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에르 드 부아르 9호 Maniere de voir 2022 - 맛의 쾌락 마니에르 드 부아르 Maniere de voir 9
리크 판타지아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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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세계사에 대한 심각한 지식부재 - 그걸 깨닫는 데만 수십 년 - 로 구독하던 르몽드 한국판은 점점 완독이 어려워지다 결국 계속 읽으며 배워나가지 못했다. 여러 해 만에 르몽드의 계간무크지를 만난다.


 

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없고 체온을 유지할 수 없는 인간에게 생존의 기본은 에너지와 식량을 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뇌에만 집중 투자하는 진화를 선택한 탓에 먹는 일이 아주 복잡한 사회문화가 되었다는 점이다.

 

어찌나 먹어대는지 먹는 일로 지구상의 생물다양성도 망치고 기후대학살도 야기했다. 인간에게 음식은 쾌락과 욕망의 목적물로만 사용되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담고 있다. (...) 음식은 그것의 존재 자체를 넘어서는 문화적 상징이자 기호이다.”

 

맛의 쾌락이란 주제에 맞게 여러 공부를 할 수 있어 한편으로는 즐거운 독서이다. 물론 매 맞는 충격이 훨씬 더 분위기지만. 레스토랑의 역사를 배운 후에는 Made in Italy에 이탈리아산은 거의 없다는 농산물 가공 산업의 유통 구조를 배우게 된다.

 

식욕 부재가 너무 오래가서 지난주에 이탈리아 식당에서 비건토마토파스타를 먹었는데 없던 미각이 이마에서 터지듯 드디어! 맛이 느껴져서 행복했다. 재료와 향료 맛을 오래 느끼면서 멈추고 싶지 않은 시간을 즐겼는데... 실제로는 뭘 먹은 걸까.

 

이주노동자들이 공장 같은 농장에서 수확노동에 착취당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한국의 깻잎투쟁기가 떠올랐다. 혈관 좀 덜 막히라고 토마토를 많이 먹고 싶은데,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이주노동자들의 형편을 알게 되었다. 알면 알수록 먹을 게 없다. 한국의 식재료들 중 설마 깻잎만 그런 상황이겠는가.

 

어제 마신 두 잔의 와인 역시 화학농법으로 생산된 좀비 와인이었을까. 대단한 와인 애호가도 소믈리에도 아닌 일상 음용자라서 확인하는 것도 방부제 정도인데... 선물해주신 분께 이것저것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인간의 섭식이란 이토록 복잡하다.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을 돕고 건강을 지키려는 원래의 목적과는 무척 다른 상품의 부가적 기능 혹은 부작용이 아주 많은 식품 산업을 인간이 만들었다. 먹는 일이 꼭 이런 방식이어야 할 이유는 음식보다 자본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일지도.

 

너무 멍청하고 낭비라서 화내다 지치는 폐기 식품은 프랑스에서만 연간 1,000만 톤이다. 사람을 쥐어짜고 환경을 가해해서 만든 상품이지만, 상시 할인, 과잉 생산 그리고 낭비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만나기 전에 폐기되는 양도 비슷하다. 1/3!

 

생산만이 아니라 이 일련의 낭비 과정에 천연자원(토지, 석유, )이 사용된다. 물론 헛짓거리 완전히 무용한 결과이다. 화가 난다. 버리기 위해 만들고 운반한다. 이러고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모금은 또 따로 하는 형편... 인간은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연어 덮밥과 스테이크와 회를 위한 양식업은 바다를 핏빛으로 만들었다 - 썩은 양식 연어 바다에 버린 결과. 칠레가 수입하는 항생제의 80%는 양식업에 쓰인다.’ 한국이라고 다를 것이라 믿지 않는다. ‘생태계의 수용 가능 수치를 발표하면 믿고 따를 것인가. 믿지 않는다.

 

보릭 의원의 문제는 말이지요. 자본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교 급식과 구내식당의 건강과 환경문제는 당장의 현실과 관련된 일이라 신경이 곤두선다. 거듭 말하지만 남의 나라 - 프랑스 - 일만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건강도 아이들과 우리 모두의 건강도, 식재료를 생산하는데 따른 환경영향평가도 모두 중요하다.

 

이미 기대도 안 하는 맥도날드나 나이키 등을 제외한 기업들 - 대표적으로 스타벅스 - 도 소셜워싱*이나 하지 말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동지가 되어줄 순 없을까. 자본주의를 모르는 망상인가. * 기업이미지의 사회적 순화


 

기아 공포란 무서운 단어를 새롭게 만났고, 그보다 더 무서운 식량이 마지막 투기 은신처라는 분석을 읽었다. 역시 르몽드다. 비판하려고 드는 대상에게는 얄.... 깊고 풍성한 내용에 비해 보잘 것 없는 문해력과 글이라 서평이랄 것 없는 소개를 아쉽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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