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급식은 단짠단짠 - 누구나 먹어본 적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급식의 세계에서 영양사로 살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 10
김정옥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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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첩에서 출간하는 일하는 사람 시리즈를 무척 좋아합니다. 세상에 셀 수 없이 많은 직업이 있고, 당사자들 말고는 정확히 모르는 세계이니, 각 직업군에서 한 분 씩 에세이 다 써주시면 좋겠단 싶습니다.

 

이번에는 급식의 세계, 14년차 영양사님이 저자입니다. 제 식사 챙기기도 힘든 편이라... 어마어마한 식재료 량과 배식의 책임감에 읽기 전에 호흡이 먼저 무거워집니다. 얼마나 분주하고 긴장되는 일일까요...


! 현재 직책은 영양교사입니다.

 

학생으로서 급식을 먹는 시간은 아주 길고, 사내 식당, 구내식당, 도서관 식당 등등 생각해보면 집밥보다 급식 먹은 양이 더 많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도 가만 떠올려보니 얼굴을 기억하는 영양()사가 안 계시네요. 배가 고파서였을까요. 식판만 보았나 봅니다.


 

급식은 요리라기보다는 엄청난 업무 처리 과정처럼 느껴집니다. 정성이 없네, 그런 의미가 아니라, 엄연히 예산이 있고, 구매계획이 철저해야 하고, 잔반까지 고려하는 종합적인 프로젝트라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건강과 직결된 일이니 더욱 고려할 점이 많아지는 업무 강도가 무척 센 직업입니다.

 

업무의 성과를 정확하게 수치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잔반이다.”

 

단체급식 이론을 조금 설명해주시는데 헉... 모르척 하고 다른 내용을 읽어 봅니다. 식사 준비를 하는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고민인 식단 () 돌려쓰기의 기술... 물론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딱 그것만 해내고 힘든데 더 욕심을(?) 부리시는 이야기에 절로 존경심이...

 

이들에게 급식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힘이 되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영양사님이 일하시는 초등학교의 학생들은 딱! 3년이면 이름을 모르는 과일이 없다고 합니다. 저는 제게도 그렇게 다양하게 과일을 먹여본 적이 없습니다. 역시 이 해주는 식사가 최고... 쿨럭...

 

오늘 다른 책을 읽으며 만날 때마다 무척 속상하고 화가 나는 내용인 버려지는 음식물에 대해서, 직접 관련된 일을 하시는 영양사님의 고민은 더 깊고 심각하고 진지합니다. 자원봉사활동으로 유통기한 임박한 음식물을 구하는 것은 물론, ‘잔반통 없는 날을 지정 운영하시고 합니다.

 

그러니 계산과 예측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료 구입과 사용에 있어 영양사님의 수치는 소수점 아래로 내려갑니다. 정말 힘든 직업입니다. 이런 철저하게 계산된(?) 과정을 거친 재료들이 맛있고 따뜻하고 정겹고 힘이 되고 든든한식사가 됩니다. 마법처럼...


 

먹고 살기 위해 사는 것... 에 저항감도 있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도 참 없다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일,... 다 사람이 하는 일... 피곤해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감사 인사를 하면 행복하게 인사를 받고 돌려주실 것입니다. 저는 매번 챙기지는 못했던 일입니다.

 

가끔은 누군가의 한 끼를 준비하는 내 일터가 너무도 솔직한 삶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새록새록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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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9호 Maniere de voir 2022 - 맛의 쾌락 마니에르 드 부아르 Maniere de voir 9
리크 판타지아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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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세계사에 대한 심각한 지식부재 - 그걸 깨닫는 데만 수십 년 - 로 구독하던 르몽드 한국판은 점점 완독이 어려워지다 결국 계속 읽으며 배워나가지 못했다. 여러 해 만에 르몽드의 계간무크지를 만난다.


 

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없고 체온을 유지할 수 없는 인간에게 생존의 기본은 에너지와 식량을 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뇌에만 집중 투자하는 진화를 선택한 탓에 먹는 일이 아주 복잡한 사회문화가 되었다는 점이다.

 

어찌나 먹어대는지 먹는 일로 지구상의 생물다양성도 망치고 기후대학살도 야기했다. 인간에게 음식은 쾌락과 욕망의 목적물로만 사용되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담고 있다. (...) 음식은 그것의 존재 자체를 넘어서는 문화적 상징이자 기호이다.”

 

맛의 쾌락이란 주제에 맞게 여러 공부를 할 수 있어 한편으로는 즐거운 독서이다. 물론 매 맞는 충격이 훨씬 더 분위기지만. 레스토랑의 역사를 배운 후에는 Made in Italy에 이탈리아산은 거의 없다는 농산물 가공 산업의 유통 구조를 배우게 된다.

 

식욕 부재가 너무 오래가서 지난주에 이탈리아 식당에서 비건토마토파스타를 먹었는데 없던 미각이 이마에서 터지듯 드디어! 맛이 느껴져서 행복했다. 재료와 향료 맛을 오래 느끼면서 멈추고 싶지 않은 시간을 즐겼는데... 실제로는 뭘 먹은 걸까.

