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으로 시작하는 주식 투자
앤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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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련 책은 내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읽지 않았던 장르다. 심지어 학창시절 고3 시절 담임이 경제과목 선생님이었음에도, 경제시간마다 졸았을 정도로 경제는 나와는 1도 맞지 않았던 장르였다. 하, 하지만 그것도 다 어릴때 이야기. 회사에서 받은 쥐꼬리 만한 월급으로 살기엔, 집값은 왜이리 비싸며(은행에 억소리나는 대출), 공공요금은 왜 하루가 멀다하고 인상되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재테크의 ‘재’짜도 잘 몰랐기에, 그저 무작정 적금드는게 다였다. 가만있어보자, 그때 적금 이율이 아마 3.5%였나. 그 돈으로 주식을 하기엔, 어려서부터 ‘주식, 도박, 경마’는 하면 안된다고 귀에 못박히게 들었기에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 허허허. 반면 당시 우리 구남친 현신랑은 이미 주식을 하고 있..었.....다는 뭐 그런 이야기...... 그래서 돈 좀 벌었다는 그런 이야기.............



그때 어른들 말 무시하고 대기업주 몇백만 사뒀어도.......후.........주식은 어려서부터 공부할 수록 좋다고 하던데.........후..........



하지만 지금에와서 포기하기엔, 아직 내 살날은 많이 남았고, 죽는 그 순간까지 돈을 써야하고, 하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 근로소득을 벌기위한 노동을 할 수 없으니!!!!!!! 재테크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고, ‘재테크=주식’이니. 하하.하하. 지금이라도 주식을 공부해봐야지. 하하.



물론 우리 신랑은 내 전폭적인 지원아래, 지금까지 주식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건 안 비밀!



1장, 작고 소중한 월급을 지키기 위한 주식공부:


        ▶ 주린이가 빠지기 쉬운 세 가지 함정


2장, 주식 투자 전 이것만은 알고 하자


        ▶ 주식 투자 용어 정리, 투자 방식


3장, 돈 되는 종목은 따로 있다


        ▶ 기업의 재무재표, 현금흐름, 안정성 확인


4장,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하나요?


        ▶ 매매 시장 판단 분석


5장, 월급쟁이 엔츠의 투자계획


        ▶ 포트폴리오 구상, 유망 산업 주목!


코로나19 이후로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우리집이야 뭐, 신랑이 늘상 하고 있었고, 꽤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으니 ‘주식’이라는 것 자체가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확실히 요 몇년간 주식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건 확실히 느낀다. TV 채널을 돌리다보면 주식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아침 출근길에 듣는 라디오에서도 주식전문가가 나오고, 여기저기 주식주식주식. 



온갖 매체에서 ‘주식’이야기를 하다보니, 주식을 안하던 사람마저도 주식을 해야할 것같고, 주식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착각까지 들게하는 마성의 재테크, 주식. 하지만 여기서 함정이 있다. TV에서 주식을 말하는 사람들은 대게 성공담만 말하는 사람들이니, 그들처럼 되겠다고 무작정 주식의 길로 들으서면, 백프로 패망한다는 사실!


코 묻은 돈으로 호기롭게 주식장에 입성한 필자는 이렇게 연달아 쓰디쓴 실패를 맛보았다. 주린이가 빠지기 쉬운 함정인 리딩방, 확증편향, 뇌동매매를 보기 좋게 모두 겪은 것이다. 리딩방에 참여하면서 잃은 돈은 그래도 ‘내 탓이 아니야.’ 라고 생각하며 버틸만 했는데, 뇌동매매로 잃은 돈은 정말 스스로 한심해서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자 정부가 내 계좌를 사찰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카메라를 찾던 내 모습이 생각나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는 커녕 거지가 되기 딱 좋았다. p 031



한때 그알에서도 다뤘던 리딩방이라던지, 확증편향에 뇌동매매. 주린이들에게 쓰디쓴 실패를 쥐어주며,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들이다. 만약 이 실패의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면, 주식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고자하는 마음이 들게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런건 배우지않고, 계속 수렁으로 빠지는 사람들도 있으니. 주식이란 참 무서운 친구..랄까..^_T..



‘기본에 충실해지자.’라고 판단한 필자는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 투자에 기본이 되는 이론들을 소개하는 책과 회계와 재무 전공 서적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에 관한 책들부터 학교에서 배우고 책장에 박아두었던 영어로 된 전공서적까지 말이다. p 033



정말 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맨땅의 헤딩은 금물이다. 주식은 그 자리에서 내 돈을 불릴 수도, 박살낼 수도 있는 실전이다. 고로 기본부터 착실히 갈고 닦을 것! 나름 주식과 친할거라 생각했던, 경영학 전공자였던 저자조차도 멘땅의 헤딩으로 주식을 시작했다가 가진 돈을 다 잃고, 주식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신랑이 꽤 오랜시간동안 주식을 하는지라, 나름 주식 용어에 대해선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발의 피였다...ㅋㅋㅋㅋㅋ 뭐 이리 용어가 많아? 그마저도 아래 용어들은 기본용어들이니, 이것조차 모른다면 주식은 시작하면 안될 것 같다. 하하..하..

#주식투자 용어정리 


▶시가총액


시가총액은 상장 주식을 ‘시가’로 평가한 그 주식의 시장 가치다. 쉽게 말해 회사가 ‘지금’ 거래되고 있는 가격을 말한다. 한 기업의 시가총액은 ‘발행주식 수 X 현재 주식의 가격’으로 계산한다.


▶ 코스피


코스피는 ‘국내 종합주가지수’를 말한다. 쉽게 말해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의 주식 가격을 하나로 묶어 표시한 지표라고 보면 된다. 코스피 지수의 등락은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따라서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1%P  하락했다는 뜻은 그날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의 주가 변동을 종합해봤을 때 상장된 전체 기업의 시가총액으로 보면 1%P 하락했다는 의미다.


▶ 코스피200


국내에 상장된 모든 기업 중 덩치가 큰 기업 200종목의 주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국내에 상장된 기업 중 업종의 대표성, 거래량, 기업의 덩치를 고려해 선정한 200종목의 주가를 나타낸다.


▶ 코스닥


코스피200이 ‘대기업’이 속해있는 지수라면, 코스닥 지수는 상대적으로 ‘중견, 중소기업’이 속해 있는 지수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기업 등의 자금 조달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중에서도 ‘코스닥50’ 지수는 코스닥 상위 50개 기업을 따로 묶어 만든 지표다.


▶ ETF


쉽개 말해서 ‘패키지’다.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을 고르는 번거로움이 없는 펀드와 언제든지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주식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품이다. ETF에는 ‘삼성그룹 ETF’, ‘2차전지 ETF’, ‘코스피200 ETF’ 등 엄청나게 다양한 상품이 존재한다. ETF는 적은 금액으로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면서 리스크 분산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도 ETF에 투자 비중이 높다.


▶ 인덱스 펀드


인덱스 펀드는 앞서 말한 코스피200, 코스닥50 등에 투자하는 ETF라고 보면 된다.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코스피, 코스닥 혹은 코스피200, 코스닥50 등과 같은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 코스피200과 코스닥50의 편입 여부가 중요한 이유가 이 인덱스펀드 때문이다. 외국인과 대형 기관은 개인 투자자보다 상대적으로 인덱스펀드 상품에 큰돈을 투자한다. 외국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보통 한국의 특정 기업에 투자하는 의미보다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 ‘한국 시장’자체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다우존스 지수


다우존스 지수는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우량 기업주식 30개 종목을 표본으로 한 세계적인 주가지수라고 보면 된다. 애플, 코카콜라, 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콜드만삭스, 나이키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 포함된다.


▶ S&P 500


다우존수와 함께 대표적인 세계 주가지수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S&P가 작성한 주가지수며 다우존스와 마찬가지로 뉴욕에 상장된 기업의 지수를 나타낸다. 다만 다우지수는 30개의 기업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S&P 500은 500개의 우량기업주를 중심으로 선정한다.


