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수전은 그렇게 자랐다. 소매치기들이 범람하는 그런 곳에서

장물을 취급하는 사람 곁에서, 아이들을 맡아 키우면서 돈을 받는

위탁모 곁에서 사랑을 받는다고 믿으면서,

살인자인 어머니가 교수형을 당했다는 걸 꿋꿋하게 견디면서.

아무런 걱정 없이 불편함도 모르던 그 생활에 변화를 준 건

그들이 '젠틀먼'이라고 불렀던 리차드 리버스

그는 시골 '브라이어'에 사기 칠 인물을 하나 점찍어 두고

그녀을 속이기 위해

그를 도와줄 하녀로 수전을 데리고 가야 한다고,

그들이 속여야 할 인물인 '모드 릴리'가 그를 사랑하게 만들어서

결혼을 하기만 하면 그녀의 유산을 떼어주겠다는 말로 꾀어서

수전을 교육시킨다.


참을 수 없을 것 같던 브라이어에서의 생활도 점점 익숙해지고

아무 것도 모르고 당하게 될 모드에게 애정까지 느끼게 된 수전

젠틀먼의 계획에 동참하는 걸 갈등하면서도 가엾은 모드와

야반도주를 하고 젠틀먼과 결혼식을 치르게 한다


괴로운 며칠 간이 지나가고 드디어 정신병원에 넣기로 한 날

충격적인 반전에 또 반전..오호라!

이 책 이야기를 하려면 내용을 전부 공개해야 하지만

뒷 이야기를 말해버리면 책을 읽는 재미가 뚝 떨어지기 때문에

찌이익~

700쪽이 넘는 이 책을 읽느라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

뒷장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너무 궁금해서 잘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이름이란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내 전부를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게 이름이리라

이름을 들으면 내 얼굴이 떠오르고

내 습관이 떠오르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내가 잘 하는 것과 못 하는 것, 닮고 싶은 것, 닮기 싫은 것,

더불어서 내 뒤쪽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

내가 이루어놓은 일들이 생각나겠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을 한다

이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 이름을 발음했을 때 울리는 공명에도 책임을 져야겠지


수전 트린더와 모드 릴리.

두 명의 삶에 대해 긴박한 700쪽을 읽어나가는 동안

나는 이렇게 이름에 대해 잠깐 집착을 해봤다

그 세월 동안 내가 행동한 것들, 이룬 것들이 보일 텐데

아직까지도 '조00'에서 'ㅈ'부분에만 색을 잔뜩 칠해 놓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 하는 건 아닐까 겁도 났다


다시 마음이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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