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름 제약회사를 다니는 사람이지만, 난 이런 질병이나 약 관련 교양서적은 읽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유독 올해들어서(!!) 약이나 질병 관련 교양서적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읽었는데 넘나 어려워서 리뷰 안쓴 것도 여러권ㅋㅋㅋ).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내 업무는 화학쪽이 아닌 지원부서쪽이라 이런 지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추가된 일본어 번역업무(회사에서는 내가 잘해도 못한다고 해야하고, 잘하는게 있어도 알리면안됨..)덕분에 이런 기초지식이 필요해졌다. 아무래도 주로 번역하는 문서가 일본 제약관련 논문이다보니, 이런쪽 지식이 1도 없는 상태에서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너낌적인 너낌.



타고나기를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완전 오 백프로 문과생인 내가, 1도 모르던 제약, 화학쪽 논문을 번역하는 일은 뭐라고 해야할까. 원하지 않는 지식을 어거지로 머리속에 쳐넣는 느낌이랄까? 그나마도 일반적인 QA관련 교육이나 위험관리, 일탈 등은 어깨넘어 보아온 것이 있다보니, 나름 이해하면서 번역이 가능한데, 막 설비 나오고 무균포장 나오면 하 ㅋㅋㅋㅋ 이건 뭐......휴. 기초지식도 없는 사람에게, 갑자기 전문지식을 머리속에 쳐넣으면 대 혼란이 오는데, 그게 바로 지금 내 머릿속 상황. 그래서 대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위해, 그나마 내가 이해를 잘 할 수 있는 역사분야가 곁들여진 질병/제약 교양서적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고 놀란 사실 하나는, 내가 번역한 일본 논문이나 저널들에 나온 화학약품이 여기서 나왔다는 사실. 진짜 정말 일본놈들은 영어단어를 쓸때 알파벳으로 써주면 정말 고마운데, 꼭 카타카나로 변환해서 쓰니까. 이게 대체 무슨 단어인지 감이 안오는게 많다. 카타카나 그대로 읽으면 본래 영어단어와는 전혀 다른 단어가 되는게 태반이니까(할말하않ㅡㅡ). 카타가나대로 읽었을 때, 만약 내가 알고 있는 영어단어라면 나름 추리하기 쉬운데, 화학약품이나 제약쪽은 모르다보니 진짜 옆에 실험실 직원 붙잡고 최대한 비슷하게 읽혀지는 화학약품을 찾아녔던 과거의 나ㅠㅠㅠ



진작에 이런 책좀 미리 읽고 번역에 돌입했으면 나름 수월하게 번역했을텐데. 휴. 일년간 고생한걸 생각하면 진짜 ㅋㅋㅋㅋㅋ 아오.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번역 업무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므로 뼛속까지 문과생인 나는, 팔자에도 없는 제약/화학약품 공부를 해야한다는 슬픈이야기.



뭐, 업무의 필요성으로 인해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아무래도 이 책은 이런 분야에선 매우 초급적인 교양서적이다. 그러다보니 이쪽을 1도 몰라도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고, 오히려 꽤 흥미진진하다. 



퍼킨은 여러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조건을 조금씩 바꾸어가며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그 결과 퍼킨은 시커먼 타르처럼 보이는 덩어리를 얻었다. 그리고 그는 실험에 사용한 플라스크를 설거지 하다가 세제가 엉뚱한 보랏빛을 띠는 광경을 목격했다. 시험삼아 거기에 천을 담그자 아름다운 자줏빛으로 물들었다. 그는 이 물질을 자주색염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직감했다. 퍼킨은 이 우연하고도 기적적인 발견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염료회사를 세워 큰 돈을 벌었다. p 078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을 발견했다. 다만 이 퀴닌은 키나나무의 껍질에서 발견된 성분이다보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말라리아 환자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여러 화학자가 퀴닌 인공합성에 뛰어든다. 그런데...! 바로 이 과정에서 엉뚱한 결과가 나왔는데, 그 엉뚱한 결과로 때부자가 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퍼킨. 시작은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 인공합성이었으나, 결과는 보랏빛 화학염료 개발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잭팟! 



약품합성이나 염료합성은 모두 화학식에서 시작한다. 뿌리가 같다고 해야하나? 어느 갈림길로 가느냐에 따라 염료가 되기도 하고, 약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각 지역 공단에 있는 회사들을 보면 제약공장과 염료공장등이 이상하게 지척에 있다. 뭐 여튼, 결과적으로 이과 만세!


이런 류의 실험을 해야 실패한 것을 대상으로 또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뭐 그런 너낌적인 너낌... 



이런은 잭팟 확실히 문과보단 이과가 더 확율이 높은가보다. 2차대전 발명품도 그렇고... 하, 난 왜 실험따윈 개나줘버린 문과인가..