▶ 나스닥


나스닥은 미국뿐만아니라 전세계의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위래 형성된 시장이다. 비록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위해 형성되었다고는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속해있는 시장이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 투자해야 할까? 패시브 투자 vs 액티브 투자


주식이란 그저 ‘재테크’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잘 생각해보니, 개인 입장에선 ‘재테크’일 수도 있겠으나, 주식이란 모름지기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를 뜻함이다. 만약 내가 우리 회사의 주식을 샀다면, 난 우리 회사에 투자한 사람이라는 뭐 그런이야기(..는 실제 이야기ㅋ).



좋은 투자 습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주식을 ‘투자’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모든 투자는 장기성을 내포한다. 좋은 기업을 골라 장기 투자하는 것만큼 안정적이고 수익이 좋은 제태크도 없다. 하지만 무작정 ‘장기 투자’를 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본인이 산 회사가 돈을 잘 벌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심지어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투자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단기든 장기든). 이는 투자가 아닌 투기다. p 060



그니까 결국 주식은 그 기업에 대한 투자이므로,  내가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건 당연하다. 그나마 난 내가 다니는 회사니까, 남들보다 잘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는데...ㅋㅋㅋㅋㅋ.. 음. 오ㅐ 안오르지..? 난 아직도 내가 다니는 회사를 잘 알고 있지 못하는건가, 하. 하긴, 아직도 난 우리 회사를 잘 모른다. 내가 봤을땐 대표부터 관리자까지, 이 회사가 살아있다는게 놀라울 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하지 않는 대기업이니 말이다.


허 참....이상한 일이군.



패시브 투자자와 액티브 투자자는 주식시장의 가정부터 거의 모든 것이 상반된 의견을 토대로 한다. 하지만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패시브 투자를 맹신하는 투자자와 액티브 투자를 맹신하는 투자자 모두 돈을 버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바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패시브 투자의 성과가 액티브 투자의 성과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자료를 여럿 확인할 수 있따. 하지만 가치 투자의 대가라고 부르는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위대한 펀드매니터 피터 린치는 대표적인 액티브 투자자였기 때문에 ‘무조건 패시브 투자가 낫다!’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각 투자의 장단점을 파악한 후 자신의 성향과 접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p 061


뭐 여튼! 이 책에 따르면 내가 우리 회사의 주식을 산건 아마도 ‘패시브 투자’인 듯 하다. 그....렇겠지..?


1. 패시브 투자


패시브 투자는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가정한다. 효율적 시장의 가장 중요한 논지는 ‘주가는 이미 모든 정보를 반영한다.’라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은 이미 투자자가 판단 가능한 모든 정보를 반영하고 있으므로 투자자의 판단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유로 패시브 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은 자기 주관대로 종목을 선정하거나 매매시점을 포착하지 않는다. 따라서 액티브 투자에 비해 장기 투자를 지향하고 매매 회전율과 거래세, 운용 보수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2. 액티브 투자


액티브 투자자들은 시장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시장이란 것이 참여자들이 모여 형성되는데 참여자들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에 비효율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기업의 가치보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오버슈팅 현상과 기업의 가치보다 주가가 현저히 낮은 저평가 종목들이 발생한다고 말하며, 저평가 종목은 매수하고 오버슈팅 종목은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밸류에이션 방법을 어떻게 하는지, 향후 해당 기업의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는지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업의 가치는 천차만별로 나누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티브 운영을 통해 전설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자들이 너무도 많고, 지금도 액티브 운영을 통해 패시브 운영의 수익율를 넘어서는 투자자 역시 존재한다.p 61 ~ 69 中



뭐.. 장황하게 ‘패시브 투자’냐, ‘액티브 투자’냐 구분하기도 힘드니, 제일 좋은건 묻어두고 보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주식의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면, 사고 묻어두는게 최고일지도^_T....


하지만 사람들은 주가가 내리면 ‘X잡주’라고 욕하며 매도하기 바쁘고 주가가 오르면 이때다 싶어 매도하기 바쁘다. 이런 식으로는 제아무리 종목을 보는 눈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지속 가능한 투자가 될 수 없다. 장담하건데 얼마 안 가 계좌의 잔고가 파랗게 변할 것이다. 괜히 “망치 매매법이 답이다.”라는 말이 나오는게 아니라는 걸 명심하자(망치 매매법은 매수 버튼을 누른 후 망치로 머리를 쳐서 기절한 후 꺠어나서 매도하는 매매법을 말한다. 농담인듯 진담같은 주식 투자자들의 말이다). p 071


주식투자의 리스크 관리: 분산투자


오우! 제약업계에 몸담고 있는 나에게 리스크 관리는 뗄레야 뗄수 없는 단어인데, 이게 주식시장에서도 통용될 줄이야! 하긴 생각해보면 그렇다. 주식시장이라는게, 내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느냐 떨어지느냐에 따라, 그 기업에 투자한 내 돈도 더블이 되느냐 휴지쪼가리가 되느냐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리스트 관리 방법 중 하나가 분산투자라니. 부..분산투자는 수익률이 아니라 안전성을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제사 알게 된 난, 역시 주식을 하면 안될지도 모르겠다. 주식은 그냥 신랑에게나 맡겨야지..하..


분산투자는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개념은 아니다. 리스크, 즉 위험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 분산투자는 우리의 수익률을 증대시켜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줄여주고 뇌동매매를 방지하는 안전벨트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내가 가진 종목이 예상치 못한 이슈로 크게 하락하거나 주식시장의 큰 조정이 왔을 때 리스크 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면 큰 손해를 낼뿐더러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할 확율이 높다. 하지만 나의 포트폴리오가 효과적인 분산투자로 이루어져 있다면, 시장 충격이 오더라도 나의 원칙대로 매매하며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p 073~074




그래프를 보면 종목 수가 늘어날수록 비체계적 위험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따. 이것이 바로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가 줄어드는 ‘분산 효과’다. 하지만 종목 수를 아무리 늘려도 일정 수준부터는 총 위험이 감소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바로 시장에서 오는 위험, 즉 체계적인 위험은 종목 수를 아무리 늘린다고 할지라도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 이처럼 종목 분산을 통해 비체계적 위험을 줄일 수는 있지만, 시장 위험은 줄일 수 없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현실적으로 비체계적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p 075 ~ 076



*비체계적위험: 오너리스크, 산업리스크 등


*체계적적위험: 시장위험(전쟁이나 전염병 등)


분산투자는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것만 말하는 게 아니다. 금이나 부동산을 사거나, 해외주식을 사는 등의 자산군의 다양화 역시 분산투자에 속한 방법이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떄는 전혀 상관없는 기업(상관계수 0) 혹은 아예 반대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기업(상관계수 -1)을 편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예를 들어 수출 비중이 높은 A기업을 매수했다면, 수입 비중이 높은 B기업을 편입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옳다. 환율이 내리든 오르든 둘 장 하나는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장 위험을 나타내는 체계적 위험은 어떤식으로 분산할 수 있을까? 바로 자산군의 다양화를 통해 가능하다. 해외 주식, 채권, 부동산, 금, 비트코인 등 자산을 분산하면 체계적 위험 역시 감소한다. 한국에 전쟁이 나더라도 미국 시장과 금, 비트코인 등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p 077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주식이란, 그냥 돈 벌고 싶다고 무작정 시도했다간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재테크라는 것이다. 다만, 기초공사를 튼튼히 한다면(?) 제 2의 월급까지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꾸려가기에 딱 좋은 재테크이기도 하다는 것.