 

이주노동자들이 공장 같은 농장에서 수확노동에 착취당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한국의 깻잎투쟁기가 떠올랐다. 혈관 좀 덜 막히라고 토마토를 많이 먹고 싶은데,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이주노동자들의 형편을 알게 되었다. 알면 알수록 먹을 게 없다. 한국의 식재료들 중 설마 깻잎만 그런 상황이겠는가.

 

어제 마신 두 잔의 와인 역시 화학농법으로 생산된 좀비 와인이었을까. 대단한 와인 애호가도 소믈리에도 아닌 일상 음용자라서 확인하는 것도 방부제 정도인데... 선물해주신 분께 이것저것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인간의 섭식이란 이토록 복잡하다.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을 돕고 건강을 지키려는 원래의 목적과는 무척 다른 상품의 부가적 기능 혹은 부작용이 아주 많은 식품 산업을 인간이 만들었다. 먹는 일이 꼭 이런 방식이어야 할 이유는 음식보다 자본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일지도.

 

너무 멍청하고 낭비라서 화내다 지치는 폐기 식품은 프랑스에서만 연간 1,000만 톤이다. 사람을 쥐어짜고 환경을 가해해서 만든 상품이지만, 상시 할인, 과잉 생산 그리고 낭비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만나기 전에 폐기되는 양도 비슷하다. 1/3!

 

생산만이 아니라 이 일련의 낭비 과정에 천연자원(토지, 석유, )이 사용된다. 물론 헛짓거리 완전히 무용한 결과이다. 화가 난다. 버리기 위해 만들고 운반한다. 이러고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모금은 또 따로 하는 형편... 인간은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연어 덮밥과 스테이크와 회를 위한 양식업은 바다를 핏빛으로 만들었다 - 썩은 양식 연어 바다에 버린 결과. 칠레가 수입하는 항생제의 80%는 양식업에 쓰인다.’ 한국이라고 다를 것이라 믿지 않는다. ‘생태계의 수용 가능 수치를 발표하면 믿고 따를 것인가. 믿지 않는다.

 

보릭 의원의 문제는 말이지요. 자본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교 급식과 구내식당의 건강과 환경문제는 당장의 현실과 관련된 일이라 신경이 곤두선다. 거듭 말하지만 남의 나라 - 프랑스 - 일만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건강도 아이들과 우리 모두의 건강도, 식재료를 생산하는데 따른 환경영향평가도 모두 중요하다.

 

이미 기대도 안 하는 맥도날드나 나이키 등을 제외한 기업들 - 대표적으로 스타벅스 - 도 소셜워싱*이나 하지 말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동지가 되어줄 순 없을까. 자본주의를 모르는 망상인가. * 기업이미지의 사회적 순화


 

기아 공포란 무서운 단어를 새롭게 만났고, 그보다 더 무서운 식량이 마지막 투기 은신처라는 분석을 읽었다. 역시 르몽드다. 비판하려고 드는 대상에게는 얄.... 깊고 풍성한 내용에 비해 보잘 것 없는 문해력과 글이라 서평이랄 것 없는 소개를 아쉽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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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미국 미술사 다시 읽기 - ‘타자’로의 초대
김진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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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이고 미국미술사라서 아는 것이 무척 적을 거란 짐작은 했다. 더구나 이런 매력적인 문장이 있다. 여러분들을 미국 미술의 타자에게로 초대한다.” 그러니까 주류도 잘 모르는데 타자를 먼저 만나게 되었다. 정말 귀하고 설레는 일이다.

 

타자의 미술, 타자의 문화를 재현할 때의 문제 즉 누구의,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재현인가라는 물음으로 직결된다.“

 

타자란 범주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의 타자는 담론에도 속하지 못했던, 완전한 사회적 타자들이며, 흑인, 치카노*, 여성, 라티노, 성소수자, 에이즈 환자, 아시아계 미국인 등이다.

 

* chicano : 치카노는 미국에 거주하는 멕시코계 사람을 일컫는 말. 이전에는 촐로(Cholo)라는 단어가 존재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새삼 서럽게 느낀다. 올 해에 문학으로 세 작품을 만났는데 개별 작품이 아닌 집단적 타자로서의 아시아인들의 서글픈 위상을 떠올리게 한다.

 

아시아계 미국 미술가로서 (...) 큰 주목을 모은 작가들로는 이사무 노구치, 오노 요코, 백남준 등이 있다. 이들은 아시아계로서 주류 미술계에 진입한 극소수의 사례였고 (...) 1990년대 미국인들 중 가장 새로운 타자 그룹은 아시아계였다.”

 

분량이 적지도 않지만, 내용이 새로워서 아는 부분을 적당히 넘기지도 못하고 열심히 읽었다. 무척 복잡하고 뿌듯하고 뜻밖의 학습욕구가 생겼다. 지금에 와서 달달 외우면서 하는 공부는 무리이고 - 학생일 때도 그렇게는 못했음 - 반복해서 읽으려 한다.

