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 10대를 위한 글쓰기 기본기 창비만화도서관 9
이강룡 지음, 국민지 그림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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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으면 매일 하는 루틴에는 한글 맞춤법 10문항이 있다. 몇 달 되었는데 여전히 매번 틀리곤 한다. 평생 틀릴 예정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https://campaign.naver.com/hangeulquiz/quiz/



 

언어란 공동체 사람들이 우린 이렇게 쓴다, 라고 한 약속이다. 그러니 법칙만큼 예외가 많고 늘 변한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배우는 입장에서는 그 점이 늘 어렵다.

 

표기문자인 한글도 그렇다. 표준어 규정 자체가 변하고 더블 규정도 생기고 이젠 규칙보다 용례를 그냥 외우는 편이 낫겠단 생각을 한다. 가장 즐겁게 맞춤법을 배우는 방법은 역시 문학작품들 읽기다.

 

내 형편이 이러니 10대 아이들의 글쓰기, 문자생활에 대해 사려 깊게 조언하기가 난감하다. 주고받는 짧은 텍스트에서 많은 문법 규칙들을 문제 삼지 않은지가 꽤 되었다. 안 하다보면 어느 순간 거슬리지도 않는다. 틀린 줄 모르고 사용하던 표현들이 고착된다.

 

어려운 많은 것들을 책에 의지하며 산다. 필요한 책의 출간은 눈물겹게 반갑다. 읽을 수 있다면 배울 수도 있다. 글쓰기 책을 읽어도 내 글은 이제 잘 고쳐지지 않는다. 괴이한 문장과 반복되는 실수는 사라졌다 곧 돌아온다. 아이들에겐 좀 더 효능이 있기를 바라며 응원한다.


 

(언제나 옳은) 만화로 배우는 이론, 퀴즈로 고쳐보는 틀린 문법, 쉽고 재밌어서 피로감이 적은 매력적인 학습법이다. 맞춤법, 띄어쓰기, 다양한 표현들에 대해 헷갈려도 야단맞지 않고 배울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안전함. 시원하고 선명하게 알려주는 설명이 백미다.


 

SNS, 가정통신문, 아파트 게시판, 전단지, 편지 등 일상 밀착인 문구들과 사례들도 유익하다. 기대하던 불평등한 표현과 차별적인 언어들도 짚어 주어 만족도가 높다.


 

자전거나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방법을 터득하면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살면서 무엇을 하든 어디서든 글쓰기는 필요하다. 맞춤법은 특히 조급해하는 대신에 꾸준하게 조금씩 배우고 바꿔나가는 공부가 필요하다. 시작이 막막한 분들에게도 참 좋은 책이다.

 

우리가 써 두었던 문장들이 우리의 흔들리는 마음과 용기를 붙잡아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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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바바라 포어자머 지음, 박은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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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주제의 책들을 계속 읽는다. 새롭게 기억하는 것이 힘이 된다. 이 책도 그럴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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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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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미래를 걱정할 시기를 놓쳤을 지도 모른다. 빙하는 믿기지 않을 만큼 녹았고 제트기류는 어디까지 내려올지 모르고 역대 최고로 뜨거워진 해양은 당장 올 여름에 어떤 격변을 야기할지 모른다.

 

작품들 속 미래가 전하는 기시감에 체온이 서늘하게 내리는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개인으로서의 무기력함에 사고가 증발할 듯도 했다. 가방 속 장바구니와 텀블러는 그럼에도 결코 ‘0’이 아닌 노력의 값으로 계산될까.


 

<Don't look up>에서처럼 절멸 시간을 아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한다. 유예된 사과를 감사를 하고 함께 식사도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쩌면 실컷 웃으면서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정말로 그렇게 사람 목숨이 가장 중요한 지’, 물리법칙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결정과 선택은 허구이자 신화인지, ‘삶의 모든 사건이 이미 글로 써진 것처럼 정해진 것인지, ‘이 모든 사건과 공간이 뭔지답을 나도 알고 싶어서 먼 하늘을 한참 바라보았다. #곽재식 #얼어붙은이야기

 

사한, 현금, 절요, 갈앙, 비의, 사박스레, 현명... 한자어 표기를 통해서 생소한 단어들의 뜻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구병모 어휘들해빙 아래 거의 모든 땅이 잠기고남은 이야기 속 세상을 낯설고 새롭게 느끼게 해주었다.