고로, 아직까지 주식을 하기 전이라면, 하지만 주식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주식의 기초를 다지고, 주식의 흐름을 보는 눈을 0.01%라도 틔우고 주식을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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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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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음식과 관련한 책들이 꽤 있다. 음식 책 하면 단연 떠오르는 레시피 북도 있고, 음식의 역사에 대한 책도 있고. 한마디로 ‘음식’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에서 세분화된 여러 장르의 책들이 있다. 그 여러장르 중에서도 없는 장르가 바로 ‘철학’인데, 이 책으로 하여금 음식에 대한 철학 책까지 내 책장에 꽂히게 되었다. 음, 맞다. 이 책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음식의 사유와 철학’ 이 정도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음식과 철학’이라고 하니, 이 책이 뭔가 무겁게 느껴지는데? 하지만 전혀 그렇지않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무거운 철학이 아니라,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법한 그런 생각이 담겨있는 것 뿐이다. 예컨데 이 음식은 어떻게 내 밥상 위에 올라왔을까? 이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뭐 이런 생각들이라고나 할까. 



일상에서 변화를 실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바로 부엌이다. 얼마나 기적적인 일이 거듭되는가. 볼품없는 감자 한 알이 감자퓌레가 되고, 뇨키가 되고, 감자수프, 포테이토 수플레로 변신하는가 하면, 밀알은 빵과 파스타가 되고, 크로와상과 피자가 되며, 돼지고기는 베이컨과 돼지고기 구이, 테부어스트가 된다. 우리 아이는 특히 동물이 살코기가 되어 접시에 오르는 변화에 엄청나게 몰두했었다. 


“이건 전에 뭐였어?”


아마도 우리가 보다 더 자주 물었어야 할 질문이 아닌가 싶다. 너무도 많은 고통이 그 변화 과정에 숨어있으니까. p 044



“이건 전에 뭐였어?”


밥상위에 올라온 음식을 아무생각없이 먹어재끼던 내 3n년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 아이의 질문이다.



내가 먹는 육고기의 시작은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숨 쉬던 소, 돼지, 닭같은 동물들이다. 태초에 이 동물들이 처음부터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난것은 아닐진데, 인간보다 약하다는 이유로 어느순간부터 인간에게 가축화되어,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나기 시작했다. 말이 쉽지, 이 동물들을 인간이 먹으려면, 동물들이 죽어야 한다. 칼로 목을 치든, 약으로 죽이든, 죽이는 방법은 다양할거니 패스하고. 문제는 이 동물들이 죽어가며 겪는 그 고통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생각해보았을까 하는 점이다.



난 인간들에게 먹히기 위한 동물들의 죽음에 대해, 단연코 생각해본적이 없다. 심지어 어렸을 때 시골 한 읍내 시장에서 살아있는 닭이 한 기계에 들어가 순식간에 털이 다 뽑히고, 죽어서 나온 것까지 보았음에도 말이다. 그 모든 일을 당하는 닭에겐 엄청난 고통이 있었을 것이며, 엄청 잔혹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는 그 상황을 개의치않게 보았다. 그저 ‘저 닭은 누군가가 먹기 위한 치킨이되겠구나!’ 싶었을뿐.



적어도 내가 요리를 하는 재료들이, 내 밥상위에 올라오는 음식들이 그냥 쉽게 생겨나는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내 밥상에 올리온 모든 음식들이 내 피가 되고 살이 됨에 감사하며 먹어야지.



우리 모두에게 뇌 요리는 색다르면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음식으로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도 믿기 어렵다. 정말로 네 명의 아이를 위해 송아지의 뇌가 네 개나 있었나고? (……) 우리가 송아지의 뇌를 앞에 두고 역겨워했다면, 송아지 뇌 요리의 광팬들은 스파게티를 보면서 역겨워하지 않았을까? p 059



나라마다 소비하는 음식들 중에서 유독(!!!) 살고 있는 문화나 종교에 따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음식들이 있다. 내 기준에서 보면, 중국에서 먹는 박쥐나, 동물의 뇌 뭐 이런 것들. 반대로 외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들을 보면 역겹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 모든 걸 문화의 차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지만, 그래도 역겨운건 어쩔 수 없지않나. 하지만 그렇다고 “왜 이런걸 먹어? 역겨워! 이런건 먹으면 안돼!” 라고 말하면, 그건 오지랖중에서도 대형 오지랖이랄까. 그냥 ‘아, 저 나라는 저런것도 먹는구나’ 하고 넘어가면 될일이다. 그저 서로 취향존중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



개인적으로 이해안되는 부분중 하나가 ‘식용 개고기’에 대한 논쟁이다. 개를 아낀다는 사람들은 식용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야만인 취급하며, 좁은 사육장에 있는 개가 불쌍하다며 반대한다. 근데 그들이 반대하는 사유가 오롯이 ‘개’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이 참 그렇다. 닭이나 돼지들도 대부분 좁고 더러운 사육장에서 살며, 때에 맞춰 도축되고, 사람들의 밥상에 오르는데 왜 이에대해선 반대하지 않는걸까? 개, 돼지, 닭 모두 다 같은 동물인데, 개는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이 많으니 먹으면 안되고, 상대적으로 식용가축에 속하는 소, 돼지, 닭은 어떤 환경에서 키우든 먹으면 그만이라는 걸까? 참 이중적인 마인드다. 



다 바꾸지 못할거면, 그냥 서로 취향존중하는게 어떠한지-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우유는 지구촌 전체에 걸친 문제이다. 유럽은 지나치게 많은 우유를 생산하면서도 아무런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다. 소규모 낙농 농가는 대규모 낙농업자 때문에 허물어지고 있다. 우리는 터무니없이 많은 우유를 생산하려고 젖소의 건강을 해친다. 더는 소를 목초지로 내보내지 않는다. 우리의 전원도 덩달아 황량해지고 있다. 우리가 생산한 우유를 분유로 만들어 수출하는 바람에 다른 나라에서는 낙농법이 파탄 일로를 걷고 있다. p 077



초콜릿이 주는 위로 덕분에 우리는 때때로 실패와 좌절, 근심을 잊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삶의 모든 좌절과 고통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리 초콜릿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너무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은 곤란할테지만. 그리고 아동을 노동에 투입하거나, 거대한 코코넛 농장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등 정치적인 이유에서 피해야 하는 특정 제품도 제외해야 할 것이다. 이젠 아무것도 간단하지가 않다. 하다못해 초콜릿 하나 먹는 것도 말이다. p 089



나는 독일에 있는 모든 닭이 한목소리로 깊은 한숨을 내쉬는 걸 듣는다. 닭의 삶은 소름끼치도록 끔찍해졌다. 우리가 닭의 생육 환경에 무관심해지기 시작한 이후부터. ‘유기농 닭’이라고 해서 크게 나을 것도 없다. 왜 우리는 몇십 년이 흐르도록 칸칸이 쌓아 올린 닭장과 병아리 분쇄기를 두고만 보고 있을까? 뭐가 잘못된걸까? 제정신이긴 한 걸까? p 104



독일로 돌아온 나는 내 손에 들린 아보카도를 바라본다. 녹색의 황금. 아보카도에 얽힌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웅웅거린다. (……) 아보카도 토스트, 과카몰레에 대한 나의 열정, 아보카도 전쟁, 물 부족, 누구도 이 모든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보카도에 ‘혐오 식품’이라는 뜻으로 ‘Hass’라는 작은 스티커를 붙이는 건 어떨까? p 196



환경 다큐도 꽤 즐겨보는 나로써, 이런 부분들은 꽤 마음이 아프다. 



과카몰레를 즐겨먹던 나인지라, 마트가면 아보카도 한 두개씩 꼭 집어왔었는데, 이 아보카도가 물 부족에 엄청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섣불리 아보카도를 사먹지 못하게 되었다. 조금더 들어가자면, 아보카도는 물 사용량도 많지만 ‘탄소발자국’도 큰 식품중 하나다. 



