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정치적 동물의 길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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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beings are by nature political animals, because nature, which does nothing in vain, has equipped them with speech, which enables them to communicate moral concepts such as justice which are formative of the household and city-state (1253a1-18). Aristoteles
 
한때 교과서에도 버젓이 실린 사회적 동물이라는 무근본 번역은 깨끗하게 사라지기 바란다. 그리스는 도시국가polis 체제이고 거기에 사는 인간은 도시국가의 방식에 맞는 삶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정치적political이며, 그래서 치안을 담당하는 직업을 경찰policemen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이런 삶이 싫다고 떠난 ‘자연인들’은 논외의 대상인 것이다. 그 도시국가들의 스케일이 커져서 국민국가가 되었다. 국가에서 살아가는 국적을 가진 모든 이들은 따라서 여전히 정치적political이여야 한다.
 
“산다는 게 징글징글한가? 징글징글한 나머지 산 속으로 잠적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거기에 정치는 없다. 답이 없는 세계에서 좋은 세상 보겠다고 싸우다가 지치면, 세상을 뜨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도 뜨지 않고 버티는 데 정치가 있다.”
 
정치란 내 삶의 모든 영역을 결정하는 합의이고 협의이기 때문이다. 논의할 때 참여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나는 동의 안 했다고 불평불만을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큰! 문제이다.’
 
폴리스polis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저이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쓰다 보니 이책의 분위기에 반하는 안티글이 될 것 같아 얼른 정신을 차린다. 김영민 교수는 마주치는 모든 것에서 정치를 사유하고, 동서고금의 철학, 책, 뉴스, 드라마, 영화 - 아주 많음 - 에 대해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자신의 코드로 엄청난 수다(?)를 들려준다.
 
유쾌하고 재미있다. 정치사상이나 이론을 막 함축적으로 설파하는 내용은 없으며, 정신없이 재밌게 읽다 보면 좋아했던 영화들이 소환되면서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된다. 관련 내용이 아주 많으니 개별 소개와 인용은 생략한다. <파리대왕> <폭풍 속으로>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아이리시맨> <모노노케 히메> <D.P> 등.
 
“악의 존재에 맞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고자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온 역동적인 정치사가 한국에는 있다. 실로 현대 한국인의 마음에는 대규모 정치적 시위가 준 효능감에 대한 집단적 기억이 각인되어 있다.”
 
<다크 나이트>의 하비 덴트의 언급은 좀 아프다. 조커가 간파하고 의도한 대로 ‘정의’란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고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세상의 어느 한 부분에 정의를 불러오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모두 인류의 성인처럼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이루고 나와야 하는 걸까. 온갖 실수를 저지르지만 한 때 한 가지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결점투성이인 사람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선일까.
 
그런 도덕성의 신화를 서사구조로 만들어 내세운 것이 하비 덴트이고 한국 현대사의 운동권이었던 것도 맞다. 텍스트나 콘텐츠보다 이미지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시대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시작되었으니까. 그러면 정치 행위에 있어 이미지 전술은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또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유쾌하고 재미난 수다라 저자의 이야기를 몇 시간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도 글은 자꾸 이러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고 웃다 죽을 것처럼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흥미로운 의식의 흐름은 여전히 좋고 그 정도로 웃지는 못했다. 주말 동안 언급된 영화들 중 한 편을 보고 싶다는 생각.
 
“불과 100여 년의 시간 동안에 왕조 국가에서 공화국으로 탈바꿈하고, 자신들이 무시해온 이웃 나라에서 강점당하는 식민지 체험을 겪고, 동족의 배때기에 죽창을 쑤시는 상잔의 전쟁을 거쳐, 끼니를 걱정하는 빈국에서 (...) 부국으로 도약하는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쓴 나라가, 자기 자신에 대한 애증으로 가득한 이 나라가 어떻게 ‘헬’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한국은 지옥불에도 무너지지 않은 그을린 가옥이며, 한국인은 지옥불을 견디고 기어이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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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이 보기에 전쟁, 지진, 홍수, 판데믹, 호환, 마마보다 참담한 재앙이란 바로 담담하게 욕심이 없는 상태다. 다 귀찮아하는 상태다. 그래서는 이 세계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 뼛속 깊이 귀찮아하는 사람은 삶 자체도 귀찮아하므로 인류의 멸망 따위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 (...) 사람들이 귀찮은 나머지 아무 것도 안 하다가 멸종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사람들의 욕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 욕망이 없다면 이 세계는 텅 비어버리고 말 것이다.”
 
