다.


쇠사슬에 묶여 움직일 수 없는 모습으로 죽어 있던 사람들을

알고르는 자신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한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맨 앞 장에 먼저 붙여 놓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누군가가 움직이는 대로 내 팔을 들어올리고

누군가가 가르쳐주는 대로 다 믿어버리며

누군가가 '이게 네 운명이니 거스르지 말거라' 하면

'네' 대답하는 인형 같은 나도

거기 죽은 여섯 사람 중에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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