 

액트업 - “우리를 보지 마라: 우리의 말을 듣기 시작해라!”

 

이 글은 일독 후 빙산의 일각 같은 몇몇 작품 소개와 단상을 위한 첫 번째 기록이다.



 

역사서를 좋아하고 분야를 막론하고 반드시 배워야한다고 확신한다. 역사를 알아야, 개별 지식이 아닌 연속적인 서사로 이해하고, 전체의 흐름을 보는 눈이 생긴다. 그래야 별건의 작품과 작가들의 의미도 제대로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대에 따른 다각적인 갈등과 도전과 영향을 비교 학습할 수 있다. 모든 분야의 역사공부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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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낱말들 -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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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단호하게 의무(?) 할 일들을 해치우고
어제 생긴 이 공간에 다시 숨어들었다
나가고 싶지 않아서 큰일이다
백만 년 만에 마시는 낮 와인이 쌉쌀하다  🍷😊




이 책에 담긴 일상어 열여섯...



‘커피’는 중요한 일상이었다 사라졌고
‘텔레비전’은 중요한 일상이었던 적이 없고
‘책’은 구원, 의지, 도피, 비상약 등등 너무 많은 일상이고
‘게으름’은 본질이고(그런 것치고 너무 분주하게 산다. 불행의 확실한 원인 중 하나.)
‘기다림’은 지겹고
‘서늘함’은 더 필요하고
‘바닥’은 고맙고
‘흔들흔들’은 무섭고
‘밥’도 무섭고
‘아침’은 반갑고
‘소곤소곤’은 참 좋고
‘장난감’은... 책이라 퉁치고
‘병원’은... 이제 그만... 싶고
‘안녕’은... 쓰지 않을 수 없겠다



가능하면 우리 오늘도
요란하게 찾지 말고
많이 묻지 말고
불가피하지 않음 말 걸지 말고
고요히 즐겁게 살아 보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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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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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던 사람도 반짝 깨우는 멋진 아이디어에, 화풍 또한 태연하게 사실적이라서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통해 심리를 낱낱이 짐작할 수 있겠다 싶다. 표현력이 어마어마하다. 주로 웃음이 풋 터지게 하지만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현실이라고 상상하면 나부터 막막하다.

 

배달도 포장도 가능한 줄여 살지만, 식재료를 구매한다는 것은 여전히 포장지가 남은 불편한 일이다. 유기농 제품을 주문하고 곱게 플라스틱 바구니들에 담긴 제품을 받으면 3초 정도는 멍해진다. 생산/판매하는 입장, 소비자의 입장, 지구시민의 입장이 거세게 충돌한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동안 식품 배달의 실상은 어땠을까. 어쨌든 지금도 여전히 거의 모든 일이 가능한 비대면인 것이 안심이 되고, 나는 아직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오늘도 사돈댁 어른이 코로나 확진된 소식을 들었다.

 

모두의 이야기라 더없이 불편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함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턱없이 희망도 그려보는 문제이다. 작품이 발하는 통찰을 나름대로 정리해서 전하고도 싶은데 스포일러나 오용이 될 듯도 하다.

 

마침 오늘 좋아하는 강아지가 갖고 싶다가 아닌 되고 싶다란 카툰을 본 날이라 묘하게 생각이 이어진다. 인간이 사는 방식, 희생을 강요당한 동물의 권리, 멸종에 이를지 모를 환경 문제, 인간 내부에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노동 방식과 실상...

 

나는 소비하는 인간이다. 지불능력을 자립능력으로 잘못 이해하고 살아왔다. 저자의 문장처럼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존재이다.

 

쌓여 가는 배달 상자와 일회용 플라스틱 더미를 보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바라볼 용기와 에너지가 없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휩쓸려 가는 일상에 균열을 내 본다.”

 

멋진 일이다. 본질을 바라볼 용기는 있지만, 에너지는 좀 부족하고,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란 핑계로 적당히 하는 주제에, 원망은 크다.

 

여행을 가든, 놀러 나가든, 일하러 가든 누구도 함부로 죽어서는 안 된다고 믿으면서도, ‘안전사고예방법으로 압사관련 정보가 전송되는 것에 화가 나면서도, 주말에는 집에만 머물고 싶다. 균열을 내보려고 하는 분들을 안전하게 응원만 하면서...

 

자발적인 육식을 하는 일이 없어서, 돼지를 요리할 여러 궁리와 계획과 과정들이 모두 끔찍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경험 해보시면 좋겠다. 돼지고기가 아닌 돼지를 죽인다는 일과, 관련된 온갖 상품 쓰레기들과,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의 모습을...

​​​​​​​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자르는 일에 동원된 모든 일을 계산해볼 수 있는 기회이다. 나는 계산이 정확한 사람이 좋다. 300g 일인분의 진짜 가격을 아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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