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갈 땐, 주기율표 - 일상과 주기율표의 찰떡 케미스트리 주기율표 이야기
곽재식 지음 / 초사흘달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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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지진 소식을 들었다여러 해 전 이사 간 친구생각부터 제주와 관련된 여러 기억들이 스쳐간다올 해도 나는 못 가고 감귤만 올라왔다.

 

이 책에는 제주와 관련된 원소가 등장하는데그 덕분에 책 속 제주 이야기와 풍경에 한참 머물 수 있어 좋았다과학대중서를 재미있게 잘 쓰시는 곽재식 작가의 반가운 책이다.

 

학창시절 물리화학을 선택하고 대학에서 잠시 화학 부전공을 할까 고민했던화학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로서 무척 재밌는 내용들이라 잠시 현실의 고민을 잊어서 좋았다.

 

세상은 우주는 어째서 이런 원소로 구성되었고인간은 어째서 DNA로 번식할까제주에서 일상으로역사로우주로인간으로... 긴 여행을 하듯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 수소 H

 

우주의 역사를 비유할 때 원금과 이자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곽재식 작가의 웃음 포인트라고 혼자 오해해본다그리고 인간의 미뢰에 수소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재밌고 놀랍고 즐거웠다덕분에 앞으로의 와인은 130-140억 년 전 대폭발로 생겨난 수소 원자를 나눠가진 동료로서 만나고 맛볼 것이다.

 

2. 리튬 Li

 

건전지나 배터리 원료가 아니라 리튬이 1960년 대 이후로 조울증 약으로 처방되었다니. 2019년 전 대법원장 재판 과정에서 약물 검증할 때도 언급되었다니!

 

3. 붕산 B

 

곽재식 작가도 베이킹을 한다니 조금 기쁘다물론 화학실험이라 생각하고 즐기는 것은 아닌가 의심한다그나저나 모래를 고온에 구워 녹여서 만드는 것이 유리라베이킹 할 정도의 열은 견디리라 생각했는데, 1915년 미국의 한 회사에서 붕소를 첨가해서 열강화유리를 만들었다니.

 

무엇보다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붕소가 핵발전소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새삼 대단하다. 2011년 후쿠시마의 악몽이 다시 날카로워진다수습되지 못한수습할 수 없는현재도 진행 중인.

 

4. 탄소 C

 

대폭발로 우주가 탄생할 때 수소가 잔뜩 생겨났고수소가 모여서 별이 된 후에는 핵융합반응으로 수소 원자들이 합쳐지면서 점점 더 무거운 원자로 변해 가는 것이다. (...) 원자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별이 빛을 내는 과정에서 생겨났으리라(...). 사람을 비롯해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여러 가지 원자들도 아주 먼 옛말 어느 별에서 가벼운 원자들이 빛을 내뿜으며 합쳐지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 그 원자들이 긴 시간 우주를 떠돌다가우연히 한자리에 모여서 지구라는 행성이 되었고, (...) 재주 많은 탄소를 중심으로 다른 여러 원자가 연결된 것이 (...) 우리다. (...) 그러니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 동안 힘이 들어 한숨을 쉴 때가 있다면그 숨결 속에 들어 있는 이산화탄소도 결국은 별의 지친 잔해라고 말해 볼 수 있다.”

 

5. 마그네슘 Mg

 

신기한 것은 동물의 혈액 속에 있는 헤모글로빈의 구조가 엽록소와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는 점이다엽록소는 탄소 원자들이 붙어 있는 중앙에 마그네슘 원자가 있고헤모글로빈은 탄소 원자들이 붙어 있는 중앙에 철 원자가 있는 점 정도가 달라 보일 뿐 (...) 먼 옛날 동물과 식물의 조상 중에 비슷한 물질을 쓰는 생물이 있었다는 간접 증거는 아닐까? (...) 마그네슘과 철이라는 원자의 차이 때문에 식물의 잎은 초록색동물의 피는 붉은색이 되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정원관리의 방식으로 기계로 풀베기를 하면 반나절은 독특한 향이 난다풀들이 살해당한 후 피비린내라고 얘기한 친구가 있었다나는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너무나 번거로워서내 몸에도 엽록소가 있어서 광합성을 하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했다마그네슘 대신 철을 택한 최초의 조상이 상당히 원망스럽다.

 

더 놀라운 과학적 사실은 식물이 홀로 진화를 통해 광합성 재능을 갖춘 것이 아니고, ‘식물의 엽록체 부분이 원래는 혼자 살아가는 별개의 세균이었다는 점이다어느 날 이 세균이 식물의 조상과 합체하여 한 몸처럼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합체해서 살아가기로 한 지 몇 억 년이 지났는데도아무 식물의 엽록체를 분리해 살펴보면 식물 본체와 다른 DNA가 들어 있다.

 

6. 아르곤 Ar*

 

아르곤아르고스그리스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

 

제주도의 한라산에 관한 신화의 내용에는 한라산의 윗부분이 떨어져 나온 것인 산방산이라는 결론에 이른다오래 구전된 이야기도 있고대체적으로 부피가 비슷하니 그럴 듯하기도 한다.

 

증명할 방법은 없었는데이제는 웬만해서는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아르곤을 이용하면 돌의 나이를 조사할 수 있다고 한다돌 속의 방사성 포타슘과 아르곤의 비율을 정밀 측정하면 연대를 추측할 수 있다결과는...!

 

7. 칼슘 Ca

 

자연의 건축구조에는 칼슘 원소가 포함되어 있다내부골격을 갖춘 포유류는 뼈에 칼슘을외부골격은 갑각류는 껍데기에 칼슘을그리고 석회암 동굴 역시 그러하다. 6만 년 전 구석기시대 인류 최초의 집이었고현재에도 동네라는 단어를 보면 한 동굴에 살던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시멘트로 만든 아파트마다 사람들이 들어찬 모습은 선사시대의 동굴과도 흡사하다곽재식 저자는 아파트가 석회암 동굴의 전통으로 되돌아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달라진 점은 현대의 건축 재료에는 폐기물 쓰레기가 잔뜩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랄까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것들이니 당연한 결과로도 느껴진다변화는 잦았는데 진화는 못한 건가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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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21-12-1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poiesis 2022-01-05 19:55   좋아요 0 | URL
인사가 많이 늦었지만 깊이 감사드립니다. 새해 다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