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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기린, 그날 이후 ㅣ 하얀 기린
변준희 지음, 이수연 그림 / 쉼어린이 / 2025년 2월
평점 :

동일한 사건이지만, 저마다의 반응과 그 이후의 삶은 다릅니다. 상황은 비슷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해석과 그것을 끌어안는 품의 차이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환경과 상황이 같다고 할지라도 각자의 삶은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이전의 이야기에서 하얀 기린은 결코 쉽지 않은, 삼키기 힘든 상실을 경험합니다. 여전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왜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본래의 아름다움을 파괴할까요?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자신의 것인 양 행동할까요?
왜 이런 고통이 찾아왔는지 납득되지 않는 나날이 계속됩니다. 마치 나에게만 계속 그런 것만 같습니다. 울분을 쏟아냅니다. 잠시만 멈추어봅니다. 너를 떠올려봅니다. 아픔을 끌어안고 있지만, 다시금 너를 찾아봅니다. 완전하게 소화되지 않지만, 이해되지 않지만, 조금씩 움직여봅니다. 고통을 홀로 끌어안고 있기는 참 벅찹니다.
이제 혼자만의 아픔과 슬픔이 아닙니다. 서서히 주변이 알게 됩니다. 느끼게 됩니다. 공감을 얻게 됩니다. 참으로 힘겨운 상황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것 같았지만,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큰 위로를 얻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고통 가운데 있다는 것을요.
누군가의 품이 그리웠습니다. 따스함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에게 품이 되어주려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상실의 아픔을 치유합니다. 내가 기대했던 방식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며드는 따뜻함은 서로를 녹입니다. 서로를 채웁니다. 그렇게 사랑의 끈은 또다시 살아갈 힘을 우리에게 선물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