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깨우는 수학 - 수학을 잘하고 싶다면 먼저 생각을 움직여라
장허 지음, 김지혜 옮김, 신재호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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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암기력을 미워하고 욕할 때 참여하지 않았다할 수 없었다게을러서 지름길도 비법도 없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암기를 잘 하지 못한 세월이 아프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적을 내용들이 욕을 먹거나 적을 만드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어쨌든 암기 과목이 쉽다편하다는 말에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물론 외울 분량이 한 페이지 정도면 어찌해보겠으나 무려 단행본 교과서 여러 개가 아닌가.

 

수학은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나면 다 풀고 난 퍼즐처럼 비밀이 다 보이고 그런 공식을 사용한 문제들 역시 풀어 본 문제들은 언제라도 다시 풀 수 있게 된다물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숫자가 아니라 기호가 나오는 경우는 더 수월하다연산을 틀릴 위험이 사라지니까고등학교 2, 3학년 담임이 같은 분이셨고 수학 담당이셨다시험이 끝난 후 교무실로 불려갔는데 답안지를 보니 수학 풀고 산수를 틀렸다그래도 두 자리 수 연산이라 많이 부끄럽진 않다흠흠...

 

수학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생각을 깨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추가적인 설명도 타협도 양해도 이해도 필요 없이 말끔한 논리를 계속 따라가면 세상의 많은 일들을 설명할 수 있는 무척 아름다운 사고력 훈련임에는 틀림없다.

 

대학을 가서 첫 수강신청을 하고 꽤나 실망했다국영수는 왜 다시 배워야하나짜증스러웠다이런 거 안 하는 게 전공학과 아닌가사기당한 기분물리학도 기초물리뉴턴물리의 세계에 머물라 하니 그것도 지루했다이딴 거 복습하러 진학을 하다니!

 

다행히 담당교수님 입자물리학 전공별명 안인슈타인안 씨 이 출제하신 시험문제들이 무척 재미있었다예를 들면 높이 몇 미터인 건물에서 누군가 추락사했다시신이 놓인 장소는 건물 현관에서 XX 떨어진 곳이다자살인지 살해인지 밝혀라이런 문제였다.

 

혹은 A네 집에 자식들 성별은 남남 B는 여여 C는 남녀 D... 이렇게 개별적인데 외부 조작 없이 표본 인구가 얼마 이상이 되면 남녀 비율이 동률로 수렴하는 이유를 통계물리학의 xx 공식을 사용하여 설명하라.

 

학교 별로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지만 내가 속한 물리학과는 다섯 문제 출제하고 답안지는 무한 공급해 주고 어차피 풀이과정 다 쓰려면 여러 장 필요 시험은 항상 저녁 먹고 나서 대략 6시 30분이었나가물가물, 30년쯤 전이라 자정까지였다.

 

과학에 만점은 없으니 99점이 최고점이고 절대평가를 하니 간혹 일등이 B학점일 경우도 자주 있었다오픈 북도 끼리끼리 엿보거나 의논하는 일도 별 의미가 없으니 시험 담당 교수는 자유롭게 연구실과 시험실을 들락날락 하시고학생들은 답안지에 기나긴 풀이 적느라 극심한 육체적 통증과 체력 달림을 경험한다. 9시쯤 뭘 먹고 다시 시험본 적도 많다.

 

수학책 읽고 물리학 얘기하는 이상한 글인데물리의 언어는 수학이라 학부 4년 내내 수학만 한 셈이다그 수학이 물리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게 되어 엄청 재밌어지면 졸업에 가까워져 있다그럼 어쩔 수 없이(?) 대학원 진학을 하는데 밥벌이가 쉽지 않은 기초과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제자들에 대한 스승들의 걱정과 만류는 엄청나다.

 

수학을 정말 생각을 깨우는 학문일까

사고력을 키우고 응용력을 높이는 훈련일까

논리력을 정교하게 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힘이 되는 공부일까.