“제대로 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유아적으로 행동하기를 그치고 정치적 덕성을 함양해야 한다. (...)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Wiesengrund Adorno가 말한 것처럼, 미성숙한 인간들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권력(power)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뭔가를 해내기 위해 발휘하는 그 모든 것이다. 군사력, 경제력, 정신력, 정치력, 매력, 지력, 자제력, 드립력, 이 모든 것이 권력이다. (...) 욕망과 목표가 있으면 권력은 존재하게 되어 있다.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하고, 살아가는 한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관계를 맺는 이상 정치체에 속하지 않을 수 없고, 정치체에 속하는 한 누군가에게 다스려지지 않을 수 없다. (...) 실로 놀랍지 않은가, 다수가 소수보다 분명 강할 텐데, 그 강한 다수가 결국 소수의 지배를 받는다. 정치적 허구가 그 놀라운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 허구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허구를 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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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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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만난 작가의 에세이를 이후에 만나는 일은 있어도 에세이 작가의 소설을 접하는 경험은 처음인 듯하다읽다보면 인문학적인 사유가 이전 에세이나 이번 소설의 저변에 동일하게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그래서 이 작품은 단지 성장 소설이나 모험 소설이 아닌 게 된다.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을 떠나 여행을 하며 만난 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이 각자의 삶에서 떠올리는 인물들과 삶의 면면이 있듯이소마가 소년으로 떠나 노년이 이르는 여정에서 만난 인물들이 각자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하며 독자의 발걸음도 늦춘다.

 

내 세대의 조부모님부모님의 삶이 거대한 대하소설과 같은 것처럼이 작품 속에 흐르는 시간 역시 사적 경험에 머무르지 않는 도저한 시대의 흐름이 느껴진다.

 

캐릭터화가 아주 강조된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피로감이 생기다가도누구의 삶도 천변만화하는 극적인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니 이게 더 현실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주인공 소마는 관찰자이자 경험자이자 시대의 체험자이자 메신저로서 모두 활약하며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스토리텔링인 것처럼 전하며 사고를 일깨운다소소한 정밀 관찰과도 같은 작품도 좋지만 이렇게 거대한 판타지 서사가 주는 몰입감과 재미도 크다.

 

어느 날 살던 마을이 불타고사람들이 몰살당하고노예가 되고다른 마을을 몰살시키는 현장에 가기도 하고마녀사냥을 목격하고검은 기사단이 된 후 좌절도 겪었지만 마침내 바라던 대로 많은 이들을 돕고훌륭한 정책을 펼치는 인물이 되었다.

 

아무래도 변하지 않는 상황들에 연일 걸려 넘어지며 소마는 세상이란 어쩌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고현실이란 생각보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투쟁과 대결과 피와 고통으로 가득 찬 혐오스러운 세상은 이제 없다이것은 새로운 세상이다이것은 너무 아름답구나.”

 

그러나 인간다움이란 늘 그런 안타까운 약점을 가지는 것인지... 복수집착증오... 등의 강렬한 감정에 휘둘리면서 잃어가는 것들을 멈출 수가 없다어린 소마의 상처는 내면의 목소리로 갇혀 오랜 삶의 여정에서도 치유되지 않았나보다상처는 고통에 다름 아니다.

 

영문을 모른 채 아버지의 말을 따라 시작한 여정아버지는 자신이 쏘아 날아간 화살처럼 곧은 삶의 길로 나아가라고 지시한다단지 구명이 목표가 아니라 찾아갈 방향을 가르쳐 준 것이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도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게다하지만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언제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고단하고 힘겨운 일들을 모두 겪어 내고 여전히 생존한 소마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잡고 버티던 것은 무엇일까소마가 목격한 삶의 본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겨 둘 것은내 삶을 한 장의 그림 속에 담는다면별 다를 바 없는 구성체이지만경험과 기억의 고유성을 가진 나는 누구인가이 모든 건 다 무엇인가.