‘탄소발자국’이란, 개인이나 국가 또는 아보카도 같은 이런 과일같은 모든 것들이 직, 간접적으로 발생기키는 이산화탄소같은 온실기체의 총량이다. 한마디로 탄소발자국이 클 수록 온실기체 발생량이 많다는 이야기이며, 지구의 기후변화에 엄청나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아보카도는 물 사용량도 어마무시하지만, 탄소발자국도 엄청시리 커서 지구를 점점 망가트리는 대표 과일중 하나라고나 할까. 뭐, 아보카도가 이런 결과를 원하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이렇게 된 것일뿐. 아보카도를 사례로 들긴했지만, 대게 먼 외국에서 날라오는 열대과일류는 탄소발자국이 큰 것들이라 할 수 있다(열대과일 농장을 만들기 위한 산림 파괴, 저임금 노동착취도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즉, 우리가 열대과일을 즐겨먹음으로써, 나도 모르게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니 뭐 그렇다고 먹지말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고 먹는 것보단 알고 먹는게 낫다고 생각하는지라. 뭐, 그렇다.



우리에게는 동물의 예술 작업에 대한 심미안이 전혀 없다. 그런 이유로 복어는 알아서 미리 대비했을 것이다. 복어는 독성이 매우 강하다. 일본에선 매년 복어 독에 사망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식당에선 복어 살로 만든 요리, 특히 복어 간 요리가 별미로 손꼽힌다. (……) 복어는 비교적 자기 자신을 잘 보소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인간을 셈에 넣지 못했다. 그사이 품종 개량이 돼서 독성이 없는 복어가 나온 것이다. p 141



복어 독! 복어요리를 꽤나 좋아는 나인지라, 신랑이랑도 이런 동식물의 심미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다. 예컨데 복어는 분명 살아남기 위해 체내에 독을 만들었을거고, 매운 고추도 살아남기 위해 캡사이신을 만들어냈을거다.하!지!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동식물들의 지혜는 인간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복어에 독이 있어도 인간은 어떻게든 그 독을 제거하고 복어를 먹고, 고추가 아무리 매워도 인간은 땀을 뻘뻘흘리며 먹는 등 인간은 음식앞에선 목숨조차 내걸 정도로 진심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음식을 먹으면서 이토록 식재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내 생각의 폭이 매우 넒어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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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 시인이 보고 기록한 일상의 단편들
최갑수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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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을 때 전문서적이나 지식습득을 위한 책의 저자 이력은 중요사항(!)으로 생각한다. 반면에 에세이나 수필은 저자의 이력에 크게 개의치 않아해서, 이력부분은 잘 안보는 편이다. 그래서 이 에세이도 으레 그렇듯 표지를 펼치고, 책을 읽으려고 하다보니 문득 저자의 이력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이 여행에세이다보나 당연히 저자는 여행작가라는 내용의 이력만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의 이력 중 유독 내 눈길을 끄는 이력이 있었다. 바로 <EBS 세계테마기행-필리핀> 출연이라는 문구. 어쩜세상에나, <EBS 세계테마기행>은 내가 즐겨보는 방송이고, 심지어 코로나시국인 이때 매주 재방송해주는 것까지 챙겨보는 나인데, 어쩌면 내가 보았던 편에서 저자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괜시리 저자가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세계테마기행>에 출연했다고 하니, 이 책이 달리보인다. 왜인지 몰라도 그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장소들을 또 한번 보게 될 것 같아 기대가 되고, 괜히 더 정감가고 막 그러기 시작했다는 건 안비밀!



책 표지와 작가의 이력만으로 당연히 여행에세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이 책 『오래전부터 말하고 싶었어』. 읽고보니 이 책은 단순한 여행에세이가 아니었다. 하긴 책 제목만 보아도 여행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던건데!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다 읽고나서 느낀 건, 이 책은 여행에세이이자 힐링에세이, 거기에 감성을 두스푼 곁드린 책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멋진 감성 여행사진이 실려있는 여행에세이는 시중에도 많다. 고로 널리고 널린 여행에세이 가운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언가 그 책만의 특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 특징으로 ‘감성사진’과 저자 특유의 ‘위로’를 담은 것이었다.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행을 떠나온 그들(혹은 우리들) 모두가 얼마나 개성 있고, 멋있고, 다재다능한 친구들인지 알게된다. 그러니 당신.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특별하고 비범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왜 그렇게 평범해지지 못해 안달인거죠? p 027



난 살면서 평범한게 제일이라 생각했다. 평범해야 사람들 속에서도 눈의 띄지않고, 평범해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있었을 재능이나 기술도 없는 것마냥 치부하며 숨죽이고 조용히 살았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그렇다. 왜 우린 굳이 .. 아득바득 평범해지려고 노력하는 걸까? 사람마다 다 다른 재능이 있고, 다 다른 능력치가 있기에, 같을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느샌가 우리는 ‘평범’이라는 단어아래 모여서, 모두가 같은 모습을 하길 바라고 있었다.




대체 왜 우리는 ‘평범’이라는 단어 아래 모이려고 하는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는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해서 배척하는 우리 사회의 영향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저 어떠한 재능이 특출나거나, 남들과 다른 것을 좋아하거나, 남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졌을 뿐인데 말이다. 그저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면 되는 것 뿐인데, 우리가 사는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 다른 재능을 품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언제쯤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찾아올까? 그날이 오긴 올까?




 



옛날엔 ‘청춘’ 이라하면, 다들 십대후반에서 이십대를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삼십대인 나만봐도 그렇다. 내 십대후반부터 이십대중반까지는 크게 빛나던 삶을 살진 못했다. 그냥 계속 학업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제대로 하지 못했달까. 그래서 딱히 기억에 남는 시간도, 경험도 크게 없다. 하지만 이십대 후반에 들어서, 결혼이라는 터닝포인트를 기점으로 그때부터 오롯이 나만의 ‘삶’이 시작되었다. 



누군가 내게 당신의 청춘은 언제였는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테다. 열정, 불안, 무모함, 호기심이 청춘을 정의하는 단어라면 내게 청춘은 이십 대 시절이 아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그때가 내게 청춘이다. p 051



저자는 말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그 때’가 바로 청춘이라고. 고로 내가 하고 싶은 일, 즐기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끼는 바로 그 때가 청춘이니, 내 청춘은 지금이다. 아마 이후로도 내 청춘은 계속 이어질것이다.



어른이 되기위해 가장 먼지 배워야 할 게 뭔지 알아?



세련되게 거절하는 방법을 알 고 있을 것.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이 안면으로 일을 들이밀 때는 일단 생각해 본 다음 메일로 답을 드리겠다거나, 상사가 당직을 바꾸자고 할 때를 대비한 적당한 핑곗거리 정도는 만들어 둬야지. 곁들여 말한다면, 할까 말까 망설여지는 일은 경험에 비춰보건데, 시작하지 않는게 좋아. 일도 그르치고 인간관계도 불편해질 뿐이지. 기억해둬. 거절을 잘하면 인생이 두 배는 편해진다는 것을. p 070



아, 급 인생의 쓴맛이 나타난다. 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에 뛰어들면, 그때부터 어른이라 생각했다. 근데 어른이라 생각한 나와, 학생이었던 나와의 차이점은... 크게 없었다. 뭐지? 난 분명 회사에 다니고, 월급을 받고있는데 말이다. 그러다 문득 회사에 오래 다니던 사람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아, 진정한 어른은 상대방이 무언가를 떠넘겼을때, 기분나쁜 티를 내지 않고 잘 거절하는 구나!! 상대방이 무언가를 떠넘겼을때,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서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어른은 커녕 풋내기에 불과했구나^_T. 이걸 깨닫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오랜시간동안 나는 떠넘겨진 많은 일을들 수행했고, 나는 회사에서 어느새 스마일맨.


 



 



하지만! 지금은 조금 어른이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젠 절절한 타이밍에 ‘거절’이라는 스킬을 발휘할 수 있게되었으니까. 거절만 잘해도 내 회사 생활의 1/3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거절’은 내 주요 무기가 되었다.



회사생활의 나머자 2/3은...?? 사람이다. 어쩔수 없다. 그냥 버티는 것^_T......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좋은 여행이란?