 

계획 하에 실험 데이터를 모아 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2021년에 경험하는 세상과 사람들을 보며 90년대 내가 알던 함께 공부하던 이들을 떠올려 본다구호에 휩쓸리지 않는 분위기였고학내 성추행이 발생하자 모두 의견 일치로 가해 남성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고 여학생이 전체 5% 내외 오랜 역사 속 여성에 가해진 차별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수학적 훈련의 공로가 얼마간 있었을까그랬길 바라고 여전히 그 유효하길 바란다그래서 수학이란 학문이 수험생들 괴롭히는 기피 과목에서 가능한 빨리 탈출할 수 있길 바란다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에 수학적 원리가 포함되어 있으니 언젠가는 수학은 사는데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덜 들려오면 좋겠다.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4가지 방법

 

1. 문제를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라

2. 수학 공부의 가치를 찾아라

3. 명확하게 생각하고 분명하게 말하라

4. 오류를 범하라 먼저 문제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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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 기술의 미래와 시장을 예측하는 힘
윤태성 지음 / 반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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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육체의 연장으로서 도구가 보조적인 유용한 발명이었다면과학기술은 주도권마저 가져가는 막강한 변화였다근대 이후 과학이 발견과 발명을 거듭하고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현재도 일상부터 우주까지 골고루 확실한 영향을 미치는 힘은 기존의 과학과 새로운 과학이 대부분을 독차지한 듯싶다마냥 좋거나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내리지 못하는 기차에 계속 타고 있는 기분이다.

 

기술이 유명해지려면 사건×사람×사상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어느 한 요소라도 제로가 되면 전체는 제로가 된다.”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브라이언 아서는 기술이 다른 기술과 융합하면서 혁명을 향해 나아간다고 했다. (...) 아서의 주장대로라면 정보 기술이 마치 물이나 전기처럼 인식되는 시점은 2030년이다.”

 

반백년도 덜 살았는데 우주시대가 열렸다고 했던 시절에서 우주쓰레기 문제를 논하는 시대가 되었다조금 과장하면 어쩌면 과장이 아닐 지도 하루가 멀다 하고 과학기술이 바뀌고 산업에 활용되는 범위가 속도가 빨라져서 곧바로 일상에 등장한다.

 

인간이 과학기술을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 성능 실험에 참여 당하는 듯하다그 결과 기술만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 듯.

 

“1 억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한 기술은 1800년 발명된 저온 살균과 1919년 물 염소 소독, 1928년 항생제, 1965년 분기 바늘이다.”

 

“10억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한 기술은 1875년 화장실, 1909년 합성 비료, 1913년 수형, 1945년 녹색혁명이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하는 기술로는 2000년에 발명된 로봇 수술을 비롯해서 온라인 공개 강의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센서뇌 기능 매핑과 유전자 매핑자율 주행차사물 인터넷담수화 기술이 있다.”

 

기술 혁명 4단계로 설명해 주신다니 일목요연할 듯해 한편 안심이 되고 한편 음... 멋지지만 재미는 없겠네싶었다그런데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기술 마케팅 분야인데 이런 구성으로 쓰셨다는 것이 파본 아닌가 먼저 확인하게 된다통합학문과 상상력을 중요시하는 엔지니어이자 학자의 소신이라 믿는다.

 

1부는 기발하고 재밌어 금방 읽는다완독을 향한 힘을 주는 영리하고 멋진 구성이다. 2부는 차분히 기술을 살피고 에필로그에서 저자의 예측을 확인한다.

 

혁명을 꿈꾼다는 세 영역의 과학기술들 데이터모빌리티기반 기술 에 대해 현재로선 더 이상 깔끔하게 설명한 책을 만나기도 어려울 듯하다.

 

새로운 기술이 필연적으로 야기할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상황에 미리 마음이 쓰리다우리가 상품에 열광하는 사이실제로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계획을 실행하는 중인 것이다알아도 막을 힘도 바꿀 힘도 개인이 가지기엔 힘들지만 그래도 아는 편이 낫다고 여전히 믿는다.