 

다시 한 번의 삶을 원하느냐?”

 

내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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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의 요정 1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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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은 처음이다단행본으로 읽었으니 웹소설을 읽은 건 아닌 건가십대들은 다 알고 대사인지 노래가사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늘 일반화의 오류에 걸리고 말지만 십 대들의 연애에는 밀당이 무척 중요한 기술로 활용되나... 잠시 궁금했다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기술이긴 하지만.

 

연락하고 싶을 때 참고만나자 그럼 한번 튕기고 질척거리고 싶을 때 쿨하게 돌아서고 여자가 쉽게 맘 주면 안 돼그래야 네가 날 더 좋아하게 될 걸

 

설정 자체는 이런 하드코어가 없다전남친이 결혼하는데 내가 웨딩 플래너다심지어 웨딩드레스 입고 등장... 자신에게 반한 남자는 재벌 2세인다가가 비혼주의자... 사귀자고 해서 사귀어볼까 했는데... 남자는 제 아비에게 팔려(?) 다른 결혼을 준비한다그 결혼식 준비도 내가 한다!!

 

이게 무슨 극한의 삶이고이런 와중에 연애는 어떻게 하며밀당이 끼어들 틈은 어디 있나 싶지만십대들도 웹소설의 세계도 곱게 자라 편한 세상을 산 내 세대로선 상상도 힘든 삶을 사나보다.

 

외모가 출중한 여성과 재벌2세는 이제 드라마로 나와도 재미 1도 없을 듯하지만이 놀라운 이야기에는 돈과 결혼사랑으로 버무리는 관계에는 스킨십이 중요하다는 엄청 솔직한 조건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타이밍 완전 안 맞게 등장한 사진작가는 너무 불쌍하다작가의 심술인가 싶을 정도로의외로 읽다 보면 인간 사이에 권력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갖가지 요인들이 아주 잘 보인다.

 

밀당이 왜언제 필요한 지 전혀 이해 못하는 독자로서 이런 막강한 스트레스를 견디며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을 해내는 인물들이 놀랍다.

 

마음에 드는 점은 구남친이든 현남친이든 폭탄이 떨어진 듯한 상황에서도 내 직업은 웨딩플래너니까 일은 한다라는 강철멘탈 여주하도 시달리다보니 밀당을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최강자가 된다.

 

로맨스 소설웹소설을 읽은 경험이 너무 적어서 그런가완전히 낯설고 새로운 스타일이다두근거림과 설렘을 느끼기에는 정서상 괴리가 크지만 가볍디가벼운 생각과 말투에 두 발이 끌리는 듯한 목요일의 시간이 폴폴 깃털처럼 날아오르는 기분이다.

 

완결은 3권에서! 회사 합병되고 비밀연애 들통 나면서 2권이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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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12-1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poiesis 2022-01-05 19:54   좋아요 1 | URL
많이 늦었지만 깊이 감사드립니다. 새해 다복하시기 바랍니다.
 
휴가 갈 땐, 주기율표 - 일상과 주기율표의 찰떡 케미스트리 주기율표 이야기
곽재식 지음 / 초사흘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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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지진 소식을 들었다여러 해 전 이사 간 친구생각부터 제주와 관련된 여러 기억들이 스쳐간다올 해도 나는 못 가고 감귤만 올라왔다.

 

이 책에는 제주와 관련된 원소가 등장하는데그 덕분에 책 속 제주 이야기와 풍경에 한참 머물 수 있어 좋았다과학대중서를 재미있게 잘 쓰시는 곽재식 작가의 반가운 책이다.

 

학창시절 물리화학을 선택하고 대학에서 잠시 화학 부전공을 할까 고민했던화학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로서 무척 재밌는 내용들이라 잠시 현실의 고민을 잊어서 좋았다.

 

세상은 우주는 어째서 이런 원소로 구성되었고인간은 어째서 DNA로 번식할까제주에서 일상으로역사로우주로인간으로... 긴 여행을 하듯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 수소 H

 

우주의 역사를 비유할 때 원금과 이자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곽재식 작가의 웃음 포인트라고 혼자 오해해본다그리고 인간의 미뢰에 수소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재밌고 놀랍고 즐거웠다덕분에 앞으로의 와인은 130-140억 년 전 대폭발로 생겨난 수소 원자를 나눠가진 동료로서 만나고 맛볼 것이다.

