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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 유산균부터 바이러스 치료제까지 지금 필요한 약슐랭 가이드
박한슬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5월
평점 :
제약회사를 다니다보니, 회사 독서통신을 통해 약에 대한 책을 자주 읽었다. 이 책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도 그 중 하나다. 지금까지 읽어본 제약 관련 책들은 대게 약의 역사 또는 발견등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이 책은 결이 조금 다르다. 저자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말 그대로 ‘약술랭가이드’!
이 약을 먹어도 되는건지, 계속해서 먹어도 문제는 없는건지, 백신이나 항생제등을 꼭 사용해야하는건지, 우리가 의사 또는 약사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묻지 못했던 그런 질문들을, 속시원하게 설명해준다. 거기다 저자가 말하는 15가지 약들은 일상생활에서 뗄레야 뗄수 없는 약들이다보니, 읽는 내내 집중도 최강이었다.
대표적으로 우리 상전한테 꾸준히 챙겨주는 프로바이오틱스, 친정 아빠가 주기적으로 바르는 무좀약, 내 삶에서 뗄레야 뗄수 없는 진통제와 알러지성 비염치료제, 이 땅에 태어나면 무조건 맞게되는 백신이나, 아프면 처방받는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 등. 일상생활에서 너무 친숙한 약들이다. 근데, 친숙함과는 별개로 내용 자체는 잘 알지 못한다는게 모순이랄까.
15가지 약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프롤로그도 꼭 읽어봐야한다.
지금까지 난 약을 하루에 세 번 먹는 이유는 약사가 그렇게 하라고 했고, 거기다 뭐 약효 지속시간도 있을 것이고, 약을 제때 챙겨먹을 수 있도록 제때 먹는 밥에 결부시켰거니 뭐 이렇게 생각했었다. 근데 생각보다 하루 세 번 약 먹기는 꽤 중요했다.
약을 하루에 세 번 먹는 제일 중요한 이유는 정말로 ‘약효’ 때문이었다. 근데 여기서 밑줄쫙!! 약 먹는 걸 건너뛰어도 안되고, 건너뛰었다고 두개를 한꺼번에 먹어도 안된다. 약 지속시간에 따라 정확하게 먹는게 제일 중요하다.
‘약효’는 약이 몸속에서 일정 농도 이상을 유지해야 나타난다. 약의 농도가 너무 낮으면 효과가 없고, 너무 높으면 독성이 나타난다. 약을 먹어서 약이 소화기관을 지나 혈액으로 흡수되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약효를 내기 위한 최소 농도인 최소 유효 농도에 도달한다. 보통 약 복용 후 늦어도 30분이내에 진행된다. 시간이 흐르면 약의 농도가 최소 유효 농도까지 떨어지며 약효가 사라는데, 약효가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혈액 중 약의 농도가 최소 유효 농도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반드시 다음 약을 먹어야 한다. 약을 세 번 먹으라고 하는 이유다.
다만 약에 따라 소실속도가 다르다보니 하루 세 번 먹어야하는 약도 있지만, 하루에 두 번 먹는 약도 있고, 반대로 하루에 네 번 먹어야 하는 약도 있다. 전부 약효 지속시간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는 적정량을 섭취했을 때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살아 있는 미생물입니다. 일종의 먹는 세균 보충제인 셈인데요. 공식적인 정의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프로바이오틱스로 인정받으려면 한 가지 특성을 더 갖춰야 합니다. 몸에 들어온 미생물이 일시적이건 영구적이건 체내에 자리를 잡고 성장해야한다는 거죠. p 020
실제로 최근 한 연구에서 알러지 질환을 앓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에게 출생 후 2년간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HN001 균주를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였더니, 아기였을 때는 물론 11세까지 아토피 발생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해 면역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원인을 알기 힘들었던 각종 면역 관련 난치병에 대한 치료법을 프로바이오틱스에서 찾으려는 노력도 조심스럽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장에 염증이 생기는 염증성 장 질환이나, 항생제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망에 이를 정도의 심각한 설사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 질환과 마이크로바이옴의 관련성을 탐구하는 사람들도 있죠. p 022
과거와 달리 현대인들의 식단에 오르는 메뉴를 보면 비만과 성인병을 불러오는 가공식품 및 기름진 음식들이 많아졌다. 이런 식습관으로 인해 이른바 ‘비만세균’이 장을 장악하며, 몸에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당뇨병의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적신호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비만세균을 없애는 방법은(전멸은 힘들겠지만), 그것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꿔야하는 건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장내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를 늘리는 것이다. 물론 건강한 식단과 같이해야 더 좋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선택할 때는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살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제약회사들은 어떤 종의 어떤 균주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제 임상 시험을 통해 밝혀내고, 순수하게 그 균주만 배양한 제품을 내놓습니다. 반면에 일부 업체의 제품은 그런 효과를 전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앞서 살펴본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GG’와 같은 균주 이름을 전혀 명시하지 않고, ‘유산균 몇억 마리’라는 아무런 의미없는 수치만 강조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럼 어떤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어야 나름의 효과를 받을 수 있을까요? p 027
그럼 어떤 프로바이오틱스를 선택해야하는가!!! ‘유산균 몇억마리!’라는 문구만 거르면 일단 중간은 간다. 여기서 또하나. 간혹 프리바이오틱스를 프로바이오틱스로 오인하고 먹는 경우가 있는데,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다. 프로바이오틱스랑 프리바이오틱스를 같이먹어야지, 프리바이오틱스만 먹는건 딱히 의미가 없다. 뭐 이미 장내 유익균이 많다면 모를까?