서양에서는 먼 옛날부터 널리 이용된 아편이 중국에서는 꽤 오래도록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뜻밖의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아편의 뛰어난 약효과 함께 그 끔찍한 해악과 독성을 중국인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중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p 101 (양귀비에서 모르핀을 얻어 아편을 만듬)



중국과 영국의 아편전쟁. 어찌보면 우리나라 역사에도 크게 영향을 준 이 전쟁. 분명 학교에서도 배웠을 이 전쟁은 결국 영국이라는 원조 섬짱깨가 중국에 양아치짓을 하며 시작한 전쟁이다. 



중국은 영국에 차(tea)를 수출하며 엄청난 무역흑자를 벌여들였는데, 이 말을 뒤집으면 영국은 중국을 상대로 엄청난 무역적자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낼 수 있나 고심하던 영국이, 아편을 중국에 수출하고자 한 것이다. 당시 영국은 아편을 위험한 약품으로 분류하여 엄청나게 규제를 하고 있었다는게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지들 나라에는 퍼지지 않게 규제하는 아편을, 중국에 대량수출하여 널리 퍼트린 영국! 결과는 뻔했다. 중국 전 대륙의 아편 중독. 뒤늦게 아편의 위험성을 깨달은 중국정부가 아편을 규제하자, 영국이 발끈해서 처들어온게 바로 아편전쟁의 서막이다.



전쟁의 결과는? 


당시 중국, 즉 청나라는 부패할대로 부패했기에 군대 역시 무쓸모. 결국 근대식 신식 무기로 무장한 영국이 승리했다. 여기에 더해 영국은 중국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홍콩까지 할양하라고 한다. 이래서 영국을 원조 섬짱깨라고 하는것!!!!



자 그럼 이 전쟁이 어떻게 우리나라 역사에 영향을 주었다는 말일까?


아편전쟁 전까지 동아시아의 패자는 중국이었다.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중국에 조공을 하는 명실공히 황제국가였다. 하지만 그런 중국이 영국에 미친듯이 깨지면서 동아시아의 권력구조가 깨져버렸다. 영국을 포함한 다른 서구권 나라들도 동아시아를 다시 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본격적인 서구권 나라가 동아시아로 발을 뻗어나가는 서세동점 시작.



여기서 아쉬운 사실은 당시 조선 정부도 영국에 대패한 청나라처럼 뿌리까지 썩을대로 썩어있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제대로 된 대처를 할 수도 없었다. 반면 일본은 서구식 근대화 문명을 받아들이는 메이지 유신이라는 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암흑의 35년, 일제강점기.



근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양귀비에서 추출하는 ‘아편’이란 성분이 그 오랜시간동안 중국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서양에서는 워낙 오래전부터 알려진 아편, 알려진지가 너무 오래되서 그 위험성까지도 널리 알려진 아편이 중국에서는 생전 초면인 성분이라니. 그네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명의 화타는 침만 놓을줄 알고, 식물들의 약효는 잘 몰랐나보다.



이 606번째 비소 화합물 살바르산은 ‘구세주’를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 ‘살바토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1910년 살바르산은 훼히스트에서 발매되어 말 그대로 수 많은 매독 환자를 죽음의 늪에서 건져 올린 구세주로 자리매김 했다.(중략) 또 살바르산의 등장은 수없이 많은 다른 세균 감염증에 대해서도 같은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p 164



중세에 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질병이 있다. 성병의 일종이라고도 알려진 매독. 지금이야 널린게 치료제니, 매독으로 죽었다는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지만, 옛날에는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 한다. 더 소름돋는건 매독으로 죽은 사람보다, 매독을 치료하다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아니, 어떻게 치료했길래 치료과정에서 죽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치료제를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중세에는 매독 치료제로 ‘수은’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원소기호 Hg 수은.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 수은이 얼마나 위험한지, 어떻게 위험한지, 중독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중세사람들은 몰랐다. 그들에게 수은은 만병치료제와 같았다. 그렇게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이 수은으로 매독을 치료하다가 죽었다. 



그렇게 아주 오랜시간이 흐르다 20세기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매독 치료제가 나왔으니, 바로 ‘살바르산’.


과거에는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 처럼 자연물에서 성분추출로 약을 조제했었는데, 이 ‘살바르산’을 시점으로 비로소 순수 화합물로 약을 만드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처음 시작은 어렵지만, 누군가 시작한 길을 따라가는 건 쉽다. 이런 화합물도 그랬다. ‘살바르산’을 시작으로 화합물에 대한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다만 발전이 너무 빨랐기에 ‘살바르산’이 그 명성을 이어간 기간은 짧았다. 더 뛰어난 약제들이 줄줄이 나왔기 때문에! 뭐, 그래도 이렇게 순수화합물로 약을 조제할 수 있게, 그 시작점에 ‘살바르산’이 있다는 것 만큼은 중요하다. 저널이나 논문 번역할때, 살바르산 이름이 가끔 튀어나오는걸 보면.




아니 근데, 이 책도 일본인이 쓴 책인데?? 왠지 원서로 다시 읽어봐야할 거 같은 이 느낌은....무엇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