그러면 이렇게 답한다. 자신의 내면을 넓히는 일, 무언가 깨달음을 얻는 일, 이런 것 다 좋다. 훌륭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것 다 떠나서 좋은 여행은 현지인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 것,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다른 여행자들과 자연을 배려하는 것, 자아를 찾아 떠나는 나의 여행보다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당신의 여행이 수백 배 더 아름답다. p 136



완전 공감에 공감을 덮은 말이다. 코로나19 전까지만해도 난 해외(..라고 하고, 일본이라고 읽음ㅋ)를 자주 나갔었는데, 그때마다 느낀게 있다. 왜 남의 나라까지 와서 고성방가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는지!! 왜 남의 나라까지 와서, 개도 못 줄 버릇을 꺼내며 현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는지!!! 왜 남의 나라에서 자국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지!!!!!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이렇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난 해외에 가면 우리나라 국민을 만나는게 제일 싫었다. 이제와 말하지만, 일본에 갔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선 일본인인 척 했다. 꽤 척을 잘했는지, 일본인조차도 나에게 길을 물어보았던 신기한 상황ㅋ



뭐 그렇다. 그렇게 현지인에게 민폐를 끼치던 일부 사람들의  행태를 잘 보면 SNS 등에선 무언가를 배운 척, 깨달은 척 한다. 하, 정말 그들은 그 여행에서 무언가를 배운게 맞나? 그런 여행에서 무언가를 배웠다고 한다면, 그들은 정말 여행을 떠나면 안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 여행에서 배운 건 현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밖에 없었을 테니.



그러니까, 좋은 여행이란 그저 한가지다. 그 나라의 혹은 그 동네 사람들과 동화되는 것. 그들이게 민폐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고, 그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 그게 바로 좋은 여행이다.




아유. 해외를 못나간지도 벌써 2년인데. 언제까지 <EBS 세계테마기행>을 보며 랜선 해외여행을 해야하나. 비행기 타고 해외로 날라가고 싶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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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9-1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테마기행 팬 여기도 있어요 ! ㅎㅎ청춘에 대한 정의가 멋있어요 *^^*
 
지식 편의점 : 문학, 인간의 생애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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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이나, 회사 내 자리에는 읽어야할 책이 한 움큼있다. 내가 책을 사는 속도와 내가 책을 읽는 속도가 너무 다르다보니, 자꾸 읽을 책만 쌓이는 현실! 이 책 『지식편의점: 문학, 인간의 생애편』도 그렇다. 앞서 1권을 읽었을 때 넘 맘에 들었었는데, 2권이 나온다는 소식에 내적댄스를 춘 지가 언 몇달 전. 그렇게 2권이 발간되었으나, 바로 읽지 못하고... 이제서야 읽어내린 내 슬픔이란 흑흑흑.



앞서 지식편의점 1권에서는 내가 읽었던 책들이 꽤나 있었는데, 이번 지식편의점 2권에서는 아주 소오름돋게도 내가 읽었던 책이 단 한권도 없다. 어쩜 이럴 수 있나. 나 쫌 분발해야하는거 아닌가^_T 하지만 또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책들도 아닌지라, 심지어 어떤 책들은 대략적인 내용도 알고있도 『파리대왕』은 영화로 본적이 있었으니 ㅋㅋㅋㅋㅋ. 한마디로 지식편의점 2권을 읽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는 이야기!



이 책은 인간의 생애를 총 8파트로 나누어, 각각 파트에 맞는 고전에 대한 해설이 담겨있는데, 그 8파트 중에서 유독 내 마음에 와닿았던, 조금 깊이 생각하게끔 했던 구절들이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화가 고갱, 그 고갱을 모티브로한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 그들은 금융업에 종사했고, 자의든 타의든간에 화가로 변신했다. 화가로 변신한 뒤에는 원주민이 사는 섬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유작. 소설 속 스트릭랜드의 유작은 그의 유지에 따라 없애버렸지만, 고갱의 유작이라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현재 남아있는 작품이다. 물론 실제로 고갱이 죽기전 그린 작품은 아니지만, 그가 자신이 딸이 죽자 인간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며 그린 작품다. 이 그림속에는 사람이 갓 태어난 아기부터 청년, 늘어가는 노인이 한 폭에 남겨있다.


우리 각자에게 각자의 여정이 있습니다. ‘탄생과 죽음’이라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두 개의 점을 어떤 식으로 이어갈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그러니만치 어떤 것이 옳은 길이고 어떤 길은 옳지 않은 길이라는 식의 단정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고갱의 삶을 되새기며 생각해볼 것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p 047 / 『달과 6펜스』



과연 여기서 자기가 원해서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우리의 탄생에 있어서 자의는 없다. 우리를 낳아준 부모의 의사에 따라 태어나게 된 것 뿐이다. 하지만 태어난 후부터는 다르다. 물론 유년기에는 아직 자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기에,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긴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도움일 뿐이다. 태어난 이후의 삶은 오롯이 내 몫이며, 내가 ‘스스로’ 갈 길을 선택해야한다. 



물론 내가 선택한 그 길 위에는 항상 행복만 있는 건 아니다. 분명 고난이나, 실패가 나타날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선택한 그 길에 실패가 반복된다고 했을때, 과연 내가 선택한 그 길이 옳지 않은 길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애초에 ‘옳은 길’이 무엇인지, 어떤 길인지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걷는 길이 다르고, 사람마다 그 길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다르다. 고로 내가 선택한 그 길이 옳은지 아닌지 결정하는 사람은 오롯이 ‘나’ 일뿐이다. 



항상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옳은 길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되돌아보며 걷다보면, 나중에 그 길을 돌아보았을때 ‘아, 나는 내 자신에게 부끄럼없이 옳은 길을 걸어왔구나’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누구나 어른이 되면서 어린 시절에 가졌던 순수한 감정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혹은 이제 완전히 사라져 그런 감정을 소유했던 기억조차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어린이는 젊은이가 되고, 젊은이는 늙어가는 것은 당연한 순리입니다. 어린 시절의 순수는 피터팬이 활약하는 네버랜드에나 박제돼 있는 것이고, 현실에서는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교육과 압박이 순수의 기억과 지향을 지워버리죠. p 075 /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주인공은 ‘완벽한 순수함’에 집착한다. 완벽한 순수함이란 대체 무엇일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찾을 수 없는 감정이다. 유년기엔 분명 가지고 있었던 감정 같은데, 조그만 사회인 학교를 다니며 순수함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학교를 졸업하고나서는 나에게 순수함이란...........아, 내 순수함 어디갔니? 내 인생에서 순수함 자체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꽤나 슬퍼진다.



근데 또 이렇게 생각하게된다. 다 커서도 순수함을 지킨다는게 과연 좋은 일일까? 좋게 말하면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나쁘게 말하면 얍삽하게 살아야 살아남는 잔혹한 사회에서 말이다. 애초에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작금의 사회는 순수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일반화를 하려는건 아니지만 보통 순수함을 지키는 사람들은 바보같다는 소리를 듣거나, 대부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는 순수함을 지킬래야 지킬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순수함이 사라진 사회라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퍼진다. 암만 잔혹한 사회라지만, 순수함이 사라진 사회면 얼마나 삭막한 사회일까. 정말 사회에 나오게 되면 내 속의 순수함들이 전부 사라질 수 밖에 없는걸까? 내 속에는 정말 순수함이 남아있지 않는걸까?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된 사실 하나, 내 속에도 순수함은 남아있었다. 무언가를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것, 쉽게 말해서 덕질! 그니까 덕질을 할때 만큼은 아무것도 재지않고 순수하게(!!) 덕질에만 몰두하니, 이 얼마나 순백한 순수함인가!! 정녕 수..순수함이 맞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하하하. 그래도 속세의 때란 때가 이미 덕지덕지 묻은, 회사에서도 이미 고인물이 된 나에게도 무언가에 아무것도 재지않고 몰두할 수 있는 순수함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그저 안도할 뿐이다^_T...



