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쑥쑥 오르는 이직의 기술 - 몸값 제대로 받고, 회사에서 인정받는 프로 이직러의 커리어 수업
김영종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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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에서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을 꾹꾹 채우며, 계속 출근을 하는 직장인이 있다. 다름 아닌 바로 나다.  어쩌다 휴가를 쓰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전화와 문자 테러를 하는 회사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회사를 10년을 꾹꾹 채운채 다니고 있다. 심지어는 내 20대를 돌아보면, 이 회사를 빼고는 생각나는게 없을 정도로 나는 벌써 10년째 이 회사를 출퇴근하며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하, 대체 나는 왜 이 회사에 10년째 묶여있나.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 그러니까 파릇파릇한 사회초년생이었던 그 때, 나는 이 회사에 대해 1도 몰랐다. 근데 우리 엄마는 이 회사를 알고있었고, 심지어 다른 어른들도 이 회사를 알고 있었다. 그때, 아 꽤 이름있는 회사구나 했다. 그때만해도 어른들이 이름을 알고 있는 기업은 대기업이니, 당연히 좋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회사 이름을 말했을 때, “아~ 거기?” 라고 반응하는 회사. 그런 회사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내 나름대로 자부심이었다. 한해 한해 지나며, 점점 더해지는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로 회사를 욕할지언정, 회사 이름값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10년이나 다닐 수 있었다(이 10년 간 내 건강이 축나고 있었다는 건 생각못했다는게 함정).



각설하고,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면 좋은 점도 많겠지만, 안 좋은점도 많다. 비율로 따지자면 4:6. 그러니까 안 좋은점이 6.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대체적으로 한 회사를 오래다니면, ‘아! 얘는 여기밖에 다닐 곳이 없으니 막 굴려도 되나보다’라는 인식이 생겨난다. 역시나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내 가치가 오르는게 아니라, 내 업무량이 늘어나고 스트레스만 늘어난다. 업무량이 늘고, 스트레스가 늘면 최소한 그에 대한 보상이라도 있어야되는데 말이다. 그러니 이직을 생각할 수 밖에. 



<이직 타이밍 체크리스트>


1) 상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2) 자신의 분야에서 칭찬을 받고 있다.


3) 직장 내 자신의 업무에서 더 이상 새로운 기획은 없다고 느껴진다.


4) 일주일에 3회 이상 새로운 자리에서 오퍼가 온다.


5) 아침에 눈 뜨자마자 휴가 낼 궁리만 하는 날이 3일 이상 지속된다.


6) 부하 직원들에게 더는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


7) 연봉 협상에서 3차례 이상 실패했다.


8) 시장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9) 인생에서 ‘성공’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찾고 싶다.


10) 10년 뒤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보다 비전있는 자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당신에게 해당되는 문항이 다섯개 이상이라면 지금 속해 있는 조직에서의 미래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p 023~ 024



이 체크리스트에서 나에게 해당되는 문항이 몇 개인지 체크해보았다. 슬프게도 나에게 적용되는 갯수는 5개 미만이다. 하긴, 내가 원하는건 이직이 아니라 ‘퇴사’니까. 하하하하ㅠㅠㅠㅠㅠㅠㅠㅠ.



이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세 가지이다. 바로 목적, 목표, 기간이다. p 017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이직’은 아직 먼 이야기. 목적, 목표, 기간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현상유지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할 수 있는 ‘이직’이니까, 미리미리 준비를 해 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 난 얼웨이즈 직장인이니까. 흑흑



퇴사가 이직의 선결 조건은 절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퇴사란 이직이 결정된 이후, 현재 다니는 회사와 풀어야 하는 숙제에 가깝다. 다만 아래 몇가지 사항을 고려해 먼저 퇴사하고 이직에 집중할지, 혹은 회사를 다니며 꾸준히 이직을 준비할지 결정하자.



1) 재직 중일 때 협상에 더 유리하다.


2) 현재 회사 상황을 보고 판단하라.


3) ‘퇴사한다’고 확정하고 준비하라.



퇴사는 생존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이므로, 무턱대고 그만두기보다는 스스로 확신하고, 정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퇴사는 당장 오늘도 할 수 있다. 멈추고 스스로 돌아본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 p 044



지금 회사를 다니며 이직에 성공한 동료들을 많이 보아왔다. 열이면 열, 전부 재직중에 이직준비를 했다. 퇴사후 이직준비를 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때는 ‘왜 힘들게 재직중에 이직준비를 하지?’ 싶었는데 말이다. 지금은 아주 잘 알고 있다. 퇴사 후 이직준비를 하면, 사람은 조바심이 나기 마련이다. 당장 내 통장에 꽂히는 월급이 없기 때문에. 분명 이직을 하는 대다수의 이유는 연봉인상인데, 퇴사 후 이직준비를 하면 조바심으로 인해 연봉인상에 아주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또 있다. 재직 중에 이직준비를 하다보면, 심지어 이직하려는 회사에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으면 말이다. 현 회사에 아주 당당하게 ‘이직’한다고 퇴사를 이야기하는데,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백이면 백 해당 사원을 붙잡는다. 왜나면 이직하려는 사람들은 대게 일을 제일 빡세게하는 실무자니까. 진짜 윗사람들이 일을 안하는 회사일수록, 실무자들이 퇴사할 때마다 그 타격은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퇴사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어르고 달래고 협상을 한다. 물론 회사에 남을지, 선택 그대로 이직을 할지에 대한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말이다. 



이렇든 저렇든 중요한건, 이직을 할 때 중요한건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사는 바꾸되, 목표는 일관적으로!


1) 이직의 목표는 하나다.


2) 경력 단절의 이유는 타당하게


3) 오로지 돈 때문처럼은 보이지 않도록. 


4) 다섯 번 이상은 이직하지 마라. p 055



이 책을 읽으며, 느낀점은 하나다. 그저 사람 싫다고 ‘이직’을 생각하는건 실패의 지름길이라는 것. 주변에서 이직에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봐와서 꽤 쉬울거라 생각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만반의 준비없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하기에는, 리스크가 정말 큰게 바로 이직이 아닐까 싶다. 