 

하나의 흐름으로서 기술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기술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해석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전체를 조감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 명확한 기준을 갖고 과학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4단계는 기술 창조기술 진화상품 개발시장 확장으로 구성된다기술은 시간을 들여서 순서대로 각 단계를 거치면서 세상을 바꾼다.”

 

과학 기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도기술 경영에 실제로 참여하려는 이들에게도 기술의 역사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으로서의 경영 가치를 짚어 주는 이 책은 다각도로 유용할 것이다.

 

시대 한정적으로 큰 찬사를 받은 기술들의 공과를 덕분에 다시 생각해 보며 언제나 잊지 말아야할 기술의 양면성에 대해서도 소비자로서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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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신 - 워런 버핏 평전
앤드루 킬패트릭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윌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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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투자의 역사이기도 하고워런 버핏의 연대기이기도 하며워런 버핏의 진지한 팬이 기록한 공문서와도 같은 세밀함과 객관성을 갖춘 책이기도 하다어느 내용에 집중해서 읽어도 모자람이 없는 흥미진진한 대서사가 펼쳐진다평생 버핏만을 연구했다는 저자의 소개는 과장이 아닌 듯하다.

 

그와의 점심 식사가 공매입찰이 되는 단지 사랑받는 인물이 아니라 투자에 있어서는 신적인 지위를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유명세로 인해 적당히 알고는 있었지만그의 인생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었던 나같은 독자는 더 재밌게 읽을거리가 많다. 1년 364일을 버핏 자료 수집과 집필을 한 저자의 책을 만난 덕분이다.

 

그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면면도 상세히 소개되었고 버킷 본인의 적지 않은 명언들을 모두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투자 이력으로 넘어오면 그가 원칙을 지키면서 실제 투자를 진행한 선택과 강단을 진하게 느낄 수 있고 자신의 분야에 대한 안목일 갖췄다는 점과 수많은 순간들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 부러워진다.

 

여러분은 무엇이든 되고 싶은 대로 될 수 있습니다여러분이 서른이든마흔이든쉰이든갖고 싶은 자질을 키울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우리 몸과 마음은 하나밖에 없습니다따라서 잘 돌보십시오인생에 되감기 버튼은 없습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 강연, 2004년 10월 21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게 자본주의 경제 구조를 가장 즐겁게 노닐며 살았던 인물이 아닌가 싶다그가 주식투자로 모은 돈의 규모도 기부액의 규모도 돈처럼 느끼기 어려운 단위일뿐더러 - 100조 수익, 50조 기부 - 50년 이상 연평균 20%의 수익을 올리는 유일무이한 이라서현실이 아니라 이야기 캐릭터가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보유 재산 99% 기부를 약속했고부자가 많은 세금을 내야 한도 주장하며상속세 폐지와 부의 세습에도 반대한다현실에 존재하리라 믿지 않은 정의롭고 부자인 지식인(빌 게이츠의 말 요약)’인 것이다. 1958년도에 3만 1000달러에 구입한 집에서 60년 넘게 살고스톡옵션과 보너스가 없는 10만 달러 연봉을 받고중고차를 운전하고기름은 셀프 주유소에서 넣는다.



투자비법만 말고 여러 모로 배우면 좋은 대가이다물론 가능하면 비법만 빼먹고 왜 저렇게 사냐고 은근히 비웃을 사람이 없지도 않을 테지만.

 

만일 바보가 10억을 벌었다면 돈이 많을 뿐 여전히 바보다.”

 

사람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아이큐가 높은 사람들이 생각 없이 모방하는 것을 보면 언제나 놀랍다나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적은 없다

 

나는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아마 하루에 최소한 6시간 이거나 그 이상일 것이다. (...) 나는 회의를 싫어한다.”

