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는 방향도 실체도 없다.

김택영

갑작스러운 깨달음. 공부하고 글 쓰는 모든 이들이 바라는 것이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지금껏 수많은 학인과 작가가 온몸을 바쳐 노력해 왔다.

깨달음은 꿈에 혹은 산책 중에 나타나기도 하고, 웃고 떠들 때,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나타나기도 한다. 공부하고 책을 읽어야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책에 눈을 붙이기만 하고 마음을 두지 않으면 읽어도 아무런 이익이 없다.

홍대용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게 되고, 볼 줄 알면 모으게 된다는 문장.

나는 책 읽는 사람들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당신이 소설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기 쓰는 실업자 유만주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남은 남답고 나는 나다운 경지가 대단히 좋은 것이다."

살면서 가장 어렵게 느끼는 일은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고, 말해야 할 때 말하는 것이다.

침묵해야 할 때와 말해야 할 때를 적절히 판단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일흔일곱의 허목은 여전히 정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실력자였다. 그를 정계에서 버티게 만든 건 바로 침묵의 원칙이었다.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지날 때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림 속의 인물 같을 것이라고 부러워한다. 막상 찾아가 물어보면 스스로 즐겁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다.

조귀명

흔히들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역사는 반복될 뿐이다.

당신이 글을 써 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잘 쓴 글이건 못 쓴 글이건 글을 없애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깨달음은 질서 없이 몰려오므로 어떤 날은 몇 걸음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번뜩 찾아온 깨달음을 적은 것이기에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 까닭에 기록할 때는 굉장한 무언가로 여겼으나 시일이 경과한 후에 다시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적도 있다.

번뜩했던 무언가가 사라지기 전에 다시 살펴서 단어들을 문장으로 만들고 엉성한 문장의 빈 곳을 채우고 감정의 언어를 논리의 언어로 변환해야 비로소 온전한 기록이 된다.

이것이 묘계질서妙契疾書의 원칙, 깨달음을 얻으면 재빨리 글을 써서 생각을 잡는다는 뜻이다.

단 한 줄, 단 한 단어도 없애려고 하면 아쉽다. 스스로 자신의 행적을 지워 버린 남곤을 어떤 면에서는 대단하게 여기는 이유다.

실패 또한 반복된다. 이래서야 역사를 공부할 이유가 없지 않나.

인문학도 필요하지만 소설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할 능력은 없지만 소설 읽기도 공부라고 말하고 싶다.

깨달음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으며, 깨달음에는 정답도 없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0-09-0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꼭 읽어야겠어요!

모찌모찌 2020-09-09 13:46   좋아요 0 | URL
아^^ 유유에 이 시리즈가 저는 좋더라고요 ㅎ 근데 호불호가 있을것 같긴해요 ㅎ 쭉 이어지는 스토리는 아니고요 ㅎ 문장 하나에 느낌과 생각을 서술한 책이어요 ㅎ 각 문장이 마음에 드시면 좋은 선택이 되실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