 

2. 리튬 Li

 

건전지나 배터리 원료가 아니라 리튬이 1960년 대 이후로 조울증 약으로 처방되었다니. 2019년 전 대법원장 재판 과정에서 약물 검증할 때도 언급되었다니!

 

3. 붕산 B

 

곽재식 작가도 베이킹을 한다니 조금 기쁘다물론 화학실험이라 생각하고 즐기는 것은 아닌가 의심한다그나저나 모래를 고온에 구워 녹여서 만드는 것이 유리라베이킹 할 정도의 열은 견디리라 생각했는데, 1915년 미국의 한 회사에서 붕소를 첨가해서 열강화유리를 만들었다니.

 

무엇보다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붕소가 핵발전소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새삼 대단하다. 2011년 후쿠시마의 악몽이 다시 날카로워진다수습되지 못한수습할 수 없는현재도 진행 중인.

 

4. 탄소 C

 

대폭발로 우주가 탄생할 때 수소가 잔뜩 생겨났고수소가 모여서 별이 된 후에는 핵융합반응으로 수소 원자들이 합쳐지면서 점점 더 무거운 원자로 변해 가는 것이다. (...) 원자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별이 빛을 내는 과정에서 생겨났으리라(...). 사람을 비롯해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여러 가지 원자들도 아주 먼 옛말 어느 별에서 가벼운 원자들이 빛을 내뿜으며 합쳐지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 그 원자들이 긴 시간 우주를 떠돌다가우연히 한자리에 모여서 지구라는 행성이 되었고, (...) 재주 많은 탄소를 중심으로 다른 여러 원자가 연결된 것이 (...) 우리다. (...) 그러니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 동안 힘이 들어 한숨을 쉴 때가 있다면그 숨결 속에 들어 있는 이산화탄소도 결국은 별의 지친 잔해라고 말해 볼 수 있다.”

 

5. 마그네슘 Mg

 

신기한 것은 동물의 혈액 속에 있는 헤모글로빈의 구조가 엽록소와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는 점이다엽록소는 탄소 원자들이 붙어 있는 중앙에 마그네슘 원자가 있고헤모글로빈은 탄소 원자들이 붙어 있는 중앙에 철 원자가 있는 점 정도가 달라 보일 뿐 (...) 먼 옛날 동물과 식물의 조상 중에 비슷한 물질을 쓰는 생물이 있었다는 간접 증거는 아닐까? (...) 마그네슘과 철이라는 원자의 차이 때문에 식물의 잎은 초록색동물의 피는 붉은색이 되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정원관리의 방식으로 기계로 풀베기를 하면 반나절은 독특한 향이 난다풀들이 살해당한 후 피비린내라고 얘기한 친구가 있었다나는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너무나 번거로워서내 몸에도 엽록소가 있어서 광합성을 하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했다마그네슘 대신 철을 택한 최초의 조상이 상당히 원망스럽다.

 

더 놀라운 과학적 사실은 식물이 홀로 진화를 통해 광합성 재능을 갖춘 것이 아니고, ‘식물의 엽록체 부분이 원래는 혼자 살아가는 별개의 세균이었다는 점이다어느 날 이 세균이 식물의 조상과 합체하여 한 몸처럼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합체해서 살아가기로 한 지 몇 억 년이 지났는데도아무 식물의 엽록체를 분리해 살펴보면 식물 본체와 다른 DNA가 들어 있다.

 

6. 아르곤 Ar*

 

아르곤아르고스그리스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

 

제주도의 한라산에 관한 신화의 내용에는 한라산의 윗부분이 떨어져 나온 것인 산방산이라는 결론에 이른다오래 구전된 이야기도 있고대체적으로 부피가 비슷하니 그럴 듯하기도 한다.

 

증명할 방법은 없었는데이제는 웬만해서는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아르곤을 이용하면 돌의 나이를 조사할 수 있다고 한다돌 속의 방사성 포타슘과 아르곤의 비율을 정밀 측정하면 연대를 추측할 수 있다결과는...!