 

최대 6시간 독서도 힘들지만 나도 역시 회의를 경멸한다경험상 이토록 인생을 잘 낭비할 다른 일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회의만 하면 모두 다 같이 멍청이가 되는 느낌은 무엇일까그런데도 그런 일들을 거쳐서 일이 마무리되는 것 또한 미스터리다어쨌든 회의는 정말 싫다.

 

책의 절반은 투자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과연 내가 잘 읽을 수 있을지 망설임이 있었다이해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읽다보면 버핏의 스승이라 불리는 가치 투자의 대가들을 만나게 된다버핏의 원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연결되는 부분이고 이들의 투자 철학이 재밌다특히 가치 투자가 중요하다고 믿는 독자로서 반갑고 공부가 되었다.

 

주식투자를 위해 이 책을 읽어도 좋겠지만워런 버핏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배우고 싶은 독자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그리고 책 자체가 특이한 작품이다어느 누가 평생 한 사람을 이토록 집요하고 성실하게 연구하고 조사해서 기록했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게 잘 읽힌다!

 

세상 어느 것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 재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성공하지 못한 천재가 얼마나 많은가교육도 이를 대신 할 수 없다 세상은 교육받은 낙오자들로 가득 차 있다끈기와 결단력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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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과학이다 - 하버드 행동 과학자 겸 데이트앱 개발자가 분석한 연애의 과학
로건 유리 지음, 권가비 옮김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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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세포 흔적도 없는 상태로 읽어 본 <사랑은 과학이다>에서 당연히 과학에 더 집중해서 배워 보려 했다의외로 이미 익숙한 내용들도 보이고 뜻밖의 인물이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해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연애만큼 신기하게 재밌게 읽었다.

 

행동과학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 앱 분석이라는 다소 클래식한 이미지의 연애와는 아주 다른 문명의 산물인 듯 느껴지는 주장들이 의외로 흥미로웠다행동과 관계를 다루니만큼 내 자신의 행동부터 점검하는 것은 고전적인 기본이다.

 

자기 연애 성향 테스트가 있으니 해보실 수 있다. 제 결과는... 저만 아는 걸로.



그러니 연애가 잘 안 된다는 하소연의 배경에는 여전히 너는 너 자신을 충분히 알고 있느냐는 질문과 성찰이 자리하고 있다그리고 관계의 성패에는 관련 당사자들의 무수한 선택의 결정의 답들이 포개어져 있다.

 

그렇다고 친숙하고 안전한 제안들만 곱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예를 들어 주저 성향의 연애를 다룰 때는 정말 가차 없는 서술이 이어진다


혹시 어젯잠 헤어진 애인 SNS에 슬그머니 들어가지 않았던가? (...) 뒤늦은 후회를 막기 위한 7가지 간단한 조치를 실행하기 바란다.”

 

얼른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고나도 모르게 필기할 자세를 잡은 이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현실에서 이불킥 이상의 두고두고 뼈아픈 짓을 할 수도 있으니일단 저질렀다면 가능한 빨리 잊고 반복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기로 하자.

 

이별 컨설팅 8단계가 있다헤어지고 싶은 이유헤어진 이유를 기록하면 무엇이든 정리되고 잘 보이지 않을까.

 

이 책이 왜 쉽게 읽힐까 궁금했는데 나름 판단해 보자면사랑에 대해 우리가 가진 생각들 중에 운명이라거나 첫 눈에 빠진다거나 순전히 정서적이고 격렬한 그런 내용들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 쿨함이 새로웠다특히 질색거리와 결렬거리라는 표현은 참신하고 신랄했다.

 

질색거리 : 유난히 신경에 거슬리는 소소한 것들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심하게 싫어할 수도 있다.

참을 만한 질색거리 : 결렬거리로 보이지만 사실은 질색거리

결렬거리 : 정말로 사귀면 안 되는 이유

 

위에 언급했듯이 행동 과학 실험 결과를 두고즉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거해서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조언들을 주제별로 나열한다그래서 저자는 사랑의 비법보다는 우리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서 반복하는 동일한 실수들에 대해 더 선명하게 말해줄 수 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거리가 있다그 거리 안에 우리가 어떤 반응을 할지 선택할 힘이 있다그렇게 한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자유가 있다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그 거리를 잘 사용한다.”