교육학 분야의 중요한 저서로 칭송받는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은 인간이 선하다는 가정하에 인간의 본성을 끄집어내는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상의 아이인 에밀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라고 전작 『지식편의점: 생각하는 인간』편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장 자크 루소는 자신의 다섯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고아원에 보내버린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했었죠. 이론적으로 사람은 선하다고 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선한 아버지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 안에는 어떤 본성이 자리하고 있을까요? 인간은 동물에 불과하므로 그냥 놔두면 본능만 남은 야생의 상태가 되는 걸까요? p 086 / 『파리대왕』


성선설과 성악설, 인류 최대의 논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내 생각은 성악설!!! ‘범죄’의 의미로 악하다라고 보기 보다는, 순수한 의미의 악이라고 해야할까? 뭐 그렇다. 어린아이들이 하는 행동들을 유심히 보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들이 꽤나 많다. 그렇다고 어린아이들을 나무라기엔, 이 아이들은 그 행위가 ‘나쁘다’는 개념이 없이 행한 행동이기에 나무라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이 아이들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그 행위를 했을뿐이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난 이런걸 순수한 악이라고 본다.



고로!!! 사람은 끊임없이 옳고 그름을 배워야한다. 그렇게 배워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별할줄 알아야하며, 내 속에 있는 악을 절제하고 자제해야한다. 절제하지 못하고 자제하지 못한다면?  옳고 그름을 배웠음에도 악을 절제하지 못하고, 자제하지 못한다면 그런 사람들의 결말은 단 하나다. 뉴스에서 나올 법한 범죄자. 혹은 아직까지 공권력에 의해 체포되지 않은 범죄자.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범죄자 단 하나밖에 없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좋든 싫든 간에 하나의, 또는 여러개의 사회속에서 살아간다. 그 사회의 범주에는 가족, 학교, 직장, 커뮤니티등 아주 다양하다. 그리고 이 다양한 사회는 보이지않는 각각의 시스템으로 굴러간다. 개인들은 이 시스템에 맞춰서 살아가야하고, 시스템에서 벗어나게 되면 순식간에 별난 사람으로 취급받거나, 혹은 그 사회에서 배제되고만다.


젊은이들이 꿈꾸는 이상은 사회라는 다리를 건너면서 현실이 됩니다. 지금의 꼰대들도 예전에는 ‘이해 안 되는 요즘 젊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꼰대가 되는 그 변화의 간격에는 시간과 그에 따른 사회생활이 놓여 있습니다. 사회적인 시스템에 적응하는 시간이었지요. ‘라떼는 말이야’는 단지 과거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동안 작용해온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해라는 베이스가 놓여 있는 말입니다. p 145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사회 제도나 규율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강제적인 법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우리를 바리바리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법이나 규칙 같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출 수도 있지만 관습, 기대, 편견 같은 무형의형태일 수도 있어요. 이 모든 것들이 시스템을 만듭니다. p 145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특히 이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제일 강하게 작용되는 장소는 회사다. 회사라는 조직에는 분명 ‘사규’라는 눈에 보이는 시스템이 있지만, 실상은 ‘사규’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의해 강하게 굴러가기 때문이다. 예컨데 조직장을 대할 때는 어떠한 행위를 하면 안되거나, 어떠한 말대꾸도 하면 안된다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작용한다. 특히 일반적인 팀, 부서의 조직장이 아닌, 그를 넘어서는 회사 대표라면 더더욱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강하게 작용한다.



나라에서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건 개인의 권리라고 하지만, 일반적인 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건 아직도 어려운 일이다.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남아있을지 여전히 확실하지않고, 행여 육아휴직 후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지 않는 자리로 발령이 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부정적인 인사평가는 말할 것도 없다. 분명 우리 사회의 법이라는 시스템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게 맞다고 이야기하지만, 회사에서 작동되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은 개인이 마음 편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할수 없게 만들고 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저자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미치광이가 아니고 오히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고 판명한 정신과 의사들의 소견을 소개합니다. 아이히만은 군인으로서 주어진 명령에 충실하고, 승진을 위해 자신의 행정능력을 극대화시키려고 노력한 사람이지 피에 굶주린 미치광이 살인마가 아니란 거죠. 여기서 악의 평범성이 나옵니다. 악은 악마적 본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인물들이 체제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그 명령에 순응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 한나 아렌트의 진단입니다. p 150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분명 불합리한 시스템이지만 우리는 순응할 수 밖에 없다. 아이히만이 그런것처럼 말이다. 아이히만을 둘러싼 환경이 나치였고, 그런 나치에 충성하고, 그저 주어진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유대인을 죽였을 뿐이다. 만약 아이히만이 나치의 시스템을 거부했다면, 아마 그는 나치에서 배제되거나 나치 손에 죽는 길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이유로 아이히만이 유대인 학살에 죄가 1도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이히만이 유대인 학살을 하게 만든건, 나치 속에 있는 그 ‘시스템’이 원인이었다.



이렇게 읽고 보니, 사람이 일생을 사는게 참 어렵구나 싶다. 삶을 산다는 말보다는, 삶을 살아낸다가 더 어울린다고나 할까? 하. 이렇게 보니 나는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하나 걱정이 된다. 그저 앞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올바른 길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갈뿐이려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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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태실 경기그레이트북스 29
김희태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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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터전은 오롯이 ‘경기도’다. 유년기엔 경기도 부천에서 살다가, 청소년기에 경기도 시흥으로 넘어와서 지금까지 쭉.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시흥살이. 고로 지금까지 내 생애 터전은 경기도였고, 왠지 앞으로도 경기도일 것만 같은 그런 너낌적인 너낌이다. 고로 경기도는 나에게 특별할 수 밖에 없.........다는 잡소리는 여기까지ㅋㅋㅋㅋㅋ.




경기도는 조선왕실에서도 꽤나 중요하게 생각한 장소였다. 조선왕릉의 대다수가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조선왕실의 꽤 많은 왕자, 왕녀의 태실도 경기도에 있기 때문이다. 고로 이 책의 주제는, 책의 제목에도 유추할 수 있듯 경기도에 위치한 조선왕실의 태실이 되시겠다. 여기서 살짝 우리 동네 이야기를 끼얹자면, 내가 사는 시흥에도 태봉이 하나 있는데,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조선왕실의 태실로 ...ㅎ...




책의 시작은 태실이 무엇이며, 태실을 어떻게 조성하는지 등 우리나라에 전해내려온 장태문화를 설명한다.


태실은 아기의 태를 길지에 묻는 장태 풍습으로, 이는 태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인식과 풍수지리 사상이 결합해 만들어졌다. (……) 이처럼 태를 소중히 여기는 풍습은 왕실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민간에서도 아기가 태어나면 태를 소중히 다루었는데,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민간에서의 태를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불에 태우는 소태 ▶태를 말리는 건태 ▶땅에 묻는 방식의 매태 ▶강이나 바다에 던지는 수중기태 등이 있었다. p 018



조선왕실의 태실은 안태등록과 의궤 등의 기록이 남아 있어 태실의 조성 과정과 장태에 이르는 과정 등이 상세히 남아 있다. 조선왕실의 태실은 왕과 세자의 자녀로 태어날 경우 조성되는데, 당시 태실의 조성은 풍수지리와 결합해 입지 조건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때문에 관상감에서 길지에 대한 삼망단자를 올릴 정도로 신경을 썼다. 현재 남아 있는 태실지의 형태를 보면 정앙이 육안태에 기록된 내용을 언급하며, “땅이 반듯하고 웃뚝 솟아 위로 공중을 받치는 듯 하여야만 길지가 된다.” 라고 했는데, 이 내용처럼 들판 가운데 둥근 봉우리 형태의 태봉을 선호했다. p 025



아기의 태를 중요하다고 생각한 우리 선조들은, 태를 처리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했다. 특히 민가에서도 태를 중시했기에 풍수가 좋은 곳에 태를 묻거나, 혹은 불에 태우는 등 태를 정성스레 처리했다. 다만 왕실은 태를 묻는 데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태실을 만들었다는 것! 그 태실은 얼핏보면 죽었을 때 묻히는 봉분처럼 생기거나, 왕은 왕릉의 미니어처 처럼 보이기도 한다.