이유 없는 이직은 하지 말자


1) 이직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2) 정말 이직할 만큼 가치 있는 곳인가


3) 적응과 성공: 확실히 적응해서 성공할 수 있는 곳인가 p 082



이직을 하기 위해선 ‘준비’가 최우선이 되어야 하고, 그 준비에는 마음가짐 뿐만 아니라 서류를 쓰는 법이라던가 면접을 준비하는 방법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이건 고작 이직 준비의 50%일 뿐이다. 이직을 성공한 뒤에는, 이직한 회사의 출근일과 다니고 있는 회사의 퇴사일 조율 등 정말 생각해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언해주는 사람은 솔직히 말해서 없다. 그 누가, 직장동료에게 ‘나 이직하고 싶은데, 조언좀 부탁해’ 라고 할 수 있나. 그렇기 때문에 예비 이직러들에게 이 책은 가뭄속의 단비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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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 1 - 소인배와 대인들 땅의 역사 1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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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기자님의 『땅의 역사』, 딱 2년만이다.




우리 집에는 책이 워낙 많다. 읽은 책도 많고, 아직 못 읽은 책도 많다. 이쯤되면 나는 ‘독서’를 좋아해서 책을 사는게 아니라, 책을 ‘모으는’ 행위를 좋아해서 책을 사는 느낌이랄까? 아니 뭐, 어느쪽이든 결과적으로 난 사놓은 책을 읽게 되니, 좋은게 좋은거겠지만. 여튼! 책을 자주 사서 읽어야 할 새 책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뭐랄까?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안읽고, 새로운 책을 계속 읽게 되는 독서루틴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으로 정말 좋은 책은 다시 읽기도 하는데, 그게 바로 박종인 기자님의 『땅의 역사』다.




이 책은 사실 기자님이 조선일보에서 연재중인 기사 「땅의 역사」이기도 하고, TV조선에서 방영하는 「땅의 역사」이기도 하다. 




2년 전 나는 tv조선에서 방영하는 「땅의 역사」를 통해 박종인 기자님을 알게되었고, 본방/재방/삼방까지 보는 열렬한 시청자가 되었다. 방송이 종영된 뒤에는 출간된 이 책 『땅의 역사』를 읽으며 기자님의 팬이 되었고, 기자님이 쓴 책들을 모조리 섭렵하기 시작하면서, 조선일보에서 매주 한 편씩 올라오는 연재되는 기사 「땅의 역사」도 읽기 시작했다(연재기사는 지금도 ing). 



물론 나는 이 책을  처음 읽기 전까지 기자님이 「땅의 역사」를 기사로 연재하고 있는지 1도 몰랐었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생각을 한다. 기자님이 연재하는 기사 「땅의 역사」를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좋았을껄’ 하는(「땅의역사」 연재기사를 안본 사람 없게 해쥬세욥).



조선일보라는 신문사 자체에 혐오감을 가진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나역시도 그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종인 기자님의 기사만큼은 많은 이들이 혐오하는 그런 기사들과는 백프로 다르다. 단언할 수 있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하던,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한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얼마전 회사 동료에게 이 책을 빌려준 적이 있다. 그 동료는 우리나라 역사에도 꽤나 관심이 있으신 분이었기에, 이 책도 흥미롭게 읽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왠걸? 사분의 일도 읽지 못한채 나에게 책을 돌려주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열불이 터져서 읽을 수가 없다고. 그도 그럴 것이, 『땅의 역사』 1권의 주제는 “소인배와 대인배”였다. 



나라를 망하게 하고, 그럼에도 잘먹고 잘 산 소인배. 반면에 나라를 살리기 위해 모든 걸 희생했지만, 돌아오는 건 죽음뿐이었던 대인배. 읽으면 읽을 수록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어찌 열불이 안날 수 있겠는가. 나라 판 놈은 죽을때까지 잘살고, 나라를 지킨 사람은 나라 판놈같은 나쁜놈들에게 죽고. 나 역시도 읽을 때마다 답답하고 분통이 터지고, 때론 눈물이 찔끔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아무리 화가나는 역사라도 우리의 역사이며, 잊지말아야 할 역사이다. 



《시경》에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해서


후에 환란이 없도록 조심한다’라는 말이 있으니,


이야말로《징비록》을 저술한 까닭이다.



류성룡의  『징비록(懲毖錄)』 서문이다. 우리가 빛나는 역사가 아닌, 이토록 분통이 터지고 아픈 역사를 왜 기억해야하고, 알아야만 하는지 바로 그 이유다.




임진왜란에서 대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 빛나는 역사다. 이순신 장군이 바다에서 왜군을 물리치는 전투는 거의 모두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배워야하고, 잊지말아야하는 빛나는 역사가 맞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역사일 뿐이다. 임진왜란을 통틀어보면, 열불이 나도 이렇게 열불나는 역사가 없다. 일본에 다녀온 서인 황윤길과 동인 김성일이 선조에게 서로 다른 보고를 해서,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아니 그렇지 않다. 이미 그전부터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거라는 이야기가 조선에 파다했다. 하다못해 당시 바다건너 또다른 섬나라 류큐에서조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국의 왕이라는 자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자 나라를 버렸다. 그 뿐인가? 자신이 버린 나라를 지키려는 의병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자신이 버린 나라를 지키려는 이순신 장군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 모든게 분명히 기록된 역사임에도, 우리는 이런 내용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였다. 혹시나 열성적인 국사선생님을 만나 배웠다고 하더라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내용이었을 뿐이다. 우리에게 임진왜란은 한반도를 유린한 일본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빛나는 이순신 장군의 역사, 왕이 버린 나라를 지킨 의병장들의 역사였다.



