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로운 의미의 미끄러짐을 생각해 볼 수 있을 터인데, 실제로 아포칼립티크(apocalyptique)라는 형용사는 19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작가이자 역사가인 에드가 퀴네(Edgar Quinet)의 표현에 따라 재앙을 통한 세계의 종말과 관련한 근대적 의미를 얻게 된다.- P34

하지만 신적인 계시로부터 궁극적인 재앙으로 향한 (의미상의) 전이는 프랑스어에서 최근의 사용법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P34

고대로부터 두가지 개념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에 비출 때, 이러한 의미의 진화를 짐작할 수 있는 흔적이 발견된다.- P34

계시록에서 밧모섬의 요한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드러내지만, 메시지의 내용은 가까운 장래에 도래할 가장 고통스러운 파국들을 고지하는 것이다.- P34

1세기 말엽 이후로, 하나님의 계시와 임박한 세계의 종말이 연결됐다는 점이다.- P34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심지어 고대에 있어서도 의미의 미끄러짐이 아니며, 오히려 정해진 기록의 양식(계시)과 담겨진 메시지(세계의 심판)의 단순한동화(同化, assimilation)이다.- P34

그러니까 아포칼립스라는 용어는 처음부터 불분명함(ambiguite)을 묵인했던 것이다.- P35

‘어떻게 계시에서 재앙으로 옮겨가는가?‘ 위의 질문에 우리는 최초의 문제의 몇 가지 측면을 밝히기 위해 다니엘에 등장하는 네 짐승에 대한 환상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P45

이에 따라 요한계시록보다 훨씬 앞선 시기인 기원전 2세기 중엽에 이 계시(apocalypse)라는 용어의 첫 번째 의미, 곧 신적인 계시라는 의미로, 계시라는 문학적 장르를 사용하는 유대교 문헌이 있음을 알게 된다.- P45

신적인 계시와 선언된 파국 사이의 내밀한 연결은별다른 무리 없이 알아볼 수 있다.- P45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비판하기 위해 괴물들의 이미지를 활용한 것은 어떤 이유인가?- P45

아마도 다니엘 집단 저자의 목적은 우선 청자 혹은 독자에게 충격을 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P45

우리는 괴물들의 이미지가 무(無)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신화적 모티프나 혹은 더 오래된 성경적 모티프를 차용하거나 다시 읽어낸 것임을 알게 됐다.- P45

저자 집단(Le milieu redacteur)은 그들이 발전시키고자 하는 목적의 정당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기존에 동료들 사이에 정립된 종교적 신앙들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P45

가나안 신화나 혹은 더 광범위하게 고대 근동의 문화에서 끌어온 인유들이 발견되며, 또 이 종교적 모티프들은 새롭고도 정당한 메시지를 전달할 목적으로 해석됐다.- P45

관건은 종교 권력들을 비판하고 무엇보다 심판이 다가옴을 알리는 것이었다. 즉 각각의 왕국이 보인 행위에 근거를 둔 심판이다.- P45

심판하는 신(dieu)은 개별 왕국의 신 또는 신들이 아니라, 천상의 왕궁 가운데 좌정하신 이스라엘의 하나님(Dieu)으로 이는 근동 지역 신화에서 가져온 또 다른 이미지다.- P45

다니엘의 저자 집단은 이런 방식으로 이스라엘 하나님의 위엄 있는 왕국이 섬기는 신들에 대한 우위를 확언한다.- P46

이 집단은 또한 오늘의 승리자들이 심판의 날에는 그저 내일의 패배자들이 될 뿐이라고 고지한다.- P46

왕국들 중 가장 악한 왕국인 셀레우코스 왕국과 이 왕국의 가장 해로운 앞잡이인 안티오코스 4세는 어떤 벌을 받게 됨에 상관없이 멸절될 것이다.- P46

고대의 세계에서 흔히 그렇듯, 정치적인 주장은 종교적인 표현과 분리될 수 없다.- P46

괴물성(monstruosite)은 정치·종교적 측면에서 환상의 기록자들의 강력한 원한의 감정을 보여준다.- P46

우리는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의 묵시적 본문(텍스트)들이 그 기록 당시에 당면하게 된 정치적 - 종교적 문제들을 반영하는 메아리로 이해됨을 받아들인다.- P46

그저 장래에 대한 환영에 그치기보다, 그러한 텍스트들은 오히려 현재의 문제들에 뿌리를 내린 기록인 것이다.- P46

다른 한편으로, 계시들은 독자 혹은 청자를 교육하는 역할을 한다.- P46

그들이 믿음의 차원에 놓일 경우, 저자 집단은 하나님 자신에 의해 짜여지고 그분의 가르침과 권능에 따라 인도된 유대 역사의 이미지를 환상 속에 부여한다.- P46

고대 세계에서 이러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환상을 읽거나 듣는 자들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권능에 관한, 즉 기원전 2세기 중엽에 유대의 정치적 과오들과 완전히 괴리적인 권능에 관한 교훈을 받아들이게 된다.- P46

또한, 이미지의 힘이 겨냥하는 것은 여러 사건들로 인해 의심이올 때 하나님의 권능과 우위에 대한 믿음에 있어 유대인들을 설득하거나 혹은 확고히 굳히는 것이다.- P46

저자 집단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환상을 정당화하는 일이며, 대중(公衆)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역사의 전개에 따른 실제적인 결과다.- P47

따라서 계시들은 정치·종교적인 저의와 무관한 순수한 계시들이 아니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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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6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6쪽의 글. 정치와 종교. 이 두 가지는 참 어려운 문제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려 있어서 만인을 만족시킬 수 없을 듯해서요.

모찌모찌 2020-09-16 15:42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ㅠ 종종 대화의 장벽을 느낍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