 

실체적이고 생생한 묘사에 빠져드니 오늘 내가 사용한 현실의 에너지양이 미래를 불쏘시개 삼아즐긴 위험한 빚처럼 무거워진다. 먹는 것만으로도 지구온도를 높이는 인류는 계속 더 먹기 위해 절멸을 결국 외면할지도.

 

과거인지 미래일지 모를 세계에서도 우선 타인에게서 필요한 것을 빼앗고 보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누군가 처음 하게 될까. 이 모든 건 어리석고 뜨겁게 반복될까. 송홧가루에 흐려진 석양을 보는 눈이 쓰라렸다. #구병모 #채빙

 

살기 위해 죽은 자를 먹는일도 추위가 사람들의 사고 능력을 얼려 버린세계에서 견디는 삶도 괜찮지 않아 보여서, 씹고 있는 게 얼음이고 얼음이 아니라서 고인 눈물이 뜨거웠다. #남윤하 #얼음을씹다

 

순식간에 광기로 넘어가는애정‘, ‘지성체가 아닌인간‘, ‘구제할 길 없이 엉망진창인 해맑고 어리석은 사람들, ‘주변을 다 더럽히고 망치는인간... 귓속에서 속삭이는 비난 같은 고백이 들린다. #박문영 #귓속의세입자

 

우정이 희망일지 몰라, 했던 바람이 이루어진 삶이 지극히 슬퍼서, 조금 울었다. 인간의 이런 점이 인간을 사랑하게 하는데, 왜 그렇게밖에 살 수 없었냐고 한편 따져 묻고 싶게 만든다. 신성神聖한 우정이다. #연여름 #차가운파수꾼


 

살린 목숨보다 죽인 목숨이 더 많은 건 의사나 수의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그렇다. 판단과 해석은 대개 위선적이다. ‘소량으로 편안하게죽인 모든 순간이 깊은 상흔이 되어, 모든 것을 잃고 공허하고 텅 빈 눈을 갖게 된다.

 

석양도, 달도, 하늘도 자주 잊고 문득 기억하는 삶을 산다. 지금 여기가 언제 어디인지 모를 순간들이 명멸한다. “웃음과 눈물은 종을 관통한다. 그 묵언의 메시지는 어떤 언어보다 오래되었다.” #천선란 #운조를위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들이 처절하고 간절해서 읽고 난 며칠을 생각의 허방을 디뎠다. 모든 경고와 우려가 기우이길 바라는 불안한 울음의 기도를 올린다. 뜨겁고 서늘한 이 책의 표지 실물이 궁금해서 갈증이 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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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s: Adam Rif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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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제주살이에 진심입니다 - 자기만의 방법으로 제주살이 꿈을 이룬 다섯 명의 여자들
김정애 외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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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제주로 이주한다는 친구, 지인들의 소식을 듣기 시작했다. 무척 편안하고 좋아하던 바를 운영하던 부부도 폭력적인 술주정 손님을 겪고 제주 이주를 결정했다.

 

어릴 적엔 부모님 친구 분이 사셔서 초대도 받고 친척집 놀러 가듯 가본 제주인데, 이제는 내 친구들이 더 많이 사는 곳이 되었다. 그렇게 종종 가곤 했지만, 제주에 살 생각은 못했다.

 

아침에 출발하면 천천히 하루 종일 운전하며 한 바퀴 돌아오는 제주섬이 분단된 반도보다 더 갑갑했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지 제주땅에 선 내 모습이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여행 중일 때는 제주도민들이 나누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도 당황하지 않았다. 가만히 들으면서 짐작해보는 것으로 재밌는 추억이 생겼다고 여겼다.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배울 수 있을까.

 

지금은 조금 느낌이 다르다. 결국은 준비부족으로 또 어그러질 지도 모르고, 용기부족에 월급중독으로 불안에 걸려 제 자리에서 넘어질지도 모르지만, 생활 반경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좀 더 땅에 발을 딛고 살고 싶다.

 

몰론 현실적인 문제들은 아무리 양보해도 남는다. 적지 않는 문제들 중에는 공공의료가 비참한 수준인 한국에 대한 고민도 크다. 병원 접근이 쉬운 도시아파트에 살 것인지 멀리 가 볼 것인지.