 

즉 정신을 잃고 나를 잃고 생각과 판단을 멈추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감정이 끌리는 대로 하는 사랑이 아니라 매 순간 사고하고 선택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코칭을 염두에 두라는 제언이다경험 부재로 인해 실제 어떻다는 설명을 할 수 없어 아쉽다.

 

짐작할 수 있는 바에서 장점을 추려본다면 자신이 매 순간 한 선택으로 과정이 전개되는 구조라서 선택에 대한 결과를 이해하고 책임지고 수용하는 일은 분명 더 쉬워질 것이다.

 

만약 그런 관계가 상호적으로 오래 호의적으로 유지된다면 적어도 한 명의 이상적으로는 두 명 모두가 자신의 행동과 관계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무척 충실한 실험일 거라 상상한다.

 

물론 그렇다고 최종 목표를 두고 연습 삼아 삶을 실험해 본다는 것은 아니다처음 살아보는 삶의 모든 경험들은 마치 실험처럼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실험 자체의 진위도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연관성을 보았다.

 

성별 간 근거도 불명확한 차이점들을 부각하는 책이 아니고스킨십하는 방법을 예습시켜주는 책도 아니고전략 전술을 훈련시켜주는 책도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데이팅 앱을 사용는 분들에게는 더 반갑고 실용적일 듯한 책이다경험하지 못한 신물물이라 궁금하고 부럽다

 

이성을 만날 때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 외모비슷한 성격공동취미

이성을 만날 때 생각보다 중요한 것안정된 정서친절함의리성장 마인드셋긍정적인 면을 드러나게 하는 성격. (상대와잘 싸우는 기술어려운 결정을 함께 내릴 수 있는 능력

 

동의하거나 인정하는 면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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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시민 - 끝내 냉소하지 않고, 마침내 변화를 만들 사람들에게
강남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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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냉소하지 않고마침내 변화를 만들 사람들에게 이 책의 부제와 비슷한 생각을 몇 달 전에 하고 써두었다내가 느낀 실망이 아무리 크더라도 남의 열의에 찬 물을 끼얹는 냉소는 떠들어 대지 말자고더구나 그 대상이 90년대 생이라면 더욱더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본래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 비로소 의문을 가지고비로소 저들이 남용하는 권력은 우리가 빌려 준 것이고 정치란 시민의 몫이라는 것을 소리 내어 말하는 세대이다아는 게 병이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협박을 역사적으로 체험하고 겁에 질린 세대와는 다르다.

 

이분법도 양비론도 아니고, 구조가 먼저 개인이 먼저! 라는 공론에도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먼저 바뀔 수 있는 개인이 바뀌고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대답하는 시민들이다. 90년대 세대들이 시민으로서의 자신의 책임과 윤리를 세월호 참사를 통해 자각했다는 것이 무척 많이 아프지만덕분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정책으로 싸우지 않는 정당정당의 역할은 논쟁인데 싸우기만 한다고 욕하는 주권자들정당과 정치인에 대해 오해하는 기성세대들에 대해서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날카롭고 뼈아픈 질문들을 던진다.

 

가진 자들은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계급의 입구를 좁히려 특혜와 편법을 동원하고,

덜 가진 자들은 좁혀진 입구에 들어가기 위해 교육 신화와 부동산 신화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그보다도 덜 가진 자들은 이미 가진 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여성과 비정규직과 장애인을 밀어낸다.”

 

그리고 이런 배경에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로 자리매김한 자신들의 삶이 있다세상 어디가 어떻게 좋아졌는지 실감할 겨를이 없이 폭력과 차별에 시달리고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존재들이 자신들과 동년배 또는 더 어린 이들이라는 것을 일상에서 목격하는 이들이다.

