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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의 말들 - 오늘도 계속하기 위하여 ㅣ 문장 시리즈
강민선 지음 / 유유 / 2023년 2월
평점 :
계속해서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모호합니다. 그냥 좋으니깐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글쓰기와 책 읽기는 부담스럽습니다. 글이 차곡차곡 모여질 때마다 마음의 무게도 더 커집니다. 혹여나 실수하거나 곡해한 것은 없는지 돌아봅니다.
한낱 돈 몇 푼의 가치로 인간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 채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위한 교묘한 술책을 마주한 순간, 인간에 대한 모든 신뢰를 잃어버립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 여전히 읽고 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읽고 써야만 살 수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순간 신비로운 일이 일어납니다. 상처와 쓰라림은 그대로지만 설명할 수 없는 희망이 샘솟습니다. 그러한 꾸준함이 지금까지 저를 살아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 『끈기의 말들』의 강민선 작가는 1인 출판사 '임시제본소'의 대표로, 2017년부터 홀로 책을 직접 쓰고 만들어 출간했습니다. 저자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삶을 떠올리며 글을 써 내려갑니다. 쓰지 않아야 할 이유가 많았음에도 매일 쓸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이었는지를 말해줍니다.
저자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낼수록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음을 회고합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압박감과 무게감이 글을 쓰면 쓸수록 희한하게 가벼워졌음을 고백합니다. 쓸수록 무거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끈기의 행위는 덜어내는 과정이었음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끈기라는 것이 처음에는 그저 '참고 버틴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준비하고 써가는 과정 중에 끈기는 훨씬 품이 크고 넓은 말로 다가왔음을 이야기합니다. 끈끈한 기운, 기꺼이 하고 싶은 마음, 변하지 않는 품성,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 지키고 싶은 사랑과 같이 말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당황스러운 공격들 앞에서 일상이 침해 당할 때, 그럼에도 일상을 지켜주는 힘은 읽기와 쓰기입니다. 마음이 무너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에도 여전히 나를 지켜주는 것은 읽기와 쓰기입니다. 그러면서 그 글은 더욱 깊어지고 농익어갑니다.
책과 영화, 인터뷰 등을 통해 건져낸 '끈기의 말'들은 괴로움의 순간에도 포기하지도 단념하지도 않게 만들어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점점 빛나게 될 것입니다. 듣지 않고 존중하지도 않는 배려 없는 세상에서, 한낱 숫자들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가운데서도, 분명 끈기의 태도는 세상에 더욱 가치 있는 말을 건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