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a, 자유의 기원을 넘어
차진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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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수상 등단하셨다는데 차진주 시인을 이 책으로 처음 만난다. 제목이 어렵다. 읽지 못하는 시가 많고, 자유의 기원을 모르며, 그 너머도 가본 적이 없다. 실체로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문학 속에서 유사 경험하기도 한다. 나이 들어 좋아진 것 중 하나는 읽기를 겁내지 않는다는 것.

 

좋은 시일수록 알 수 없는 시를 쓰는 좋아하는 시인이 있다. 시문해가 되지 않아 감당했던 다양한 감정적 반응도 시간이 지나니 일종의 훈련이 되었던 걸까. 비유를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시 속에서도 흐린 줄긋기처럼 이어지는 문맥이 내게도 보인다.

 

봄은 오지 않았다는 영화를 본 이후, 봄이 올 것이란 기도 같은 다짐글이 자주 눈에 띈다. 각자가 바라는 봄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봄에 대한 기대가 포기와 좌절일 리는 없을 것이다.

 

기어코 오는 봄의 첫날

지금이 언제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중요치 않은

 

[하얀 숲, 숨을 거든 잠의 단상에 대하여]

 

수많은 이들이 바란다는 세상은 어째서 더 멀어지는 걸까. 혹은 내가 본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내 필터에 걸러진 망상인걸까. 봄을 기다리며 맞는 겨울엔, 깊은 꿈을 오래 꾸기가 좋다.

 

신은 결국 옳은 길을 응원하고

선한 자들의 갈채에 다시 일어나 걸어가는

(...) 모든 사라져 갈 것들을 두고 가요

(...) 불평등한 것, 편견의 잔재, 부유하던 거짓들

 

[어떤 기록]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시로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 “사랑을 노래하지만 사랑으로 사는 이는 드문 시대” [오늘, 생의 첫날] “생명을 얻은 것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잠든 시들의 속삭임]

 

가만히 읽혀지는 시들이 좋아 읽다가 밤이 더 깊어지기 전 산책을 다녀왔다. 하늘의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생명 가진 것들이 동면할 채비를 한다. 포장도 치장도 착장도 거두고, 제 골조를 드러낸다. 나무들은 오차 없이 봄을 맞을 힘을 채워나갈 것이다. 내내 잃어가며 사는 것은 동물이고 인간이다.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을 닮는다” [내가 누구인가]

 

나는 익숙한 거리를 걷고, 시인의 머릿속은 유서 깊은 거리를 걷는다” [세상의 기호] 어릴 적 무한한 날들이 남아있던 시절의 그리운 거리를 생각한다. 아주 많은 발자국들이 매일 분주히 찍히던 사라진 시간을 생각한다. 삶이 이토록 지난하고 순식간일 줄이야.

 

우리 모두 과거로부터 와서 현재에 머물다 미래로 가는, 고유함은 사라지고 분별은 없어진다. 그저 모두 변화할 뿐인 마지막, 그리고 다시 시작. 어둠 속에서 가장 큰 나무를 바라본다. 모든 순간이 단 한번 뿐이라서 늘 안타깝다.

 

믿음을 잃지 않는 것도

때가 되면 이루어지는 많은 것도

희망이 주는 삶의 귀결도

(...) 새벽의 별들처럼 물끄러미 삶을 바라본다

 

[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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