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슬픔만 위로받는 세상을 만들지 말자. 위로가 사치일 정도로 하찮은 슬픔은 없다. 아무리 사소한 슬픔도 "네 슬픔을 들려줘"라는 말을 들어야 안식에 들 수 있다. 듣기는 비교급을 사용하지 않는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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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의 말들 - 오늘도 계속하기 위하여 문장 시리즈
강민선 지음 / 유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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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모호합니다. 그냥 좋으니깐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글쓰기와 책 읽기는 부담스럽습니다. 글이 차곡차곡 모여질 때마다 마음의 무게도 더 커집니다. 혹여나 실수하거나 곡해한 것은 없는지 돌아봅니다.

한낱 돈 몇 푼의 가치로 인간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 채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위한 교묘한 술책을 마주한 순간, 인간에 대한 모든 신뢰를 잃어버립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 여전히 읽고 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읽고 써야만 살 수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순간 신비로운 일이 일어납니다. 상처와 쓰라림은 그대로지만 설명할 수 없는 희망이 샘솟습니다. 그러한 꾸준함이 지금까지 저를 살아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 『끈기의 말들』의 강민선 작가는 1인 출판사 '임시제본소'의 대표로, 2017년부터 홀로 책을 직접 쓰고 만들어 출간했습니다. 저자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삶을 떠올리며 글을 써 내려갑니다. 쓰지 않아야 할 이유가 많았음에도 매일 쓸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이었는지를 말해줍니다.

저자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낼수록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음을 회고합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압박감과 무게감이 글을 쓰면 쓸수록 희한하게 가벼워졌음을 고백합니다. 쓸수록 무거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끈기의 행위는 덜어내는 과정이었음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끈기라는 것이 처음에는 그저 '참고 버틴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준비하고 써가는 과정 중에 끈기는 훨씬 품이 크고 넓은 말로 다가왔음을 이야기합니다. 끈끈한 기운, 기꺼이 하고 싶은 마음, 변하지 않는 품성,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 지키고 싶은 사랑과 같이 말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당황스러운 공격들 앞에서 일상이 침해 당할 때, 그럼에도 일상을 지켜주는 힘은 읽기와 쓰기입니다. 마음이 무너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에도 여전히 나를 지켜주는 것은 읽기와 쓰기입니다. 그러면서 그 글은 더욱 깊어지고 농익어갑니다.

책과 영화, 인터뷰 등을 통해 건져낸 '끈기의 말'들은 괴로움의 순간에도 포기하지도 단념하지도 않게 만들어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점점 빛나게 될 것입니다. 듣지 않고 존중하지도 않는 배려 없는 세상에서, 한낱 숫자들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가운데서도, 분명 끈기의 태도는 세상에 더욱 가치 있는 말을 건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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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 - 삶을 가두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31가지 연습
허심양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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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지만, 여러 상황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상대방의 안위는 생각지도 않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럴듯한 말들로 거룩함을 뽐내지만 그 안에는 탐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문제는 악인들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쉽싸리 해결되지 않는다는데에 있습니다. 그것은 깊은 내상으로 남아 트라우마가 되기도 합니다. 이겨냈다고 생각되었지만 몸과 마음에 흔적으로 남아 있는 생생한 기억은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를 좌절시키기도 합니다.


임상심리전문가이자 트라우마 치유센터에서 트라우마 생존자들을 꾸준하게 만나며 그들과 함께 했던 허심양. 저자는 이 책 『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에서 그동안의 상담 사례를 통해 트라우마에서 어떻게 자유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참으로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우리 마음과 몸에 남아 있는 '트라우마'는 우리의 삶을 자유롭게 하지 못합니다. 저자는 먼저 자신의 아픔을 터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트라우마는 사고의 심각함에 따라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어떤 흔적으로 남아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당시의 분위기와 정서 상태, 문제 해결 과정 등이 중요한 것입니다. 누군가가 그 과정 가운데 마음을 다해 함께해 주었다면, 큰 사고나 힘겨움일지라도 마음의 흔적은 적게 남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미한 사고일지라도 힘겹게 홀로 모든 것을 감당했다면, 그 기억은 마음 깊숙하게 간직될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결정적인 순간에 고통의 기억이 떠오르며 몸과 마음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데에 있습니다. 스토킹을 당한 사람이 비슷한 외형의 사람만 보면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상사의 폭력과 폭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합의를 강요당하며 분리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고립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즉, 트라우마는 현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과거의 경험을 의미합니다. 트라우마는 예측하기 어렵고 공포감을 주며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전쟁이나 폭력, 학대, 재해, 사고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트라우마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침해당합니다. 자존감은 붕괴되고, 내면은 무너져내립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적인 원칙이나 해답에 이끌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융통성이 없이 우리의 것을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상황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행동, 감정, 생각, 고통을 주는 문제 등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모든 상황에 대한 인과관계의 고리를 끊고, 조금 더 여유롭게 자신과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화될 수 없는 감정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그 상황을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나에게 선물을 한다든지, 낮잠을 자거나 요리를 하는 식입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며, 일기를 적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과거를 통해 우리가 형성되지만, 과거의 경험만으로 우리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내야 할 곳은 '지금 이곳'입니다. 누군가가 손 내밀어 준다면 우리는 훨씬 더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입니다. 그 누군가는 저와 여러분이 될 수 있겠죠.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며 연대한다면, 조금씩 우리는 자유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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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말들 - 단단한 일상을 만드는 소소한 반복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김은경 지음 / 유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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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지체하지 않고 사무실로 향합니다. 커피 머신을 키고, 책을 고릅니다. 제목이 와닿으면 목차와 서문을 훑어봅니다. 오늘 같은 날에 딱입니다. 이제 커피를 내립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습니다. 줄을 긋습니다. 메모를 합니다.


