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약한 자의 친구 - 세상이 외면한 이웃들과 우정을 나누다
크리스틴 폴 & 크리스토퍼 휴어츠 지음, 박세혁 옮김 / 복있는사람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속도가 중요한 듯 보이는 세상입니다. 이슈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새로움은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빨리 변하지 않으면 답답해합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맵니다. 진득하게 무엇인가를 추구하기보다는 재빨리 우리를 자극할 만한 것을 찾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그러합니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 사람을 누리고 함께 하는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합니다. 마음에 잇닿지 못하고 표면적인 관계로 만족합니다. 함께 찍은 밝게 웃는 사진으로 우리 사이를 대변하지만, 궁극적 순간에 서로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난하고 약한 자들은 더 소외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그들의 상처를 온전하게 치유한다는 것은 요원하게 보입니다. 서로를 신뢰하며 우정을 나누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저 서로를 기다리고 보듬어주는 과정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야만 합니다.
『손 대접』의 저자 크리스틴 폴(Christine D. Pohl)은 영성과 실천의 통합을 도모하는 '그래비티'의 공동 설립자 크리스토퍼 휴어츠(Christopher L. Heuertz)와 함께 어려운 곳에서 나눈 우정의 경험을 나누기를 원합니다. 그리하여 이 책 『약한 자의 친구』를 함께 저술합니다.
저자들의 이야기는 세상의 가장 어려운 곳에서 가난하고 힘이 없고 권리를 침해당한 이들과 더불어 사역하기로 결정한 공동체에서 나왔습니다. 이 공동체는 Word Made Flesh(WMF, 육신이 되신 말씀)입니다. WMF는 세계 각국의 가장 약한 이들과 동행하기를 원했고, 실제로 수많은 프로그램과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WMF의 핵심적인 정신 중 하나는 '관계'입니다. 이들은 약하고 소외된 자, 착취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 여성들과 우정을 만들어 갑니다. 이들에게는 그럴듯한 결과물과 눈에 바로 드러나는 무엇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 나와 함께 하는 이 사람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상처와 학대의 경험은 그 기간이 매우 길고 상흔은 깊어 온전한 회복은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 공동체와 긴밀하게 관계하며 우정을 쌓아온 지 거의 15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회복을 위해 힘겹게 싸우는 친구들이 매우 많습니다. 고통의 깊이만큼이나 빠른 해결책이나 쉬운 해답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저자들은 아픔을 경험한 사례에도 충실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합니다. 그중에 하나는 '개인 소매 평등세'로 우정을 맺은 친구가 일하는 공장의 제품을 소비를 할 때마다 스스로 가격의 12퍼센트를 세금으로 떼어 기금으로 적립합니다. 그리하여 연말에 그 기금을 그 친구에게 전달하는 것이죠.
이러한 결정은 우리의 진심을 그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삶에 실제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일용할 양식이 시급한 그들에게 말로만이 아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가 있습니다. 물론 부패한 정부를 변화시키거나 정치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이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지구적인 불의와 인간의 필요는 거대한 문제이기에 다양한 종류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름과 얼굴을 마주하는 한 사람을 돌보아야 합니다. 그들에게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들려져야 하며, 누군가는 들어야 합니다.
복음의 핵심이 하나님의 사랑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들려주고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의 선교는 하나님의 신실하신 사랑에 대한 반응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모든 것들로 눈을 돌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독점적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흘러가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선교는 관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우정은 일방적인 관계를 뛰어넘습니다. 서로에게 유익을 줍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한 사람이 주고, 또 다른 사람이 받는 관계가 아닙니다. 자기 헌신과 희생이 아닙니다. 우정은 서로에 대한 감사와 나눔입니다. 서로를 내어주며 함께 자라납니다.
서로를 신뢰하는 우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디고 갑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가벼이 여길 수 없습니다. 그 시간이 우리의 사랑이며, 서로를 향한 마음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참고 기다리셨는지를 기억합니다. 약한 자들에게 오랜 시간을 쏟는 것이 우정의 시작이며 선교의 핵심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