이 책에는 각 증상에 대해 유요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들이 무엇이 있는지 알려준다.
알러지성 비염완화: 락토바실러스 가세리/파라카세이 등
아토피 예방 완화: 락토바실러스 루테리/살리바리우스 등
노년층의 면역력 강화: 비피도박테리움 락티스
혈중 콜레스테롤 혹은 중성지방 감소: 비피도박테리움 롱검,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등
과체중 완화 혹은 체중감량: 락토바실러스 가세리
항생제에 의한 설사 완화: 사카로마이세스 보울라디, 락토바일러스 카제이/람노서스 등
나랑 신랑은 유산균을 안먹은지 오래되긴 했지만, 우리 상전만큼은 꾸준히 유산균을 챙겨준다. 근데 어떤 균주들이 있는지 생각해본적이 없네? 책 읽은 김에 상전이 먹는 비오B타 베베골드 균주를 찾아봤다. 메인 균주가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락토바실러스 가쎄리! 이 둘이 제일 보편적인 균주인가보다.
겸사겸사 상전이 항생제 처방받을때마다 같이 처방되는 유산균인 비오플 성분도 검색! 사카로마이세스 보울라디. 오, 항생제에 의한 설사완화 기능. 역시 다 이유가 있는거였어!
위에 옮겨적은 것 외에도 질환에 대한 균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사람은 책을 읽어보길! 균주가 너모 많아서 다 적기 어렵^_T

진통제
당연한 말이지만, 진통제가 질병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아닙니다. 그럼 진통제는 어떻게 통증을 없애주는 걸까요? 타이레놀이나 게보린, 이지엔 같은 제품들은 COX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앞서 COX가 프로스타글란딘을 만들고, 프라스타글란딘이 통증과 발열을 일으킨다고 말씀드렸죠. 다행히도 프로스타글란딘의 수명은 30초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진통제는 COX 효소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새로운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막아주어, 우리의 고통을 줄여주죠. 진통제의 원리는 이렇듯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그렇다보니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은 무척 다양해도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p 107
이렇게 고마운 진통제에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고용량의 진통제를 오래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속 쓰림이나 심하면 위궤양 같은 증상이 발생했던 겁니다. 연구 결과 이런 위장 관계 부작용은 COX때문이었습니다. COX가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만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소화기간을 소화액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물질을 만드는 과정에도 관여했던 겁니다. 진통제를 복용하면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뿐만 아니라 소화기관을 보호해 주는 물질도 억제됩니다. 감기나 몸살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면 진통제와 함께 다양한 약이 처방되는데, 이 중에는 위 보호제 성분도 같이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되도록 식사 후에 진통제를 먹으라는 약사의 권유도 소화기관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p 108
마약성 진통제를 이용하면 환상통뿐만 아니라 극심힌 고통을 일으키는 삼차 신경병증이나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암 환자들이 겪는 암성통증, 수술 후 통증 등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혹시나 마약성분이라는 점 때문에 의존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의료진이 투여량을 결정하니까요. 다만 마약성 진통제가 작용하는 수용체가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곳 말고 다른 곳에도 있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은 있습니다. p 110
살면서 진통제 안먹어본 사람이 있을까? 살면서 두통, 치통, 생리통(여성 한정)이 심해질 때 필수인 진통제! 그뿐인가? 아이키우는 부모라면 아세트아미노펜, 이부브로펜 계열 해열제 2종은 상시 보유해야한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 솔직히 진통제가 어떤식으로 통증에 반응하는지, 부작용은 얼마나 있는지 그런건 잘 모르다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진통제에 대한 새로운 지식 +1, +1, +1 …. 역시 약은 알고 먹어야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이 분해되는 과정이 알코올에 의해 방해를 받으면 NAPQI라는 간독성이 강한 물질이 간에 축적됩니다. 처음에는 메스꺼움과 식욕부진 같은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지만, 간의 손상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극심한 구토와 복통이 시작됩니다. 심해지면 황달과 함께 의식이 혼미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데, 아예 간이 괴사하여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무시무시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p 113
자자 이번엔 알콜을 사랑하는 성인들 주목! 약사가 타이레놀이나 감기약을 먹을 땐 왜 술을 먹지 말라고 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는가! (알쓰제외ㅋ)
타이레놀 및 각종 진통제, 감기약 등 일상적으로 먹는 약에는 들어있는 아세트 아미노펜 성분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알콜에 방해를 받으면, 간에 독성물질이 축적된다. 만약 숙취로 인한 두통이 너무 심해서 나는 꼭 진통제를 먹어야겠다! 고 생각한다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이 아닌 이부브로펜 계열 진통제를 먹으면 된다. 다만 이부브로펜 계열은 속쓰림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으니 이는 감수해야할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