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 케어 보험
이희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궁금했던 BUBreak up의 약자다. 깨어지고 금이 가고 부서지는 이유는 짐작보다 다양할 것이다. 이 작품의 케어 보험이 케어 가능한 폭과 깊이가 기대되고 궁금했다.

......................................


 

 

, 도덕과 법적 문제가 있는 이별은 상담에서 제외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차례를 보고 웃으며 시작합니다. 보험 약관 펼치는 기분이 듭니다. ‘보험은 확실한 것이라고는 없는 삶을 살면서 불안을 다독이는 거래여서 기분이 눅눅해집니다. 산후조리원과 산모들로 시작되는 풍경에 내용도 모르면서 울컥합니다.

 

상처 하나 없이 보호해주고 미래의 장애물과 위험도 다 치워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문득 서러운 것이 양육이기도 합니다. 기운이 쭉 빠졌다가도 오래 살아서 아이들 사는 모습을 지켜봐주고 싶어지지요.

 

그래서 네 명의 산모는 갓 태어난 자신들의 아이의 미래를 상상하며 보험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봅니다. 영업하기엔 산후조리원이 최고가 아닌가 싶게 감정 이입이 됩니다.

 

살면서 이별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니? 마음은 지옥인데 힘들다는 말도 못 하고. 그럴 때는 차라리 가까운 지인보다 모르는 남에게 털어놓는 게 훨씬 속 편할 때가 있어. (...) 몸 아프면 치료받듯, 마음 아파도 도움 청할 때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다행히 자녀들이 모두 무사히 자라 사랑도 이별도 경험합니다. 이별의 사유가 다채로워서 보험의 커버력이 더 마음에 듭니다. 바람과 배신은 물론, 짝사랑과 스토킹과 사고와 동성연애도 포함됩니다. 맞춤 서비스가 제공되니 좋네요.

 

타인은 - 가까운 가족이어도 - 이해가 쉬웠던 적이 없습니다. 불성실하면 자칫 내 논리로 해석해서 도움이 안 되거나 더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이별이란 큰 충격을 겪은 이에게는 세심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힘들 때 정신과 상담 신청을 하는 것처럼, 전문가가 할 수 있는 담백한 영역을 작품이 상상과 이해가 쉽도록 잘 보여줍니다.

 

제목부터 대반전이었던 <페인트>와 올 해 읽은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와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그리고 이별 보험이라고 해서 축축하고 어둡지 않습니다. 신랄하고 통쾌하게 마무리되는 사연도 있고, 재밌으라고 배치해 두신 작은 규칙과 감각적인 언어유희들 덕분에 즐겁습니다.

 

모든 이별은 아프지만, 그로 인해 사람은 그리고 사랑은 조금씩 성장한다. 이별이란 혹여 다음 사랑을 위한 예방접종이 아닐까? (...) 비록 그렇다 한들 모두가 사랑에 면역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저는 이 비밀(?) 혹은 교훈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별도 그렇지만, 다양한 힘든 순간들도 그러하다는 것을. 고진감래가 아니라, 다음번의 쓴 맛과 힘듦을 좀 더 잘 겪고 견딜 힘을 보태준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 나대리와 안사원! 보험회사 직원들이 좋아진 건 처음입니다.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내 마음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상대가 그리 많지 않다. (...) 때론 상대가 나를 모르기에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립백 온두라스 SHG EP 코판 - 12g, 1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1월
평점 :
품절


친구가 맞은 편에서 마시는 커피에서 바싹 마르거나 구운 고소한 견과 향이 난다. 내일 아침 커피는 코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립백 에티오피아 단세 모모라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8월
평점 :
품절


주말의 가장 사치스러운 일은 수면 걱정 없이 어둠 속에서 마시는 커피. 아릿한 추억을 부르는 묘하게 그리운 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번역: 황석희 - 번역가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는 반성에 자존심 같은 거 없어.”

 

저자가 번역한 영화 대사 같은 멋지고 유쾌한 문장이다. 잘못했다는 판단이 들면 가능한 빨리 사과하자는 결심을 유지하는 중이라 더 반갑다. 잘못을 저지르는 회수를 하나라도 더 줄이자는 목표가 있지만, 의지와 관계없이 무과실 삶은 불가능하다. 특히 어린이에게 사과할 때는 간곡하게 진심으로 빨리하고 용서 받을 때까지 또 한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잘해야지.”

