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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서 괜찮아
임하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평점 :
괜찮긴 뭐가 괜찮아, 전혀 안 괜찮네... 화요일에 투덜거리는 어른들도 많은데, 열여섯의 아이들이 이런 깊은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야 하다니.
그 상처 때문에 아픈 것만이 아니라 잘 아물기를 위로 하는 대신 잔인하게 헤집는 이들이 있습니다. 더 벌어지고 더 깊어지는 상처로 저는 더 놀라고 마음이 무겁다 못해 속이 아파옵니다. 그런데 이런 잔인한 짓을 하는 이들은 이야기 속에서마저 아무런 죄책감이 없습니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구도 부모와 가정을 골라 태어날 수 없다는 출발에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당연히 이 점을 기본으로 고려해서 들쑥날쑥한 출발선을 최대한 고르게 해주려 노력해야겠지요. 철학도 사상도 많지만 자신의 행운이 기뻐 더욱 격차를 벌이려는 이들이 권력을 가진 세상이라 쉽지가 않습니다. 멍청하고 짜증나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김초희, 임채웅, 백인우 모두 열여섯입니다. 태어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다보면 아주 비극적인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도 겪습니다. 가족이 살해당하는 일도 있습니다. 생존한 이들은 그 엄청난 비극에 동반하는 아픔과 슬픔을 어떻게 하며 살면 좋을까요.
숨기고 감추고 꾹꾹 눌러둔 초희와 채웅의 마음을 작가가 번갈아가며 읽어 내고 보여줍니다. 아프고 슬픈 아이들의 마음을 만나는 일은 힘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시간 순서대로 다 털어내는 것도 아니고, 한 조각 두 조각... 그렇게 만납니다. 그 조각들이 만든 그림은... 코가 아프고 눈이 뜨거워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다르지만 못지않게 아픈 다른 사연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폭력을 사용해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고 살해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범죄이지만,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된 무자비하고 끝을 모르는 비난들도 유독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가요. 타인의 비극이 왜 재밌나요. 그런 주제에 정의를 입에 담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들을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
어쩌면 나도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차라리 입 다물고 지켜봐주거나 스스로 힘을 내는 모습을 기다려주길. 그건 열여섯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아는 일입니다.
“대체 왜 기다렸던 거야?
해가 저물어갔다. 멍하니 내 그림자를 보고 있는데 그 옆으로 다른 그림자가 다가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임채웅이 놀란 얼굴로 앞에 서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날 왜 기다렸는지 알 수 없었는데
그 애의 얼굴을 보자,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냥, 기다리고 싶었던 것이다.“
가정폭력...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요. 학교 폭력, 사회 폭력... 모든 폭력은 한 집안이겠지요. 인공위성이 우주로 날아가도, AI가 여기저기 등장해도, 판데믹이 2년 넘게 이어져도, 이 시절에도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인류로서는 불가능한 일일까요.
이럴 거면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사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못난 어른들 - 어른이 되면서 못나진 건지 - 로 인한 유해가 극악합니다. 저자의 이력에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란 내용이 있어서 소설이 아닌 듯도 해서 더 쓰린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