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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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헌혈이란 걸 해본 것은 고등학교 수학시간.

수학 수업을 받기 싫어서 하러 간 거였는데

너무 빨리 끝나는 바람에 결국은 수업을 들어야 했던

뼈아픈, 아니 피아픈 기억이 난다.

그 헌혈을 하고나서 엄마한테 혼난 기억도 난다.

비리비리해서 피도 모자라게 생긴 것이 헌혈을 한다고.


내 자유의지로 헌혈을 해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을 즈음엔

자주 하려고 노력을 했고,

부천역사에 헌혈원이 있을 때는

가끔 수업이 비는 중간이나 끝날 무렵

시간이 맞을 때마다 가서 헌혈을 하곤 했다.

내 의지라야 고작 얻어 먹는 빵 한 개와 우유 한 개, 그리고 영화상품권으로

다시 돌아오는, 어떻게 보면 좋은 일 하나 하고 공짜표도 생기는 신나는 일인데 비해

허삼관은 할 수 없이 살기 위해 피를 꼭 팔아야 하는 일이 생기고

목숨을 건 매혈을 통해 인생의 고비를 힘겹게 넘어간다

 

중간중간 웃음을 흘리게 만들면서도 가슴 찡한 이야기.

특히, 모든 가족이 국수를 먹으러 가고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밝혀진 일락이만 고구마 한 개로 끼니를 때우게 되었을 때

누구나 붙잡고 국수 한 그릇만 사주면 자기 아버지로 삼겠다고

울며 다니는 일락이를 업고 국수를 사주러 가는 장면이

잊혀지질 않는다.


매캐한 먼지 냄새와 빈곤, 지저분함과 기름진 것들을

함께 느끼게 되는 이 책은 쉽게 읽힌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허삼관의 모습에서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황주 두 냥과 돼지간볶음을 들고 아버지를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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