다음 날 광해군이 공식 왕세자로 지명됐다. 그리고 선조가 선언했다. “마땅히 도망가지 않고 경들과 더불어 목숨을 바치겠노라” 다음 날 새벽 어영대장 윤두수가 끄는 가마를 타고 선조는 대궐을 떠났다. 다음날 선조 일행은 널문리(판문리)에서 점심을 먹고 평양으로 향했다. p 046



쇄환사를 통해 귀국한 피로인은 1607년 1400여 명, 1617년 321명, 1624년 146명이다. 합쳐서 사명당이 데려온 3000명에 못미친다. 돌아가면 천민으로 천대받거나, 북쪽 국경으로 가서 군역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10만 피로인 대부분이 귀국을 거부했다. 비겁한 군주가, 명분에 집착해, 하늘이어야 할 민(民)을 짚신짝 취급한 탓이다. p 051



그래서 류성룡이 쓴  『징비록(懲毖錄)』이 중요하다. 이 책은 당대에 임진/정유재란을 겪은 사람이, 그 시대를 직접 기록한 책이다. 본인이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을 기록한 책이기에 생동감마저 있는 책이다. 하지만 너무 생동감있어서, 그만큼 징비록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고구마를 오백만개 먹은 기분이 들 정도로 답답하고 분통이 터진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정치를 하는 작자들이 얼마나 썩어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적군이 쳐들어왔는데, 대적하기는 커녕 계속 도망가고, 도망가고, 심지어 왕까지 도망가는 난리통이 그려진다. 일본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두었던 장군을, 참형시키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조선이 일본을 상대로 얼마나 빌빌거렸는지, 조선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최악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을 쓴 류성룡 조차도, 당시 조선 정부에서 정치를 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책을 집필하였다. 따지고 보면 이 책은 류성룡 본인을 비롯하여, 당대 집권자들의 치부를 들추는 것인데 말이다. 『징비록(懲毖錄)』이 제 치부를 들추는 일이라는 것을 류성룡이 몰랐을리가 없다. 



류성룡은 본인을 비롯한 위정자들의 잘못을 알았기에, 미래의 후손들이 이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징비록을 저술한 것이다. 잘못된 역사일 수록 끊임없이 배우고, 또 배워서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이라는 나라는 제 치부를 들추는 이 징비록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여 읽히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을 유린했던 일본에서 징비록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임진왜란 이후 징비하지 못했던 조선은 결국 잘못된 역사를 수차례 반복한다. 그리고 그 반복되는 시간동안 고통을 겪었던 건 지금 우리와 같은 서민들, 백성이었다.



청은 조선의 실상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청 태종이 소역을 통해 이렇게 전했다. “내가 큰길로 곧장 한양으로 향해도 산성에서 나를 막을 것인가? 너희들의 붓대로 우리 군대를 물리칠 것인가?” 군사력 열세를 빤히 알고 있는 군부는 화전을 주장했고 대명의라는 명분을 내세운 문신들은 전쟁을 주장했다. 목소리 큰 문신 세력이 승리했다. p  064



5월 26일 인조가 교서를 내렸다. “우리 국토가 수천 리인데 어찌 움츠리고만 있을 것인가.” 6월 17일 또 내렸다. “우리는 명의 동쪽 신하국으로, 명이 땅을 잃었다고 다른 마음을 품지 않으리라.” p 073



설날이 되었다. 인조는 명나라 수도 북경을 향해 예를 올렸다. 망궐례라고 한다. 망궐례 격식을 두고 관료들끼리 난상토론을 벌인 뒤 임금과 세자 부자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청 태종은 산성 동쪽 벌봉에서 대포를 겨누고 누런우산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p 075



1592년~1598년까지 지독하디 지독한 임진/정유년 전쟁이 끝났다. 하지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1627년에 정묘호란이 터졌고 뒤이어 1636년에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일본과 전쟁이 끝난 지 고작 30년만에 청나라와 전쟁이 시작했다. 정말 슬프게도 이 전쟁 역시 징비하지 못한 조선의 위정자들의 잘못이 컸다. 일본과의 전쟁이 끝난지 고작 30년 흘렀을 뿐인데, 다를게 하나 없었다. 전이나, 후나 조선의 위정자들은 머리속에는 자신들의 안위만 있었다. 물론 나라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도 있었으나, 보통 이런 사람들은 힘(권력)이 없었다.



진령군과 이유인은 왕과 왕비에게 ‘금강산 일만 이천 봉에 쌀 한섬과 돈 10냥씩 바치면 나라가 평안하다’고 계시를 내렸다. 왕(고종)은 그리 시행하였다. p 093



민영휘는 당장 서울에 와 있던 청나라 장수 원세개를 찾아가 원병을 청했다. 그리고 궁궐에 들어가 고종에게 “원세개가 허락했으니 청나라 군사를 부르시라”고 청했다. 고종은 “여러 대신들 논의 역시 구원을 요청하는 것이 마땅하니, 청관조회의 발송을 재촉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p 100



그로부터 이백여년이 지났다. 역시나 조선의 위정자들은 징비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때보다도 더욱 썩어들어갔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한폭탄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이번에는 7년이 아닌 35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동안 일본에게 유린당했다.



이렇게 아픈 역사를 반복한 대한민국이, 어째서 무엇때문에 아직까지도 빛나는 역사만 고집하는 걸까? 



징비하지 못하여 한반도는 오랜시간 고통받았다. 일제강점기 이후 미군정과 격동의 근현대사를 지나오면서도 똑같았다. 징비하지 않았기에 해방 이후에 친일파가 청산되지 않았다. 징비하지 않았기에 친일경찰들이 독립운동가를 붙잡아 빨갱이 딱지를 붙여가며 고문을 하는 모순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모순은 눈에 비치는 상황만 조금 달라졌을 뿐,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다.



징비하지 못했던 조선과 지금의 대한민국. 왕정에서 공화정이 된 것 말고는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위정자들은 징비는 커녕 제 뱃속 챙기기에 급급하고, 매번 알맹이 없는 정책만 꺼내놓기 바쁘다. 여야할꺼없이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렇다. ‘이 사람만큼은 조금 다를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내 한 표 행사하게 한 정치인들 조차도 똑같았다. 조선이 징비하지 못하여 백성에게 그 아픔을 떠넘겼듯이, 대한민국 정치인들도 징비하지 못하여 국민들에게 그 아픔을 떠넘긴다. 물론 이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이쯤되면 박열을 비롯한 일부 독립운동가들이 아나키즘을 따라갔는지, 이해가 된다. 심지어 공감하게된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것은 결국 징비하지 못한 정치인들이며, 징비하지 못하여 그들의 잘못을 눈감은 우리들의 잘못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먼저 징비해야, 정치인들의 그릇됨을 지적할 수 있으며, 바른길로 가도록 명령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 국민이다.



