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소설로 만난 작가의 에세이를 이후에 만나는 일은 있어도 에세이 작가의 소설을 접하는 경험은 처음인 듯하다읽다보면 인문학적인 사유가 이전 에세이나 이번 소설의 저변에 동일하게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그래서 이 작품은 단지 성장 소설이나 모험 소설이 아닌 게 된다.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을 떠나 여행을 하며 만난 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이 각자의 삶에서 떠올리는 인물들과 삶의 면면이 있듯이소마가 소년으로 떠나 노년이 이르는 여정에서 만난 인물들이 각자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하며 독자의 발걸음도 늦춘다.

 

내 세대의 조부모님부모님의 삶이 거대한 대하소설과 같은 것처럼이 작품 속에 흐르는 시간 역시 사적 경험에 머무르지 않는 도저한 시대의 흐름이 느껴진다.

 

캐릭터화가 아주 강조된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피로감이 생기다가도누구의 삶도 천변만화하는 극적인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니 이게 더 현실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주인공 소마는 관찰자이자 경험자이자 시대의 체험자이자 메신저로서 모두 활약하며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스토리텔링인 것처럼 전하며 사고를 일깨운다소소한 정밀 관찰과도 같은 작품도 좋지만 이렇게 거대한 판타지 서사가 주는 몰입감과 재미도 크다.

 

어느 날 살던 마을이 불타고사람들이 몰살당하고노예가 되고다른 마을을 몰살시키는 현장에 가기도 하고마녀사냥을 목격하고검은 기사단이 된 후 좌절도 겪었지만 마침내 바라던 대로 많은 이들을 돕고훌륭한 정책을 펼치는 인물이 되었다.

 

아무래도 변하지 않는 상황들에 연일 걸려 넘어지며 소마는 세상이란 어쩌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고현실이란 생각보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투쟁과 대결과 피와 고통으로 가득 찬 혐오스러운 세상은 이제 없다이것은 새로운 세상이다이것은 너무 아름답구나.”

 

그러나 인간다움이란 늘 그런 안타까운 약점을 가지는 것인지... 복수집착증오... 등의 강렬한 감정에 휘둘리면서 잃어가는 것들을 멈출 수가 없다어린 소마의 상처는 내면의 목소리로 갇혀 오랜 삶의 여정에서도 치유되지 않았나보다상처는 고통에 다름 아니다.

 

영문을 모른 채 아버지의 말을 따라 시작한 여정아버지는 자신이 쏘아 날아간 화살처럼 곧은 삶의 길로 나아가라고 지시한다단지 구명이 목표가 아니라 찾아갈 방향을 가르쳐 준 것이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도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게다하지만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언제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고단하고 힘겨운 일들을 모두 겪어 내고 여전히 생존한 소마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잡고 버티던 것은 무엇일까소마가 목격한 삶의 본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겨 둘 것은내 삶을 한 장의 그림 속에 담는다면별 다를 바 없는 구성체이지만경험과 기억의 고유성을 가진 나는 누구인가이 모든 건 다 무엇인가.

 

다시 한 번의 삶을 원하느냐?”

 

내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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