 

계약한 일, 돈 받고 하는 일은 마무리하고 결과를 내는 것만이 맞다. 그게 직업의 본질이다. 혼자 다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니, 협업할 동료는 일 잘하는 사람이 좋다. 놀랍게도 이메일 작성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신입사원이 어느 날 전달 사항을 모두 포함한 깔끔한 구성의 업무 메일을 보냈을 때 감격하기도 했다. 물론 누구나 배우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문제는 제 일머리가 없음을 인지도 못하고 도움도 청하지 않고 경험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경우다. 없지…… 않다.

 

부디 내년엔 한국의 모든 영화 수입사가 50만 명 부근의 작품을, 더도 말고 한 편씩은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영화 수입사 사정을 덕분에 처음 배웠다. 사정이 힘들어진 원인은 저자도 말했듯 여러 주요한 것들이 혼재할 것이나, 나와 주변의 경험에 비추어 짐작해보는 한 가지 이유는 삶에 여유가 너무 없어서이기도 하다. 여유에는 체력과 시간도 주요하다. 만성피로에 절은 몸을 끌며 주중을 살고 나면 주말엔 꼼짝하기가 싫다. 외출은 심란하다. 영화라도 한편 극장에서 보자고 나서다보면 다양한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내 취향을 만들며 감상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안전하고 느긋한 작품으로 몰리지 않을까. 문화에게 여가란 토양이자 영양제다.

 

어떻게 하는 거니, 쿨한 번역가.”

 

이직을 세 번 하면서 휴식기가 생겼는데, 번역과 통역일이 알금알금 들어왔다. 다큐멘터리 번역일로 자막 번역의 어려움을 처음 실감했다. 커리어로 삼겠다는 절박함이 없어서였을까, 쿨한 번역가 아주 잘했다. 의뢰한 측에서 가격을 낮추자고 하면, 그러셔도 되는데 딱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고 전했다. 저자가 대가없는 초과노동을 하며 정성을 들인 번역은 온기가 다를 것이다. 덕분에 나도 크게 웃으며 여러 편의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아들 영화잘밧어 스트레스 가 확 날리고 더운날씨에 시원하게 잘 보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보내주었으먼해 고마워.”

 

저자의 어머니께서 자막을 다 읽지 못하셔도 신나고 즐겁게 영화를 보셨다는 이야기, 그날 이후로 글을 더 잘 배워서 자막을 더 잘 읽고 싶다고 하신 이야기. <스파이더맨> 나는 안 보았는데 급 궁금하다. <서울의 봄> 안 보고 싶다하시는 부모님 그만 졸라야하나 싶다. 신나고 재밌는 거 보고 싶으실 지도. 선입견은 사라지지도 약해지지도 않는구나. 덕분에 다시 반성한다.

 

이제 이견을 이견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이견은 나에 대한 공격, 더 나아가 나의 존엄을 짓밟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 이게 마냥 시대 탓일까. (...) 남들 얘기가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다. 점점 자극에 과민해지는 걸까.”

 

정말 왜 그럴까. 나는 왜 이럴까. 답답해서 정체성 정치 관련 책과 뇌과학 책도 읽어 보았지만, 듣고 싶고 알고 싶은 이야기만 먹이로 제공하고, 제 이익을 계산대로 챙기는 공급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정보공개와 의견공유보다 확증과 편견을 강화하는 기능만 거세질 듯하다.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나 싶다.

 

생각 없이 하소연인양 쓰다 보니 무용한 제 글만 길어집니다. 함께 고민할 소재들이 다양하고 많습니다. 대화하듯 읽고 더불어 생각해보기 참 편안하고 다정한 책입니다. 웃음 포인트도 적지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리어 그리고 가정 -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2023 노벨경제학상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체, 왜, 여전히’라는 ‘또 하나의 이름 없는 문제’에 관한 경제학자의 탄탄한 분석과 제언. 역사적 흐름을 살펴 치밀한 분석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직업들과 여러 세대를 아우르며 살펴볼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학의 방식으로 문제를 추적하여 숙고하게 돕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