처음 태실을 접하게 되면 다 같은 태실로 인식하기 쉽지만 태실의 형태는 신분에 따라 다르다. 쉽게 왕의 태실과 왕자, 왕녀의 태실이 차이가 있는데, 학술용어로는 태실은 아기씨 태실과 가봉 태실로 구분한다. 여기서 아기씨 태실은 왕이나 세자의 자녀로 태어날 경우 조성되는데, 길지인 태봉의 정상에 땅을 판 뒤 태항아리와 태지석 등을 넣은 태함을 묻고, 그 위를 흙으로 덮어 봉분을 조성했다. p 026



가봉 태실은 태주가 왕위에 오를 경우 해당되는 기존의 아기씨 태실 자리에 추가로 석물을 가설하는 형태로…. 태실의 가봉이 결정되면 기존의 아기씨 태실 위에 장태석물을 추가로 가설하고 가봉비를 세웠다. 이때 태함이 있던 자리에 상석을 깔고, 그 위에 중앙태석을 올렸다. 흡사 외형만 보면 왕릉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p 028



왕실에서 태어난 모든 왕자녀들은 애기씨 태실이 만들어진다. 이 왕자녀 중 태주가 왕위에 오르면 애기씨 태실은 가봉태실로 한단계 변화를 거친다. 왕의 위엄에 맞게 격식있는 태실로 바꾼다는 이야기다. 각종 석물을 추가설치하고, 기존에 있던 흙 봉분도 돌로만든 석실로 바뀐다. 사진으로도 알 수 있듯이 영락없는 왕릉의 축소판이다.


태실의 모양처럼 신분에 따라 태실의 규모도 달라진다.


태실의 규모

금표

수직

가봉

1등급지(왕)

300보

O

O

2등급지(대군)

200보

X

X

3등급지(공주, 군, 옹주)

100보

X

X


왕의 태실에는 태실을 관리하는 수직을 두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일종의 태실수호사찰이다. 조선 왕릉마다 수호사찰이 있듯, 왕의 태실에도 수호사찰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왕과 왕자녀 태실에는 사방으로 금표를 세웠는데, 직위에 따라 금표가 미치는 거리가 달랐다. 금표가 쳐있는 땅은 출입 또는 벌목이나 경작을 금지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곤 했다. 경작과 벌목을 하여 생계를 유지하던 백성들이, 느닷없는 금표 설정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잦았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태실 조성에 있어서 많이 고뇌한 왕들도 있다.



당시 태실을 바라보는 백성들의 시각이 결코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중종실록』을 보면 장령 권벌이 원자(인종)의 태실을 조성할 안태지를 찾기 위해 경산으로 내려갔는데, 이 소식을 들은 안태지 주변, 집과 밭을 가진 백성들이 울부짖었다고 한다. 왜 이런표현이 나왔냐 하면 태실이 조성될 경우 집이나 밭 모두 철거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태실의 조성과 수개 과정에 백성들이 부역에 동원되었고, 석재를 옮기는 과정에서 백성들의 논과 밭이 손상되는 사례도 있었는데…. p 048



이후 정조 때 숙선옹주의 태실을 창덕중 주합루 뒤 돌계단에 묻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또한 고종 때는 ▶영친왕 ▶덕혜옹주 ▶고종 제8남 ▶고종 제9남 태실 등이 후원에 조성되었다. 『태봉등록』을 보면 영조는 자신의 가봉 태실을 조성할 떄 전례에 얽매이지 않고, 태실의 규격을 간소하게 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p 053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 백성들의 고충을 경감시키기 위해 태실 조성을 축소하거나, 또는 태실을 창덕궁 내에 조성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면, 왕실에서도 민간에서 처럼 태 수습방식에 있어서 소규모로 했다면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았겠지만. 뭐, 왕정시대였던 조선이었으니. 그 시대의 권력자들 치고, 태실 축소 및 궁궐 내 태실조성이란 카드를 내밀었다는 건, 정말 백성들을 위한 최선의 배려였으리라 생각한다.



태실축소나 궁궐에 태실조성에 이어 조금 더 특이한 태실의 사례도 발견되는데, 무려 무덤(...)과 태실을 함께 쓰는 경우다.



드물기는 하지만 묘와 태실을 함께 조성하는 분묘병장의 사례가 확인되는데, 정소공주와 고종 제 4남의 태실이다. 정소공주는 세종과 소헌왕후 심씨의 소생으로, 최초 묘는 대자동 산67-1번지에 조성되었으나, 일제강점기 때인 1936년 5월 17일에 현재의 위치인 서삼릉 왕자, 왕녀 묘역으로 옮겨진 상태다. p 066




태실 조성이 왕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진행된다기 보다는, 길지를 선정하고 뭐 이런일로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책에 따르면 정소공주와 고종 제4남의 태실이 무덤과 태실을 함께 쓴 분묘병장의 사례라 하니, 아마도 이들은 태실을 조성하기 전에 사망했거나 아니면 태어난 직후 사망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또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았다. 허허허. 


세종의 딸인 정소공주는 태어날 당시에는 충녕대군의 딸이었기에(그저 종친) 태실조성이 있었을리가 없다. 허나 태어난지 6년이 지나 세자이자 숙부인 양녕대군이 폐위되고, 부친인 충녕대군이 왕위에 등극하면서 그때서야 공주가 되었다. 정소공주는 종친에서 공주로 격상! 아마도 이후 태실 조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법한데, 하필 정소공주가 오래 살지 못하고 13세가 되던 해에 사망했다. 아마도 태실 조성과정에서 사망했거나, 혹은 태실 조성에 대한 논의가 있을 즈음에 사망했거나 둘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느낌이다. 고종의 4남은 태어난 직후에 사망. 이는 태실 조성논의도 전에 태주가 사망하였으므로, 이 역시 무덤과 함께 태실을 조성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뭐 그런 생각이다.





비석의 뒤로 분묘로 추정되는 장소가 남아 있을 뿐, 해당 비석을 제외하면 태실 관련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 첫 방문때는 역광이라 태실비의 전면은 확인하지 못한 채 하산해야 했다. 이후 두 번째 방문에서 비신의 전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은 ‘왕자ㅇㅇ아기씨태실’이다. 전면의 명문을 확인한 뒤 해당 장소가 태실인 것이 확실해졌고, 태주의 신분이 왕자인 것도 확인되었다. 앞서 태실이 홍치 6년, 즉 1493년(성종24)에 조성된 것으로 확인되었기에 안성 배태리 태실을 성종의 왕자 태실로 고증했던 순간이다. 이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성종 왕자 태실의 출현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자 성과였다. p 089




이 책에는 저자의 놀라운 성과도 담겨있다. 우리나라에서 태실연구는 볼모지나 다름없다. 분명 태실지로 전승되는 장소들은 있는데, 간혹 잘못 전승되는 곳들도 있거나, 혹은 분명 태실지가 맞기는 한데 훼손이 심해서 누구의 태실인지 알수가 없고, 훼손이 되다못하 태봉산 전체가 개발로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보니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태실지라 전승되는 장소는 하나하나 답사를 해가며, 기존에 알려진 태주가 진짜 태실지의 태주가 맞는지 고증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주인을 알수 없던 태실지의 주인까지 찾아내는 성과를 더했다. 