그렇기에 난 박종인 기자님이 쓴 책 『땅의 역사』(동명의 연재기사 포함)가 널리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야말로 현대판 징비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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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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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제약회사를 다니는 사람이지만, 난 이런 질병이나 약 관련 교양서적은 읽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유독 올해들어서(!!) 약이나 질병 관련 교양서적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읽었는데 넘나 어려워서 리뷰 안쓴 것도 여러권ㅋㅋㅋ).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내 업무는 화학쪽이 아닌 지원부서쪽이라 이런 지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추가된 일본어 번역업무(회사에서는 내가 잘해도 못한다고 해야하고, 잘하는게 있어도 알리면안됨..)덕분에 이런 기초지식이 필요해졌다. 아무래도 주로 번역하는 문서가 일본 제약관련 논문이다보니, 이런쪽 지식이 1도 없는 상태에서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너낌적인 너낌.



타고나기를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완전 오 백프로 문과생인 내가, 1도 모르던 제약, 화학쪽 논문을 번역하는 일은 뭐라고 해야할까. 원하지 않는 지식을 어거지로 머리속에 쳐넣는 느낌이랄까? 그나마도 일반적인 QA관련 교육이나 위험관리, 일탈 등은 어깨넘어 보아온 것이 있다보니, 나름 이해하면서 번역이 가능한데, 막 설비 나오고 무균포장 나오면 하 ㅋㅋㅋㅋ 이건 뭐......휴. 기초지식도 없는 사람에게, 갑자기 전문지식을 머리속에 쳐넣으면 대 혼란이 오는데, 그게 바로 지금 내 머릿속 상황. 그래서 대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위해, 그나마 내가 이해를 잘 할 수 있는 역사분야가 곁들여진 질병/제약 교양서적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고 놀란 사실 하나는, 내가 번역한 일본 논문이나 저널들에 나온 화학약품이 여기서 나왔다는 사실. 진짜 정말 일본놈들은 영어단어를 쓸때 알파벳으로 써주면 정말 고마운데, 꼭 카타카나로 변환해서 쓰니까. 이게 대체 무슨 단어인지 감이 안오는게 많다. 카타카나 그대로 읽으면 본래 영어단어와는 전혀 다른 단어가 되는게 태반이니까(할말하않ㅡㅡ). 카타가나대로 읽었을 때, 만약 내가 알고 있는 영어단어라면 나름 추리하기 쉬운데, 화학약품이나 제약쪽은 모르다보니 진짜 옆에 실험실 직원 붙잡고 최대한 비슷하게 읽혀지는 화학약품을 찾아녔던 과거의 나ㅠㅠㅠ



진작에 이런 책좀 미리 읽고 번역에 돌입했으면 나름 수월하게 번역했을텐데. 휴. 일년간 고생한걸 생각하면 진짜 ㅋㅋㅋㅋㅋ 아오.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번역 업무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므로 뼛속까지 문과생인 나는, 팔자에도 없는 제약/화학약품 공부를 해야한다는 슬픈이야기.



뭐, 업무의 필요성으로 인해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아무래도 이 책은 이런 분야에선 매우 초급적인 교양서적이다. 그러다보니 이쪽을 1도 몰라도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고, 오히려 꽤 흥미진진하다. 



퍼킨은 여러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조건을 조금씩 바꾸어가며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그 결과 퍼킨은 시커먼 타르처럼 보이는 덩어리를 얻었다. 그리고 그는 실험에 사용한 플라스크를 설거지 하다가 세제가 엉뚱한 보랏빛을 띠는 광경을 목격했다. 시험삼아 거기에 천을 담그자 아름다운 자줏빛으로 물들었다. 그는 이 물질을 자주색염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직감했다. 퍼킨은 이 우연하고도 기적적인 발견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염료회사를 세워 큰 돈을 벌었다. p 078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을 발견했다. 다만 이 퀴닌은 키나나무의 껍질에서 발견된 성분이다보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말라리아 환자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여러 화학자가 퀴닌 인공합성에 뛰어든다. 그런데...! 바로 이 과정에서 엉뚱한 결과가 나왔는데, 그 엉뚱한 결과로 때부자가 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퍼킨. 시작은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 인공합성이었으나, 결과는 보랏빛 화학염료 개발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잭팟! 



약품합성이나 염료합성은 모두 화학식에서 시작한다. 뿌리가 같다고 해야하나? 어느 갈림길로 가느냐에 따라 염료가 되기도 하고, 약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각 지역 공단에 있는 회사들을 보면 제약공장과 염료공장등이 이상하게 지척에 있다. 뭐 여튼, 결과적으로 이과 만세!


이런 류의 실험을 해야 실패한 것을 대상으로 또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뭐 그런 너낌적인 너낌... 



이런은 잭팟 확실히 문과보단 이과가 더 확율이 높은가보다. 2차대전 발명품도 그렇고... 하, 난 왜 실험따윈 개나줘버린 문과인가..



서양에서는 먼 옛날부터 널리 이용된 아편이 중국에서는 꽤 오래도록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뜻밖의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아편의 뛰어난 약효과 함께 그 끔찍한 해악과 독성을 중국인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중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p 101 (양귀비에서 모르핀을 얻어 아편을 만듬)



중국과 영국의 아편전쟁. 어찌보면 우리나라 역사에도 크게 영향을 준 이 전쟁. 분명 학교에서도 배웠을 이 전쟁은 결국 영국이라는 원조 섬짱깨가 중국에 양아치짓을 하며 시작한 전쟁이다. 



중국은 영국에 차(tea)를 수출하며 엄청난 무역흑자를 벌여들였는데, 이 말을 뒤집으면 영국은 중국을 상대로 엄청난 무역적자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낼 수 있나 고심하던 영국이, 아편을 중국에 수출하고자 한 것이다. 당시 영국은 아편을 위험한 약품으로 분류하여 엄청나게 규제를 하고 있었다는게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지들 나라에는 퍼지지 않게 규제하는 아편을, 중국에 대량수출하여 널리 퍼트린 영국! 결과는 뻔했다. 중국 전 대륙의 아편 중독. 뒤늦게 아편의 위험성을 깨달은 중국정부가 아편을 규제하자, 영국이 발끈해서 처들어온게 바로 아편전쟁의 서막이다.



전쟁의 결과는? 