 

머릿속에는 현실적 고민들과 개인적 문제들을 가득 안고서 책을 읽었는데, 저자들이 설렘과 현실의 차이를 겪은 이야기들을 잘 풀어내주어 점차 책에 착륙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괴리 안에서 세우는 계획이 진짜 설계도이니까.


 

내 마음이 단단하지 못하다면 제주에서의 삶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 각자 다른 이유로 꿈꾸겠지만, 그 이유를 명확히 찾은 상태에서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고 오면 좋겠다.”

 

귀촌과 귀어를 하는 이들을 알아보면, 어릴 적에 농촌과 어촌에 살았거나 부모님들이 그 고향에 계시는 분들이 많고, 일상과 일에 낯설지 않아서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아마 제주에 가더라도 나는 제주시에서밖에 살 수 없을지 모른다. 혹 타박을 듣거나 냉랭히 대하더라도 지금 생각으로는 주민들을 원망하거나 섭섭하게 여기지 않을 것 같다. 낯선 이주민을 위한 감정 노동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89810.html

<제주 해변 덮은 시공간 초월쓰레기>


 

해녀가 되고 싶었던, 농사를 짓고 싶었던, 창작활동을 하려던 친구들 모두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하며 산다. 아직 적응 기간이라고, 삶은 한 달, 일 년 이런 계약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걱정은 접어 두었다.


 

그저 어디라도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런 책이라서 반갑고 고맙게 읽었다.


 

쿠팡 없이는 살 수 있지만 매일 핑크빛으로 노을 지는 제주 하늘이 없이는 이젠 살기 힘들 것 같다.”



 

사진 : 제주 감귤꽃, 지금 제주엔 귤꽃 향기가 가득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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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페, 카페 크리틱
홍은화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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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서 보니 3, 4월에도 부지런히 보고 싶은 영화를 본 기억에 놀랐다. 가능하면 주말 중 하루는 책을 놓자는 결심 덕분이었던 듯. 멋진 영화들도 많았고, 시선과 사유가 깊고 다른 친구와 따로 같이 감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책은 신간 영화비평서가 맞기도 하지만, 동일 제목의 팟캐스트 들은 분들이 많고 오디오클립도 있다. 책의 목차는 팟캐스트 합류한 순서라고 한다. 영화 이야기는 늘 재밌고, 공저자들의 활동 분야가 다양하니 새롭게 재밌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8916

 

대화와 토론의 중요성에 대해 재인지하고 노력하고는 싶지만 버거운 괴리를 느끼며 사는 중이라서, 매끄럽지 않은 토론도 좋다. 답이 없는 질문도 좋다. 각자의 감상을 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낀다.

 

좋아한 영화인들과 음악인의 협업 같은 영화 <리코리쉬 피자>는 혼자 쓸쓸하게(?) 보고 대화를 즐겁게 나눌 상대도 당시에 없었는데, 4명이나 리뷰를 하니 그 보상(?)을 뒤늦게 받는 기분이다.

 

물론 언급된 영화 중에 아직 못 본 영화도 있다. 어쩌면 안 볼 영화도 있지만, 그 작품 한정이 아니라면, 재밌게 읽을 통찰이 담긴 문장들은 부족하지 않다. 문학도 예술도 결국엔 매체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니까.

 

녹음을 위해 감상한 이 영화들 사이에는 어떤 경향이랄 게 분명히 지나가고 있었죠. (...) 타자에 대한 집요한 의식 말입니다.”

 

타자에 의해 나는 구성됩니다. (...) 내가 타자에 대한 의식과 함께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런 거죠. 여기서 방점은 행동하는 나에 찍혀야 해요. (...) 지금까지의 수많은 영화와 이론들은 대개 본다는 행위의 입장에 서있(다고 받아들여졌)었습니다. (...) 요즈음의 어떤 영화들에서 주체의 자리는 보는 쪽이 아니라 보이는 쪽에 위치하곤 합니다. 저에게는 이게 굉장히 문제다운 경향으로 느껴져요.”

 




사회적으로는 무지성과 혐오와 차별과 폭력의 언어들이 기세등등하고, 개인적으로는 말보다 침묵이 편한 시절에, 여러 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기록을 대화와 토론으로 남기는 결과물이 뭉클하다.

 

어떤 경우라도 싸우지 말라는 말은 아니지만, 싸움을 할 때에도 왜 싸우는지 그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생사를 정해야 하는 싸움이 아니라면, 전면으로 솔직하게 부딪히는 상대는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의 동료이자 친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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