6년 정도 반복된 새벽의 습관은 그날을 결정합니다. 해피엔딩의 소설을 읽은 하루는 그저 기분이 좋습니다. 통찰과 지혜가 담긴 책을 읽은 하루는 매우 든든합니다. 잔잔한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는 주위를 둘러보게 합니다. 읽은 날의 하루는 다양한 상황에서도 잘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일 읽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습관은 강력합니다. 나도 모르게 스며든 반복된 행동은 우리의 태도와 인격으로 흘러나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다른 사람의 말이었는데, 그들의 말들이 모여 나만의 언어로 만들어집니다.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는 그 누구보다 나에게 유익이 됩니다. 그런 언어는 우리를 해방시키고, 날카로운 공격을 방어해 주기도 합니다.


프리랜서 편집자인 김은경은 이 책 『습관의 말들』을 통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소소한 반복의 말들을 선별합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택된 '습관의 말들'은 저자의 해석과 적용을 통해 새로운 통찰로 다가옵니다. 죽어있던 말들이 생기를 얻습니다.


흔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인격이나 태도가 바뀌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 작은 행동과 눈빛은 그 순간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지나온 세월이 쌓여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그 서사가 자신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우리의 성품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합니다. 나의 작은 행동 하나를 변화시키기 위한 반복된 일상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우리 몸에 흔적을 남길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수많은 언어들이 그 사람들의 언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언어로 자리 잡을 때까지 꾸준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부족함과 연약함,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한 자신의 단점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은 더 힘든 일입니다. 눈에 보이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말과 행동이 거칠다면, 마음을 담은 책들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나에게 스며들 때까지 반복한다면 조금은 부드러워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생각으로만 머물 때가 많습니다. 거창한 구호나 추상적 명제로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변화되고자 한다면 일상의 아주 작은 순간부터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느새 조금은 더 나아진 자신을 보며 웃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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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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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멋들어진 삶을 꿈꿉니다. 누가 보아도 아름답고 이쁜 삶 말이죠. SNS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입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장소에서 특별한 음식을 먹습니다. 그러한 삶이 평범한 일상인 것처럼 보이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저마다의 삶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을 것만 같은 삶이지만 그들만의 고뇌와 아픔을 보게 됩니다. 많은 것을 소유하거나, 높은 위치에 있거나, 인기가 많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인생에서 경험하는 고통은 동일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표면적인 삶의 격차는 존재합니다. 삶의 질은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이 그들을 피해 가지 않습니다. 두려움과 불안은 우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관계에서의 어려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이 경험하는 고비들은 우리 앞에 늘 놓여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비슷한 지점에서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고, 그 삶에서 분투하고 있음을 깨달을 때 느끼는 위로가 있습니다. 각자의 삶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끌어안고 최선을 경주했음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싸웠던 그 걸음이 결코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홍성미, 류수진, 이경아, 김혜원은 각자의 일상을 이 책 『아홉 단어』에서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이들의 삶은 평범하지만 특별합니다. 아홉 가지의 동일한 주제 앞에 4명의 저자는 다채로운 글의 향연을 펼칩니다. 같은 주제지만 다른 스타일의 글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독특한 경험을 합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인생이라는 큰 강을 요동치며 흐릅니다. 때로는 거칠고도 강하게 나를 몰아갈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조용하고 잔잔하게 우리에게 소소한 위로를 건네주기도 합니다.


같은 공간과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고민과 아픔도 엇비슷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사회문화적 측면을 부각하지 않았지만, 흐릿하게 스케치되어 있는 배경은 우리네 일상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이들의 삶과 이야기는 더욱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작은 일상의 깨달음이 결코 작지만은 않습니다. 그 문제로 끙끙대며 앓아왔던 시간만큼이나 우리에게도 도전과 용기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우리 또한 경험하는 일상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은 그저 스치는 의미 없는 순간이 아니라, 소중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귀한 통로가 됩니다.



*이 리뷰는 모모북스(@momo_books__)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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