당시 중국, 즉 청나라는 부패할대로 부패했기에 군대 역시 무쓸모. 결국 근대식 신식 무기로 무장한 영국이 승리했다. 여기에 더해 영국은 중국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홍콩까지 할양하라고 한다. 이래서 영국을 원조 섬짱깨라고 하는것!!!!



자 그럼 이 전쟁이 어떻게 우리나라 역사에 영향을 주었다는 말일까?


아편전쟁 전까지 동아시아의 패자는 중국이었다.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중국에 조공을 하는 명실공히 황제국가였다. 하지만 그런 중국이 영국에 미친듯이 깨지면서 동아시아의 권력구조가 깨져버렸다. 영국을 포함한 다른 서구권 나라들도 동아시아를 다시 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본격적인 서구권 나라가 동아시아로 발을 뻗어나가는 서세동점 시작.



여기서 아쉬운 사실은 당시 조선 정부도 영국에 대패한 청나라처럼 뿌리까지 썩을대로 썩어있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제대로 된 대처를 할 수도 없었다. 반면 일본은 서구식 근대화 문명을 받아들이는 메이지 유신이라는 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암흑의 35년, 일제강점기.



근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양귀비에서 추출하는 ‘아편’이란 성분이 그 오랜시간동안 중국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서양에서는 워낙 오래전부터 알려진 아편, 알려진지가 너무 오래되서 그 위험성까지도 널리 알려진 아편이 중국에서는 생전 초면인 성분이라니. 그네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명의 화타는 침만 놓을줄 알고, 식물들의 약효는 잘 몰랐나보다.



이 606번째 비소 화합물 살바르산은 ‘구세주’를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 ‘살바토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1910년 살바르산은 훼히스트에서 발매되어 말 그대로 수 많은 매독 환자를 죽음의 늪에서 건져 올린 구세주로 자리매김 했다.(중략) 또 살바르산의 등장은 수없이 많은 다른 세균 감염증에 대해서도 같은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p 164



중세에 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질병이 있다. 성병의 일종이라고도 알려진 매독. 지금이야 널린게 치료제니, 매독으로 죽었다는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지만, 옛날에는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 한다. 더 소름돋는건 매독으로 죽은 사람보다, 매독을 치료하다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아니, 어떻게 치료했길래 치료과정에서 죽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치료제를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중세에는 매독 치료제로 ‘수은’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원소기호 Hg 수은.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 수은이 얼마나 위험한지, 어떻게 위험한지, 중독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중세사람들은 몰랐다. 그들에게 수은은 만병치료제와 같았다. 그렇게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이 수은으로 매독을 치료하다가 죽었다. 



그렇게 아주 오랜시간이 흐르다 20세기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매독 치료제가 나왔으니, 바로 ‘살바르산’.


과거에는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 처럼 자연물에서 성분추출로 약을 조제했었는데, 이 ‘살바르산’을 시점으로 비로소 순수 화합물로 약을 만드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처음 시작은 어렵지만, 누군가 시작한 길을 따라가는 건 쉽다. 이런 화합물도 그랬다. ‘살바르산’을 시작으로 화합물에 대한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다만 발전이 너무 빨랐기에 ‘살바르산’이 그 명성을 이어간 기간은 짧았다. 더 뛰어난 약제들이 줄줄이 나왔기 때문에! 뭐, 그래도 이렇게 순수화합물로 약을 조제할 수 있게, 그 시작점에 ‘살바르산’이 있다는 것 만큼은 중요하다. 저널이나 논문 번역할때, 살바르산 이름이 가끔 튀어나오는걸 보면.




아니 근데, 이 책도 일본인이 쓴 책인데?? 왠지 원서로 다시 읽어봐야할 거 같은 이 느낌은....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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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 - 평범한 어른이 오늘을 살아내는 방법
김나랑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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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든 사회초년생이던 시절, 한번쯤은 회사 계단이든, 화장실이든, 출퇴근시간 차안에서든 최소 한 번 이상은 울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분명 난 가르쳐준대로 했는데 뭐가 이상한건지 혼나고, 내 잘못도 아닌데 또 혼나고. 나는 일하러 회사에 들어온건데, 혼나러 들어온건가 싶고. 나 역시 그랬다. 입사하고 2년이 채 안되었었나? 퇴근길에 차 안에서 펑펑. 뭐가 그리 억울했는지 참. 지금와서 보면 왜 울었는지 이유조차 떠오르지 않는 거 보니, 별볼일 없는 일이었던것 같기는 한데. 왜 그때는 그렇게 서럽고 억울했는지. 아, 어쩌면 지금의 나는 그때와는 달리 1n년이라는 회사짬밥이 더해졌기 때문에, 별볼일이라고 해도 대수롭지않게 넘길 수 있게 되어서 그런걸까? 



불합리한 일은 여전히 많고 나는 여전히 나약한데 눈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p 022



맞다. 1n년동안 회사가 나에게 더 친절해졌거나, 내 업무가 줄어들었거나, 불합리한일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업무는 늘어났다. 퇴사자가 생겨도 업무는 늘어났다. 신입사원이 들어와도 업무는 늘어났다. 대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자꾸 업무는 늘어났다. 업무가 늘어남에 따라 내 성격도 변해갔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라면 흔쾌히 들어주었던 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웃는 얼굴은 진심이 아니라, 가면이 되어갔다. 누군가 부탁을 하면,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라도 재보기 시작했다. ‘내가 이 부탁을 들어주는 만큼, 내 시간을 빼앗기는데 굳이 해줘야하나? 내가 이 부탁을 들어주면 저 사람은 나한테 뭘 해주지?’ 라고 말이다. 그렇게 계산적인 사람으로 변해갔다. 덩달아 감정도 죽어갔다. 조그만 일에도 일희일비하던, 감정이 풍부해서 내 나름대로는 좋아했던 내 성격은 온데간데 없다. 참 이상하기도 하다. 




직장에서 인간은 ‘업무를 행하는 대상’이다. 서로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일 처리의 대상으로 대한다. 갑자기 사라진다 해도 포스트잇 떨어지듯 깔끔한 관계. 젊은 날에 일희일비하던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이제는 화르르 불타올랐다가도 금세 사라앉는다. 조금의 감정 소모도 아깝기 때문이다. p 080



분명 회사에 처음 입사한 1n년보다 지금이 오히려 불합리한일이 많다. 하지만 난 그때만큼 울지도 않고, 분노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려려니 한다. 내가 여기서 울거나 화를 낸들,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소모로 인해 나만 더 힘들어질 뿐이다. 회사를 다니는 우리는 그저 회사에서 쓰고 버리는 소모품일 뿐이다. 회사에서 인간대우를 받는 방법은? 아쉽게도 없다. 그게 1n년간 회사에 근무하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깨달은 유일한 사실이다.