 

어제 저녁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평등법을 대표 발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기쁜 소식임에는 분명하다사실 많이 뭉클하다그러나 감정을 다 잡고 현실을 지켜봐야할 의무가 있다과연 본회의에서 논의될 것인가통과될 것인가시행될 것인가거래되지 않을 것인가누더기가 되지 않을 것인가.

 

물러나고 움찔거리는 버릇이 있는 기성세대로서 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다뤄지는 조마조마한 과정 내내 저자처럼 정의단 장혜영 의원을 말을 기억해냈다잘 하고 있다같이 돌파하자고그런 말들이 필요하다.” 덕분에 냉소하지 않고 체념하지 않고 지났다감사하다.

 

장혜영 의원은 더 이전에  다른 말로 인해 무척 고맙게 느끼고 배우고 응원하는 이다저는 낙관주의자예요제가 행동할 거니까요.”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려 다투는 와중에누가 이 상황을 왜 해결해 주지 않는지 비관하는 대신 내가 행동한다내가 나 자신의 구원자가 된다행동하는 순간 해결할 가능성이 늘어나니까이렇게 들렸다멋진 생각이다.

 

이웃분들 지겹게 너무 자주 언급하는 것 같지만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누군가가 바꾼 것이다.’

 

이들 세대가 얼마나 종합적인 어려움을 겪는지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들을 읽는 내내 실감이 났다책임지지 않는 정치기레기라 불리는 언론퇴근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노동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분노를 토해내지 않아 무척 놀랍기까지 한 냉철한 결론을 낸다.


결국 가짜뉴스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할 수 있다이해 집단 간의 치열한 갈등이 정치라는 과정 속에서 원활하게 해소되지 못하니 집단들은 정치적 해결이 아닌 파워게임으로 이해를 관철시키려 시도하게 된다는 것이다파워게임의 룰은 간단하다갈등하는 상대방과의 대화와 타협은 고려되지 않고상대방을 위선적인 대상으로 매도하거나 이론으로부터 고립시켜 영향력을 잃도록 만들면 된다그런 점에서 가짜뉴스가 주로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거나 갈등 관계인 상대방이 여론의 비난에 부딪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 탓이 맞아우리가 만든 세상이야.” 


출처: <이어즈 앤 이어즈 Years and Years>

 

여전히 법과 구조와 제도와 사회적 규모의 변화가 실질적 변화에 중요한 동력이자 계기라고 믿는다그리고 동시에 개인들이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본주의 사회의 우리는 모두 소비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팔리지 않는 것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그러니 우리가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이 무엇이든 사지 않으면 된다허망할 정도로 이 모든 문제는 돈 때문이다


기업의 상품이건 정책이건 마찬가지이다그래서 나는 매일 더 꼴 보기 싫어지는도움이 참 안 된다 싶은 언론 역시 소비자로서 독자로서 시민이 바꾸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가 이런가이랬지정말 이럴까이런 질문들이 그치지 않았다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한 사회와 90년생들이 보는 사회는 다른 점이 이렇게나 많은 풍경이었다내가 선 자리를 정확히 떠올려 보려 애를 써보았다.

 

힘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부끄러움과 죄책감과 부채감을 느낄 정도는 남았다이런 내게 든든한 위안처럼 의지처럼 존경하는 작가의 문장을 만난다


외울 의도가 없었지만 자주 회자되니 외워진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습이 다들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다 와 같고도 다른 상황처럼 들린다.

 

죽음의 경위는 저마다 다양하지만 죽음을 막지 못한 이유는 대체로 비슷하다이윤을 보채느라 안전에 존을 쓰는 대신에 사람을 밀어 넣은 곳에 죽음이 솟아난다. (...)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넘치되그 능력을 작동시킬 능력이 없으니 능력은 있으나 마나다능력을 작동시킬 능력이 마비되는 까닭은이 마비가 구조화되고 제도화되고경영논리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깔끔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자리로 또 밥벌이 간다김훈 2019. 11. 25 경향신문 특별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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