예전에는 민간사학자나 재야사학자들의 연구를 잘 믿지않았고, 그렇기에 그들의 책을 읽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사이에 숨어들어 분탕치는 유사사학자들이 있었기에, 그들을 걸러내는 눈이 나에게는 없었으므로 더더욱 그랬다(실제로 뭣모르고 샀던 책이, 유사사학자의 책이어서 책값을 날렸던 슬픈 일도...). 하지만 민간사학자 중에는 이 책의 저자이신 희태님 같은 분들도 분명히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희태님만해도 우리나라 곳곳을 답사하며, 수많은 역사자료와 교차검증을 하는 등 치열하게 연구를 하고 계시니 말이다. 적어도 민간에서, 뭍밑에서 치열하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발로 뛰어 답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들의 피땀으로 일구어진 연구결과과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는 역사로 거듭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시흥 무지내동 태봉은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산16번지에 있는 태봉의 정상에 있다. 태실지의 외형은 그릇을 엎어둔 형태인 태봉을 중심으로 좌, 우측면과 후면에 봉재산이 감사고 있는 돌혈의 형태다. (……) 다만 태실비를 비롯해 태지석 등이 남아 있지 않아 시흥 무지내동 태봉의 태주가 누구인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해당 태함의 발굴조사를 통해 태함의 형태와 추가 유물의 수습 등이 이루어진다면 어느 시기의 태실인지 규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입지조건이나 태함 등을 볼때 조선왕실의 태실은 확실해보인다. 이와 함께 시흥 무지내동 태봉은 현재 군 부대 안에 있어 접근성의 측면에서 제약이 있는 편이다. p 162~163





책을 넘기다 깜놀! 시흥 무지내 태봉이라니!! 여긴 내가 사는 고장에 있는... 그 태봉이 아닌가! 가보고 싶었지만 군 부대안에 있어서 가보지 못했던 그 태..ㅌ...세상에나. 더 놀라운 사실은 조선왕실의 태실로 추정된다는 저자의 이야기다. 하긴, 왕실이니 요로코럼 태실을 조성했을거고.....!


여러모로 궁금했던 곳인데,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보게 되어서 반가웠던 우리동네......까지는 아니고, 이웃동네 태봉!




1928년에 전국의 태봉 39개소를 옮겼다. 당시 임시로 경성 수창동 이왕직 봉상시에 봉안실을 신축해 태실을 이봉을 한 뒤 최종적으로 서삼릉 역내에 봉안했다. 『태봉』에 기록된 태실매안시배진차제를 보면 소화 5년인 1930년 4월 15일부터 17일까지 왕과 왕자, 왕녀 49기를 서삼릉으로 옮겨 매안했는데, 매안순서는 다음 표와 같다. p 179



자, 이제 경기도내에 많은 태실을 보유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 서삼릉. 왜 서삼릉에 태실이 밀집해있는고 하면, 일제가 왕릉, 원, 묘, 태실 관리정책을 시행하며 약 50여개의 태실을 서삼릉 부지로 강제 이봉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날짜/ 순서

서삼릉으로 이봉된 태실

1930.04.15

1회

태조고황제, 정종대왕, 태종대왕, 세종대왕

2회

문종대왕, 세조대왕, 예종대왕, 성종대왕, 중종대왕

3회

인종대왕, 명종대왕, 선조대왕, 숙종대왕, 경종대왕, 영조대왕

1930.04.16

1회

장조의황제, 정조선황제, 순조숙황제, 헌종성황제, 순종효황제

2회

왕전하(영친왕), 덕혜옹주, 인성대군, 연산군모윤씨(폐비윤씨), 안양군

3회

완원군, 왕자수장, 건성군, 연산군자금돌이, 연산군자인수, 왕녀영수

1940.04.17

1회

연산군녀복억, 연산군녀복합, 덕흥대원군, 인성군, 인흥군, 숙명공주

2회

숙정공주, 숙경공주, 명선공주, 연령군, 영조왕녀(화유옹주), 영조왕녀(화령옹주)

3회

영조왕녀(화길옹주), 의소세손, 문효세자, 철종왕녀, 고종제8남, 고종제9남

※표에는 없으나 이구, 이진, 영산군, 의혜공주, 경평군 태실 추가 이봉: 서삼릉 내에는 총 54위의 태실이 자리함.



서삼릉 태실에 있는 태실비의 튓부분을 보면 예외 없이 연호 부분에 대한 인위적 훼손이 가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태봉』의 기록을 통해 훼손된 연호 부분이 바로 소화 5년(1930)인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일제가점기에 행해진 이 같은 태시르이 이봉은 명목상으로는 관리와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풍수지리를 기반으로 길지에 조성한 태실 특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훼손에 가까운 만행이었던 것이다. p 180



가봉비의 명문은 태주가 자신의 생전에 태실을 가봉할 경우 주상전하태실을 새겼고, 태주가 승하한 이후 가봉이 될 경우 묘호를 썼다. (……) 이와 함께 태실비에서 조성 시기를 알 수 있는 연호를 주목해야 하는데, 조선시대의 연호는 병자호란 직전까지는 명나라의 연호를 사용했다. 하지만 명나라가 망한 뒤에는 공식적으로는 청나라의 연호가 사용된다. 하지만 명나라가 망했음에도 여전히 조선 사회에서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명나라의 연호가 사용되었는데, 이때 연호는 숭정기원후다. 여기서 숭정은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를 뜻한다. p 042



일제의 태실 강제이봉은 풍수지리상 인위적인 훼손을 가했고, 조선왕실의 상징성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태실 훼손이며,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태실지의 상황을 보자면, 차라리 이렇게 서삼릉으로 옮겨진 태실들은 그나마 분실되지 않은 채 보호될수 있었기에 다행인가 싶기도 하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일제가 서삼릉으로 태실을 이봉하는 과정에서 기존 태실지에 있던 석물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심지어 수많은 태실지를 민간에 판매한 것을 생각하면, 결국 작금의 태실 훼손 시발점은 역시나 일제가 원인 제공을 한거고. 근데 또 원인을 제공했다 한들, 해방 후 바로잡을 노력을 하고자 했으면 언제든 바로잡을 수 있었을텐데, 그걸 방치한 대한민국 정부도 잘한게 뭐가 있나 싶기도 하고. 어렵다 어려워. 누굴 욕하겠는가. 시발점을 만든 일제야 원래 나쁜놈이고, 그걸 개선하려 하지 않은 대한민국도 나쁜건 마찬가지니.



이렇게 쌓이고 쌓인 태실훼손의 결과가 오늘날에 이르렀으니..


양주 황방리 정혜옹주 태실을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동안 태봉산은 사라졌고, 태실과 관련한 석물의 상당수도 유실되었다. 불과 21년 전에는 있었던 석물을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해당 태실의 사례는 방치된 태실 유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현장이다. p 107



신성군의 태실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며 도굴을 피하지 못했고, 이후 마을에 우환이 생긴다는 이유로 태실비가 뽑혀 굴러진 채 현재까지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태실지 주변으로 군 참호가 만들어지는 등 태봉산의 훼손이 일부 진행된 모습이다. 그럼에도 신성군의 태실은 태실비와 태함이 온전하게 남아 있고, 석물의 상태 역시 다른 경기도의 태실과 비교했을 때 좋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더 훼손이 진행되기 전에 문화재 지정과 함께 보존 및 관리 대책이 필요한 태실 중 하나다. p 131



경기도를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 산재되어있는 수 많은 태실지가 아주 소수를 제외하면, 대게 훼손되었거나 그대로 방치되어있다. 석물들이 흙에 반쯤 묻힌채 나뒹구는 경우도 있고, 비석이 훼손되어 누구의 태실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태반이고, 태실지에 이미 분묘가 조성되어 태실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도시개발로 인해 태봉산 전체가 사라진 경우도 있다. 태실은 분명 왕릉급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유적지라는 사실은 틀림이없다. 



조선왕릉이나 원, 대군묘 등은 나라에서 또는 가문에서 그렇게 각별하게 관리하면서, 같은 조선왕실의 왕, 왕자녀의 태실이 이렇게까지 방치되는건 모순된 상황이라 생각한다. 출가한 왕자녀의 태실은 가문에서 신경써야한다고 치더라도, 왕의 태실이나 그에 준하는 위치에 있던 태실은 나라에서 직접 나서서 하나의 유적지로써 관리하는게 맞다고 본다. 지금까지 태실지의 정확한 위치를 몰라 손 놓고 있었다면, 이렇게 민간 연구자가 태실 하나하나를 발품팔아 찾아다니고 연구까지 하면서 밥상차리고 숟가락까지 올려두었으니, 지금이라도 각 지자체에선 이 숟가락을 떠먹는 노력이라도 해야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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