일도 받은 만큼 한다. 월급 혹은 성취감만큼. 대부분의 회사는 매번 백 프로 최선을 다할 수 없을 만큼의 일을 준다. 기대에 부응하려 했다간 뼈가 녹는다. 그래서 백프로 최선을 다할 것과 아닐 것을 구분한다. p 017



회사의 소모품이란걸 인지하는 순간, 나는 회사에 대한 기대는 버렸다. 그저 받은 만큼만 일한다. 그리고 누가 지시했는지를 따져가며 일한다. 다른 회사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우리회사는 참 절차를 무시하고 다이렉트로 업무 지시를 하는 경향이 아~~~주 많다. 팀장이 지시하는 업무, 부장이 지시하는 업무, 본부장이 지시하는 업무, 심지어 타부서 팀장이 주는 업무까지. 일개 팀원한테 참 여기저기서 업무를 지시한다. 그것도 팀장을 건너뛰고, 다이렉트로.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 모든걸 다 할수 없고, 팀장도 굳이 끼려 하지 않고. 난 쏟아지는 업무에서 우선순위를 뽑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뭐든 본부장이 지시하는 업무가 제일 우선이 된다는 것. 내가 제일 높은 직책자가 지시하는 업무 때문에, 당신들이 지시하는 업무는 할 수가 없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아무리 자기들이 요청한 업무가 급하더라도, 직책/직급이 깡패지않나. 뭐 가끔은 이런걸 이용해서 잡다한 지시업무는 늑장부릴때도 있긴하다. ‘안주면 지들이 하겠지?’ 라는 마음?이야, 이런 잔머리도 굴리고, 많이컸다, 나도.



카톡, 카톡, 카톡. 추억의  msn 메신저 시절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모바일이 아닌 PC메신저여서 그랬나(물론 그때도 메신저 로그인으로 출근 시간을 파악하는 상사가 있었다). 우리는 갈수록 초밀접 사회를 산다. 텍스트와 이모티콘, 짤이 온갖 틈을 옥죄어 온다. 그 무차별 폭격에 응대를 해야하는 노동자들. ‘네’는 약해 보이니 ‘넵’이라고 답하는 ‘넵무새’가 되고, 웃지 않는 얼굴로 ‘ㅋㅋㅋ’를 쓴다. p 031



‘급한 업무일때, 퇴근한 직장인에게 카톡을 보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열에 한 명만 분개할 뿐, “누군들 보내고 싶어서 그러겠냐”는 반응이 다수였다. 어라? 답변자가 모두 상사인가? 그들은 사회생활 융통성을 강조했고, 일이 터지고 난 뒤 수습하느니 차라리 지급 응답하겠다, 오죽하면 그러겠냐고 답했다. p 045



업무시간 외 카톡. 엄연히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슬프게도 업무시간 외 카톡이 완전 불법사항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정말 어쩌다 한번 업무시간 외 카톡으로 업무지시를 했다면 괜찮지만, 정말 수도없이, 주기적으로 업무시간 외 카톡으로 업무지시를 했다면 그건 직장 내 괴롭힘이다. 물론 이걸 판단하는 건 엄연히 사람이기에,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말이다. 더 슬픈 사실은 ‘업무시간 외 카톡금지법’이 발의가 되서 오래도록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급증하면서 이 법안은 유명무실해져버렸다. 채택은 커녕 곧 이런 법안의 발의되었다는 사실조차 잊혀질듯하다.



결국 우리는 업무시간 외 카톡을 받는 걸 당연시해야하고,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자위해야하며, 업무시간 외 카톡으로 인한 스트레스 감내는 우리 몫이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줄여야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사회가, 업무시간 외 카톡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감내하라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회사 스트레스로 결국 유산까지 했는데 말이다. 이조차도 나 혼자 감내해야할, 오롯이 내 몫이라는게 너무 슬플따름이다. 



아, 기업이 직원을 소모품으로 대하는 건 어쩌면, 정부 기조에 따른걸지도?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우리나라 만큼 직장인을 봉으로 아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정말 그 어떤 정권이 정권을 잡든 직장인은 그저 봉이다. 어떤 정권이든 직장인보단 기업을 더 중요시 한다는 이야기다. 



세금을 올려도 직장인 월급에서 떼가는 게 1순위다. 휴가사용은 또 어떤가. 직장인을 위하여, 기업들은 잔여연차에 관해서는 수당을 무조건 지급하라고 했다. 근데 여기에 예외사항을 두었다. 기업에서 ‘연차독려’를 할 경우, 잔여연차수당 지급을 하지않아도 된다. 혹은 기업이 원하는 날이 강제로 연차를 사용하게 하거나, 공휴일을 연차로 소진하게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뭐 나열하면 끝없다. 정부는 직장인들을 위한다며 이 법, 저 법 제정하지만, 실상 예외사항을 두어 기업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준다. 이런 상황은 작은 기업으로 갈 수록 더 심각하지만, 뭐 우리나라는 이 모든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봉이니까. 그래서 우린 업무시간 외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받아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하, 내가 이래서 계속 로또에 매달리는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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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디테일 -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사소한 행동 설계
BJ 포그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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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 목표를 적는다. 특히 다이어트, 금주, 금연는 상위 5개안에 꼭 들어가 있는 새해 목표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심지어 실패에 대한 원인을 ‘내가 끈기가 없어서’ 라는 등, ‘나’에게서 그 문제를 찾는다. 하지만(!!!) 이 모든 실패의 원인이 ‘내’가 아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소망하던 모든 것들을 정말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책은 수 많은 목표달성 실패 원인을 ‘내’가 아닌, 그 목표달성을 위한 ‘행동설계방식’에서 찾는다. 한마디로 여름방학 때 지킬 수 없는 시간표를 짰기때문에, 그 시간표대로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로 목표달성을 위해서 ‘나’에게 꼭 맞는 시간표를 짜야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시간표란 무엇일까? 나에게 맞는 시간표는 대체 어떻게 짜야하는 걸까? 그 해답이 바로 이 책 「습관의 디테일」에 있다.


