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식탁 이야기 - 처진 어깨를 도닥거리는 위로와 초대
김호경 지음 / 두란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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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이 기억납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경계합니다. 과도한 긴장으로 인해 부정적인 모습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처음의 식탁 자리가 떠오릅니다. 어느새 웃음꽃이 만연합니다. 자연스레 서로의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마음의 장벽이 하나씩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서서히 경계를 없앱니다. 표면적인 사실만을 나열하다 조금씩 더 깊은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렇듯 식탁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기쁨과 평안, 수용이 있습니다. 한 식탁에 둘러앉을 때 경계는 사라집니다. 인종, 성별, 지위 등은 그 순간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한 이웃이 되며, '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우리'가 됩니다.


'누가 공동체의 식탁 교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책 『예수의 식탁 이야기』의 저자 김호경. 저자는 신약학자의 능숙함으로 예수와 함께한 식탁의 의미를 추적합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으로 예수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집니다.


식탁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거리낌이 되는 자리입니다. 주님이 손 내미는 그곳에서 없는 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 약한 자들은 큰 평안을 경험합니다. 반면 가진 자, 부한 자, 인기 있는 자, 강한 자들은 예수의 행동이 매우 불편합니다.


일상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식탁 자리를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적 · 정치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정결법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마치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는 방법이라 가르쳤습니다. 그들은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를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시키며, 의인과 기준의 경계로 삼았습니다.


예수는 이러한 당시의 허례허식(虛禮虛飾)을 몸소 고발합니다. 식탁은 죄인과 의식을 가르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곳은 죄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예수의 밥은 구원의 상징입니다. 밥을 함께 먹음으로 인해 그들은 자유를 얻게 됩니다.


죄인들은 이제 잔치로 초대됩니다. 식탁에서 모두가 하나님의 귀한 피조물입니다. 그 누구도 잔치의 자리를 독점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가진 자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결핍한 자를 채울 책임이 너에게 있다고 말입니다.


우리 주님은 서로의 경계를 지우기 위해 결국은 자신을 내어주십니다. 그러니 더 이상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그저 우리는 다시금 식탁에 둘러앉아 그의 생명을 맛봅니다. 우리만을 생각했던 이기심을 내려놓고, 끊임없이 주님을 기억하며, 그분의 사랑을 살아내야 합니다. 그분의 섬김과 대접을 우리도 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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