 

7. 칼슘 Ca

 

자연의 건축구조에는 칼슘 원소가 포함되어 있다내부골격을 갖춘 포유류는 뼈에 칼슘을외부골격은 갑각류는 껍데기에 칼슘을그리고 석회암 동굴 역시 그러하다. 6만 년 전 구석기시대 인류 최초의 집이었고현재에도 동네라는 단어를 보면 한 동굴에 살던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시멘트로 만든 아파트마다 사람들이 들어찬 모습은 선사시대의 동굴과도 흡사하다곽재식 저자는 아파트가 석회암 동굴의 전통으로 되돌아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달라진 점은 현대의 건축 재료에는 폐기물 쓰레기가 잔뜩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랄까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것들이니 당연한 결과로도 느껴진다변화는 잦았는데 진화는 못한 건가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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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 2021-12-1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poiesis 2022-01-05 19:55   좋아요 0 | URL
인사가 많이 늦었지만 깊이 감사드립니다. 새해 다복하시기 바랍니다.
 
네가 있어서 괜찮아
임하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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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긴 뭐가 괜찮아전혀 안 괜찮네... 화요일에 투덜거리는 어른들도 많은데열여섯의 아이들이 이런 깊은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야 하다니.

 

그 상처 때문에 아픈 것만이 아니라 잘 아물기를 위로 하는 대신 잔인하게 헤집는 이들이 있습니다더 벌어지고 더 깊어지는 상처로 저는 더 놀라고 마음이 무겁다 못해 속이 아파옵니다그런데 이런 잔인한 짓을 하는 이들은 이야기 속에서마저 아무런 죄책감이 없습니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이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구도 부모와 가정을 골라 태어날 수 없다는 출발에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당연히 이 점을 기본으로 고려해서 들쑥날쑥한 출발선을 최대한 고르게 해주려 노력해야겠지요철학도 사상도 많지만 자신의 행운이 기뻐 더욱 격차를 벌이려는 이들이 권력을 가진 세상이라 쉽지가 않습니다멍청하고 짜증나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김초희임채웅백인우 모두 열여섯입니다태어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그러다보면 아주 비극적인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도 겪습니다가족이 살해당하는 일도 있습니다생존한 이들은 그 엄청난 비극에 동반하는 아픔과 슬픔을 어떻게 하며 살면 좋을까요.

 

숨기고 감추고 꾹꾹 눌러둔 초희와 채웅의 마음을 작가가 번갈아가며 읽어 내고 보여줍니다아프고 슬픈 아이들의 마음을 만나는 일은 힘들었습니다처음부터 시간 순서대로 다 털어내는 것도 아니고한 조각 두 조각... 그렇게 만납니다그 조각들이 만든 그림은... 코가 아프고 눈이 뜨거워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다르지만 못지않게 아픈 다른 사연이 있습니다물리적인 폭력을 사용해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고 살해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범죄이지만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된 무자비하고 끝을 모르는 비난들도 유독하긴 마찬가지입니다뭐가 그렇게 궁금한가요타인의 비극이 왜 재밌나요그런 주제에 정의를 입에 담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들을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

어쩌면 나도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고마워그렇게 말해줘서.”

 

차라리 입 다물고 지켜봐주거나 스스로 힘을 내는 모습을 기다려주길그건 열여섯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아는 일입니다.

 

대체 왜 기다렸던 거야?

해가 저물어갔다멍하니 내 그림자를 보고 있는데 그 옆으로 다른 그림자가 다가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임채웅이 놀란 얼굴로 앞에 서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날 왜 기다렸는지 알 수 없었는데

그 애의 얼굴을 보자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냥기다리고 싶었던 것이다.“

 

가정폭력...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요학교 폭력사회 폭력... 모든 폭력은 한 집안이겠지요인공위성이 우주로 날아가도, AI가 여기저기 등장해도판데믹이 2년 넘게 이어져도이 시절에도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인류로서는 불가능한 일일까요.

 

이럴 거면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사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못난 어른들 어른이 되면서 못나진 건지 로 인한 유해가 극악합니다저자의 이력에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란 내용이 있어서 소설이 아닌 듯도 해서 더 쓰린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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