※행동을 결정하는 4가지 원리※

1. 동기가 높을 수록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2. 하기 어려운 행동일수록 행동할 가능성이 낮다.

3. 동기와 능력은 서로 보완한다.

4. 자극 없이는 어떤 행동도 일어나지 않는다.


목표달성을 위한 행동설계, 이 행동설계가 바로 목표달성의 일등공신이다. 그렇다면 이 행동설계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 해답은 좋은 습관 기르기에 있다. 해답을 알았으니, 해답을 찾으러 가보자. 



좋은 습관 기르기를 위한 행동설계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마음에 새겨야할 부분이 있다. 목표달성 실패가 ‘내 탓’이라 생각하기를 멈추고, 내가 달성하기 원하는 것을 아주 작은 행동으로 쪼갠다. 이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면? 실수를 발판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하여 고치면 된다. 


이 네가지를 꼭 가슴에 새겨둘 것.


작은 습관 기르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하고싶은 행동을 정해서 작게 쪼개고,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을 곳을 찾고, 그것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작게 시작하는게 좋다. p 010


혹시나 이 책 「습관의 디테일」에 대해 착각할 사람들이 있을까, 노파심에 말한다. 이 책은  ‘이런 습관이 좋으니, 이 습관을 길러라’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습관’을 생각하게 하고, 그 습관을 몸에 익히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밥을 떠먹여 주는게 아니라 밥을 어떻게 먹어야하는지를 알려준다고나 할까?


※ 행동설계 7단계

1단계, 열망을 명확히 한다.

2단계, 행동 선택지를 탐색한다.

3단계, 자신에게 적합한 구체적인 행동을 탐색한다.

4단계, 아주 작게 시작한다.

5단계, 적절한 자극을 준다.

6단계, 성공을 축하한다.

7딘계, 반복하고 확대한다


행동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열망을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내가 원하는게 일시적으로 원하는건지, 아니면 꾸준히-장기적으로 계속 원하는것인지가 제일 중요하다. 열망을 파악하기 위해선 자연히, 이 열망을 원하는 동기를 생각하게 마련이다. 대체 어떤 동기부여로 인해 나는 이렇게 열망하는가?


동기는 행동의 3요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변덕스러울 때가 많다. (중략) 동기는 파티광 친구와 유사하다. 하룻밤 같이 놀기는 좋지만 공항으로 데리러 와달라고 믿고 부탁할수는 없는 친구 말이다. p 065


다만 저자는 이 동기부여를 너무 믿지는 말라고 한다. ‘동기’란 것은 언제든지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갔다하는 변덕스러운 친구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믿을만한 동기부여가 있다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동기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막연하게 “새해니까 다이어트!”는 일회성인 동기에 그친다. “새해라서” 라는 동기는 시간이 지나면 금새 잊혀지는, 1년에 한번 돌아오는 그런 변덕스런 동기니까. 


하지만 반대로 집에서 주기적으로 혈당 체크를 하고, 계속 당 수치가 높게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이 높으면, 당뇨나 각종 질환에 걸릴 수 있으니 건강관리를 해야겠다” 라는 지속적인 동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 예시는... 당장 우리집 이야기다. 이런 동기 때문에 건강한 삶을 위한 여러 습관들을 만들기 시작했으니까.



※인간 행동(Behavior)의 3요소

1순위 자극(Prompt), 어떤 행동을 하게 할 자극이 있는지 확인하라

2순위 능력(Ability), 행위자에게 행동을 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라

3순위 동기(Motivation), 행위자가 행동을 하도록 동기부여가 되는지 확인하라. 



동기를 확인했으니, 이제 그 행동을 하기 위한 능력을 봐야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처음부터 어려운 행동은 능력에 부치니, 단순하거나 쉬운것부터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운동을 하고자 마음 먹었다고 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헬스장”을 떠올리고, 덜컥 헬스장 이용권을 끊는다. 하지만 헬스장까지 가서 운동을 하기엔, 헬스장을 이용할 돈이 먼저 필요하다. 헬스장 이용권을 끊었다면, 헬스장까지 가야한다. 하지만 헬스장을 가기 위해서는 집밖을 나서야하는데, 집밖을 나서기 위해서는 사람에 따라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씻기도 해야한다. 심지어 지금같은 코로나19 시국에는 집밖에 나가는 거 자체가 위험이며, 헬스장처럼 폐쇄되고 사람이 밀집한 장소도 위험요소다. 우와! 이 얼마나 능력에 부치는 행동인가.


적어도 “운동=헬스장”이 내 능력에 부치는 행위라는 것은 완벽하게 깨달았다.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내 능력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본다. 우리집에는 실내운동기구(런닝패드, 홈싸이클)가 있다. 즉 집에서 실내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것이다. 이런 방법도 있다. 집안에서 움직이는 행위 요소 곳곳에 스쿼트나, 런지 자세등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이렇게 능력에 맞는 행위를 찾는 방법으로 포커스맵을 활용하면 좋다.


포커스 맵의 목적은 하고 싶고 동시에 열망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면서도 하기 쉬운 행동을 찾아 연결하는 데 있다. p 092


능력의 유무, 영향력의 크고 작음을 그래프로 만들어서 각 행위별로 쪼개본다. 수 많은 행동들 중 분명 영향력이 크면서 능력도 있는 황금행동이 나올 것이다.


나의 황금행동은 퇴근 후 아파트 주차장에서 집까지 올라가는 행위, 집에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있는 홈싸이클을 바라보는 행위, 자기 위해 침대에 눕는 행위 등이 있다. 이 행위들과 ‘운동’을 결합해보면 이렇다.


1. 아파트 주차장에서 집까지 올라올 때 승강기가 아닌, 계단을 이용(이건 이미 2년째라, 어떻게 습관으로 만들었는지 기억이..ㅋㅋ).

2. 홈싸이클을 거실에 두어, 집에 들어오면 바로 눈에 띄게 하는 것 → 눈에 띄니 홈싸이클에 앉기 시작  → 앉게되니 운동 시작 !

3. 자기전에 침대에 눕자마자, 혈액순환을 위한 다리올리고 있기  → 다리를 올리고 있다보니 다리운동을 해야할 것 같아서, 다리 올리기 10회 반복  → 어느순간에 40회까지 하고 있는 나를 발견 !!

4. 집에서 앉아있다가 일어났을 때, 스쿼트 자세  →  처음엔 자세 유지만 했는데, 지금은 스퀏자세 20회정도 반복중인 나를 발견 !!!



습관을 만들 때는 항상 “무엇이 행동을 어렵가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야한다.

연구와 수년 간의 경험을 통해 그 대답에는 다섯가지 요소 중 최소 하나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그것을 능력체인이라 부른다.

· 그 행동을 할 시간이 충분한가?

· 그 행동을 할 돈이 충분히 있는가?

· 그 행동을 할 신체적 능력이 되는가?

· 그 행동에는 창의력 또는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한가?

· 그 행동은 일상생활에 맞는가 아니면 조절이 필요한가? p 115


내가 알려주고 싶은 작은 습관 마인드세트의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 조급하게 기대치를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언제든 워킹화만 신고 걷지 않아도 괜찮다. 기대치를 낮추면 습관이 살아 있게 된다. 아무리 동기가 오락가락해도 기대치를 낮추면 언제라도 그 행동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p 124



일은 늘 생긴다. 아프기도 하고, 휴가를 가기도 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꾸준함을 목표로 하자. 습관 살려두기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든 일상에 뿌리내리게 한다는 뜻이다. p 131


어디까지나 내 능력에 맞게 행동을 설계하면, 그 행동을 계속 진행할 확율이 높아진다. 물론 이건 저자의 경험담이자, 내 경험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 행동을 무조건 100% 지켜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져선 안된다. 언제 어느 때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는게 인생이니까!


난 주차장에서 계단을 걸어서 집에 올라오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있을 땐 무조건 승강기를 이용한다. 괜히 짐들고 계단을 올라가다가, 떨어트리거나 혹은 내가 넘어지면 어휴. 건강하게 살려고 했는데, 오히려 병원신세를 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음날 계단으로 올라가면 되는게 아닌가? 계단 오르기는 한번 하고 끝날 행동이 아니니까.


어떤 행동도 자극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동기와 능력이 있을 때 자극에 확실히 반응하며, 바로 그 때문에 시의적절한 자극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p 137


아, 물론....나에게도 일상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실패한 행동도 있긴 하다. 바로 집안을 활보할 때 ‘런지’로 이동하는 행동말이다. 아무래도 행동설계를 잘못한거 같긴 한데. 음. 동기랑 능력은 되는데 대체 뭐가 문제일까? 몇날 몇일을 고민했는데 왠걸. 이 책에서 그 답을 알려주었다. 바로 자극이다.


계단 오르기는 공동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자극이 되고, 홈 싸이클은 집에 들어서는 순간 내 시야게 들어오는게 자극이 되어 습관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런지’는 그런 자극이 없다. 런지를 하는 행위를, 막연하게 ‘집안에서 이동할 때’라고만 설정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다. 집안에서 이동하는 건 하루에도 수십번 움직이는데, 그때마다 런지를 하기엔 확실히 행동이 크고, 마땅한 자극도 없고!


새로운 습관을 도입할 때는 그 습관이 일상에 들어갈 자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일상의 어느 부분에 습관이 들어가는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 p 140

행위 자극은 인간 자극과 상황 자극보다 훨씬 유용해서 나는 여기에 ‘앵커’라는 애칭을 붙였다. 앵커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하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일상에서 자극이나 알림 역할을 할 적절한 앵커를 찾자. p 150


앵커는 일상 속에서 꾸준히 하는 행동이어야만 한다. p 155


어떻게 해야 런지를 생활화할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 책 덕분에 실마리를 찾았다. 


‘집안에서 움직일 때’라는 상황은 나에게 줄만한 자극도 없고, 행동반경도 크다. 고로 행동을 작게, 자극이 들어갈 수 있게 설계를 바꾼다. 내가 사는 집은 신축아파트라서 매일매일 꾸준히 환기를 시켜줘야한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방, 베란다 창문을 열어야 한다. 고로 창문을 열기위해 집안을 활보하는 행위는 일종의 행위자극이자, 나에게 있어서 ‘앵커’다. 앵커도 나왔으니, 이 앵커를 이용하여‘런지’를 추가한다.


그렇다고 무작적 행위자극을 설계하는 건 절대 금물이다. 행위자극 설계시 중요한 점이 있으니 1)물리적 장소가 일치해야하고, 2)빈도가 일치해야하며, 3)주제 또는 목적이 일치해야한다.


나에게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러 가는 행동과 런지는 물리적장소가 일치하다(런지는 공간제약 없음). 환기를 최소 1회 이상을 하니, 빈도 역시 일치한다. 신축아파트에서 나오는 나쁜 물질은 내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환기를 해야하고, 런지도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하는 것이므로 목적도 일치한다. 오우!


이제는 꾸준히 실천하면서 계단오르기처럼 무의식적으로도 할 수 있게 습관화만 하면 성공이다.


여담이지만 나쁜습관을 없애거나, 타인의 나쁜 습관을 없애는 방법도 알고보면 쉽다. 위 행동설계에 맞춰서, 설계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과자를 많이 먹는다면, 집안에 과자를 사오지 않으면 된다. 나같은 경우는 과자를 사려면 옷입고, 집밖에 나가서 슈퍼를 가는 행동이 더 번거롭기 때문에, 이 행동설계는 과자를 줄이는데 아주 유용하다.


한번 몸에 익힌 좋은 습관은 나무처럼 무성하게 자라난다(나와라 드루이드 얍!). 


처음엔 계단오르기만 하려고 했던 내 습관은 점점 증식해서 홈싸이클이 추가되고, 스쿼트가 추가되고, 다리올리기가 추가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증식해나갈 것이다(런지라던가 런지라던가 런지라던가 ㅋㅋㅋ). 그리고 이렇게 자라나고, 늘어난 내 습관들은 나에게 건강한 삶으로 보상해줄것이다. 체중감소는 덤이랄까?  


그럼 이제, 런지 뿐만아니라 실패한 또다른 습관들을 재설계를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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